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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설일 : 2003/09/04
 

내가 대학생때 우리 나라 근대민주주의의 역사에 대해서 공부한 적이 있었다. 사학과 같은 전공학생은 아니기에 깊이 공부할 방도는 없었으나, 대학 다니던 종일 역사와 관련한 책들은 대부분 섭렵했던터라 그런대로 많이 공부했던 기억이 있다.

그 당시 내가 읽었던 책들 대부분이, 우리나라 근대화의 시초를 대부분 조선말의 실학사상부터 자리매김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수탈과 패배와 실기의 역사로 점철한 우리나라 근현대사 중에서, 그래도 나름대로 시대의 흐름을 가지고 그나마 젊은 우리에게 자부와 긍지를 주었던 분들이 실학자였던 것이다.

그래서 다른 많은 운동권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실학자들에 대한 역사탐구에 몰입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 내용 중에 하나가, 바로 우리나라 민주주의역사중에서 민주적인 사고의 기원조차 실학사상으로 확대해석했던 이론들도 있었다. 맹목적으로 역사서적의 지식을 받아 들였던 당시로서 아무런 비판없이 수용했던 논리 중에 하나이다.

마치 유신시대 고등학교를 다녔던 피해의식으로 민주화운동에 극렬히 참여했고, 모든 우리나라 근현대 역사를 재해석하고자 했던 심리와 다를바가 없었다.

즉, 유신시대 배웠던 역사도 부인했지만, 그렇지 않은 반유신적 역사관은 무조건적으로 흡수했던 시절인 것이다. 또 그러한 전환시대의 논리가 필요했던 시기이기도 했다.

그러나 사회인이 되고 보다 차분히 역사를 볼 수 있는 시간적 여유와 민주화운동이라는 강박관념이 부담스럽지 않게 되어, 다시 학생시절에 읽었던 역사서적들을 재평가 하게 되었다.

당연히 그렇지 않은 많은 서적과 현실을 알게 된 것이다.

그 중에 하나가 우리나라 민주의식의 출발이 실학사상은 아니라는 이론들이었다. 희만사항이고 바람일뿐, 정약용 등을 포함한 대부부의 실학자가 가지고 있던 정치사상은 유교주의에 입각한 실용적 지배이론 중에 민중을 중시하는 논리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말해서 실학자들은 민주주의의 민자도 모르던 사람들이었다는 것이다.  

참으로 많은 시간을 객관적 인식없이, 이리 저리 쓸려 다니면서 역사 공부를 할 수 밖에 없었던 우리 세대들의 현실에 안타까움이 앞서는 이유이다.

그런데 19세기말에서도 희박했던 민중정치관을, 그 보다 1300년전의 삼국시대였던 선덕여왕이 민중을 위한 선정을 베풀었다고 우기는 드라마를 보면서 새삼 우리의 역사인식에 대한 착각의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알만하다.

아무리 드라마에 불과하지만, 소위 민주화운동권에 속했거나 동조한 사람들의 역사인식이 얼마나 현실과 동떨었는지에 대한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하는 근거는 MBC가 만드는 역사드라마나 기획 프로그램들이 과도하게 자기의 의지를 나타내기 때문에 지적하는 것이다.

우리의 희망사항과 우리 민족의 실재역사는 별개인 것을 분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 대단하지 못한 우리 역사에 대해서, 지나치게 비하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턱도 없이 미화하는 것 역시 한심한 역사왜곡을 불러 일으키기 때문이다.

역사드라마의 한계이기 때문에 더이상 문제를 확장할 필요는 없지만, 역사를 자기 편의에 맞추어서 과다 해석하는 것은 어느 경우든 왜곡의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스스로 삼국통일이 외세에 의한 불완전한 통일이라고 후세에 평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여성으로서의 선덕여와에 대한 민중적 정치술을 부각하려는 것은, 아무리 후하게 평하려고 해도 지나친 자기해석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론 별로 관심없던 삼국시대의 역사에 대해서 재인식을 하게한 점은 이해할 만하지만, 여러모로 편협된 역사의식만 강조한 단순한 제작진들의 문제의식을 지적할 수 밖에 없는 드라마이다.

평생 제대로된 역사책하나 읽지 않는 대중들에게 구체적인 역사인식보다는 무협지 수준의 콘텐츠를 전달하면서도, 무슨 대단한 역사인식이나 갖고 있는 것첨럼 부풀리는 방송사의 제작자들이 한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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