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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이원의 Metamorphosis ● 오비디우스의 『변신 Metamorphosis』에서 최고신 쥬피터는 미소년 가니메데스를 유혹하기 위해 독수리로 변하기도 하고, 레다를 유혹하기 위해서 백조로 변하기도 한다. 아폴로 신의 사랑을받은 히아킨토스는 죽어서 한 송이 흰 히야신스 꽃이 되고, 아테네 여신과 길쌈 솜씨를 겨룬 아라크네는 거미로 변하는 천형을 받는다. 허황스럽지만 유쾌하기 그지없는 오비디우스의 상상력은하늘과 땅, 동물과 식물, 인간과 자연현상을 가로지르는 자유스러운 변신과 변성의 과정을 보여준다. ● 박이원의 작업은 눈동자에서 물고기로, 유선형의 비늘에서 깃을 세운 여성의 드레스로 자유로운 변성의 과정을 보여준다. 물속에서 유연하게 헤엄치는 물고기를 바라보는 박이원의 눈동자는그 자체로 물고기가 되었다가 캔버스 천으로 만든 드레스 위에 내려앉는다. 두 개의 머리를 가진 물고기 형상의 드레스는 하나 하나가 작은 물고기 모양의 비늘로 구성되어 있고 그 위에 초현실적인 박이원의 눈이 새겨지는 것이다. ● 사물에 대한 신선한 상상력을 담지한 박이원의 눈이 작업실의 캔버스를 마주할 때 회화는 연금술적 변성과정을 거치게 된다. 우윳빛 캔버스 천은 유선형의 단위체로 오려져 거대한 물고기 모양의 드레스가 되고, 겉옷을 상실한 캔버스 뼈대는 부조 작품을 구성하는 선이 된다. 이질적인 재료와 형상들간의 낯선 만남 속에서 초현실적인 변성과정이 이어지고 박이원의 상상력은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확산된다. 재료와 형상간의 부조리한 만남은 종이로 만든 갑옷이라는 작품으로 이어지고 잔뜩 힘이 들어간 견고한 갑옷의 실체는 가볍기 그지 없는 종이의 허구로 폭로된다. ● 세상에 대한 초현실적인 상상력의 발현. 이것이 젊은 작가 박이원의 작업을 생생하게 물오르게하는 원동력이다. 그는 모든 친숙한 것에 대한 낯설게 바라보기의 작업을 제안한다. 사람의 눈을 갖고 있는 물고기의 형상은 유선형 도상에 기초한 자유로운 상상력과 유기체적인 변성의 과정으로 이어진다. 초기 기독교 시대 물고기 도상은 비밀스런 신앙의 고백이었고, 고래 배 속에서 살아 나온 요나는 그 자체로 부활을 의미한다. 반면 인간의 눈을 달고 있는 박이원의 물고기는 자유로운 변성과정을 거친 그 자신의 자화상이다. 물 속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는 물고기를 바라보는 박이원의 시선은 가상의 변성과정을 통해 물고기 형상의 자화상으로 투영되고 그 지점에서 박이원의 상상력은 날개를 달고 증식된다. ● 분해된 박이원의 캔버스 작업을 형식주의적 관점에서 읽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그의 작업을현대미술에 있어서 캔버스 작업의 의미를 되묻는 심각한 비판작업으로 읽는 것은 물고기처럼 생생하게 헤엄치는 그의 자유로운 상상력을 오히려 상쇄시키는 결과가 된다. 마치 오비디우스의 옛 신화가 믿기 어렵지만 유쾌하기 그지 없는 상상의 세계를 열어주는 것처럼 박이원의 신선한 시각이 현대미술의 경직된 담론으로 국한되기보다는 모든 현실의 경계를 넘어 자유롭게 뻗어나가 한편의 장대한 서사시로 꽃피기를 기대해 본다. ■ 권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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