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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연이은 야근에 밤샘에 뭐 보러 다닐 시간이 없던 터에, 지난 화요일 하루 휴가를 얻었다. 굳이 10일이어야 했던 이유는 [갤러리 현대 35주년 특별기획전]이 바로 10일까지였던 것.
그런데, 막상 가보니 13일까지로 연장되었더라는.. 에, 허무해.

아침에 일어나니 9시. 더 잘까 싶기도 했지만, 더 늦으면 나서기가 힘들 거 같아서 피곤함을 무릅쓰고 집을 나서기로 했다. 그런데, 평일에 휴가를 내면 같이 놀 사람이 없다는 게 가장 아쉬운 점이라 엄마를 꼬셨다. ㅎㅎ 엄마와 만날 시간과 장소를 정하고 나는 미리 가서 사진도 찍고 구경을 다닐 생각이었다.

동네에서 잠깐 볼일을 보고 3호선 안국역으로 향했다.
초행길이라 생각했었는데 지하철 역에서 나와보니 언젠가 와 본 길이다.
가다보니 전엔 미처 있는지 몰랐던 "아름다운 가게"가 생겼길래 이리기웃저리기웃하며 구경을 좀 했다. 재미있는 물건도 많았지만, TV에서 보던 것보다 상품들이 너무 중고여서 저런 게 팔릴까 싶었다. 그래도 보물을 찾는 사람들은 꽤 되는 듯.
2층에는 서점이라 책구경을 하다 재미있는 책을 발견하고 한참 자리잡고 책을 들여다 봤다. 자원봉사하시는 분이 눈치를 주시는 듯 했으나, 철판 깔고 책을 읽었다.
약속시간까지 좋은 날씨에 여기저기 돌아보며 사진찍으려던 계획은 포기~

엄마의 도착하셨다는 전화를 받고 갤러리로 향했다.
갤러리 현대의 대문에 걸린 간판이다. 연두색 간판이 눈에 잘 띄고 산뜻, 화사하다.



갤러리 현대 바로 오른쪽에 있는 건물인데 저런 걸 보고 성냥갑 같다고 하지 않을까. 디자인 제품을 파는 가게인 듯.

메모할 생각은 못하고 이렇게 찍어왔다. 대부분 잘 모르는 작가였지만, 그나마 내가 알고, 그래서 특히 보고 싶었던 작가의 작품이 있었다. 박수근, 이중섭, 장욱진, 김기창 화백의 작품들이다.


2층부터 둘러보기 시작했는데 엄마와 나를 맞이한 것은 김기창 화백의 아악이었다. 하지만, 내가 가장 깊은 인상을 준 작품은 문학진 님의 작품들이었다. 제대로 기억하는지 모르겠지만, "정물"과 "흰 costume"이었던 듯.
두 작품 모두 유화물감을 듬뿍 찍어 바른 듯한 터치가 너무 생생해서 들여다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리기까지 했다. 혼자 구경하고 있었다면 계속 그 그림들만 보고 있고 싶었다.

액자도 특이했고 맘에 들었다. 금속 재질이었는데, 못 같은 날카로운 것으로 무늬를 새긴 것 같다.



작품의 질감과 양감.
(안내하는 분의 시선을 피해 소심하게 찍은 거다. ㅡㅡ;; 솔직히 기회가 됐다면, 아니 좀만 간이 컸다면 아예 작품을 찍었을지도 모르겠다. 부디 이르지 마시길.)

엄마와는 보는 속도가 달라서 따로 관람을 하게 됐는데, 엄마가 중간에 잠깐 앉아서 쉬시면서 나를 기다려 주셨다.
같이 보면서 엄마는 당신의 감상을 한마디씩 얘기해 주셨는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마 나는 지식의 대상으로 그림을 보고  있었다면, 엄마는 그림 속의 사물을 실제로 사
물을 보듯이 보고 계셨다고나 할까. 엄마는 당신의 삶과 느낌에 비추어 있는 그대로 느끼고 계셨다는 점이다.
그 차이를 뭐라고 해야 좋을까. 엄마한테는 박수근 님의 작품, 애기를 업고 "절구질 하는 여자"의 어깨에 힘이 들어간 것이 보이는 것이나 "젖먹이는 여자"의 나른함과 졸음이 보이는 것이고, 나한테는 그런 것은 보이지 않고 돌표면 같은 느낌을 내기 위해 어떠어떠한 처리를 했다는 등의 전시회 전에 미리 보고 갔던 내용만 보이는 것이다. 쥐꼬리만큼도 못되는 지식으로 그림을 본다는 거 자체가 무척이나 부끄러워졌다.
엄마의 감성과 지혜에 감탄할 수 밖에 없던 관람이었다.

엄마는 예전부터 천경자 화백의 그림을 눈여겨 보셨었다. 덕분에 나도 가끔 본 적이 있다. 그때는 포스터나 사진 등으로 본 것이었고, 직접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사진이나 포스터에서는 볼 수 없었던 화사하고 강렬한 색감이 참 아름다웠다.
이번 전시회에도 여러 작품이 있었는데, 어마마마의 지적(?)으로 작품의 주인공들의 눈매가 다 비슷하다는 점, 그리고 화려한 배경(꽃, 색깔)에도 불구하고 다들 슬퍼 보인다는 점을 '볼' 수 있었다.

1층과 지하도 다 돌아봤지만, 개인적으로는 2층에 있던 작품들이 좋았다.
화집을 살까 하고 샘플을 봤는데, 사진으로 보니 색감이나 느낌이 아무래도 진짜 작품에는 못미쳐서 그냥 덮고 말았다. 그래도 생각날때마다 들여다 볼 수 있게 살 걸 그랬나 하는 후회가 좀 생기긴 한다.  

엄마도 오랫만에 시내구경을 하시는 거라 멀지 않은 인사동으로 갔다.

여기는 쌈지길이라고 새로 생긴 상점가다. 새로 생겼다지만 사실 이미 오래 됐다. 내가 간게 처음일 뿐. ㅋㅋ


입구에 작은 꽃화분들이 눈길을 끌었다.


여기저기 상점들도 다녀보고 노점도 구경해 봤지만, 보여지는 것들은 거의 다 비슷비슷해서 한 30분만 돌아다니면 볼 건 다 본 셈이라는 게 엄마와 나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아마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걸.

늦은 점심, 이른 저녁을 해결하기 위해 헤매이다 선택한 곳은 만두전문식당 "궁".
엄마가 고향생각 나신다며 개성만두를 먹어보자고 하신 것이다. 엄마의 할머니가 개성분이시라는데, 간판에 걸린 사진을 보시더니 외할머니랑 닮으셨다나. ^^;

쫀득쫀득한 올갱이와 담백한 만두.

만두 맛이 개성맛 그대로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푸짐한 식사였다.

엄마의 할머니 얘기, 엄마(외할머니) 얘기로 시작해서 주제의 한계가 없이 흐르는 모녀의 수다는 별다방으로 이어졌다. 늦은 오후였지만, 모처럼 마시는 카페모카가 아주 맛있었다. 진한 우유향이 느끼하지도 않고 향기로웠던 건 거의 처음이었던 듯.
이 때까지도 해가 지지 않았다. 그 사실이 나를 무척 기분좋게 만들었다.(맨날 별보기 운동하다가 해떠 있을 때 돌아다녀 봐~!)

이날 하루의 마감은 장보기였다. 마트에서 이것저것 사다보니 짐의 부피와 무게는 점점 불어났다. 엄마가 걱정하실 정도로(왜냐, 다음날도 야근이란게 뻔하니까!) 결국 파김치가 되어버렸지만, 알차고 즐거웠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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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멋진 블로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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