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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설일 : 2003/09/04
 

그젠가 저녁에 우연히 TV를 보다가 이상한 이야기들이 나오길래 채널을 멈추고 보았다. 앞 뒤를 본 프로그램이 아니라 잘은 모르겠는데, 우리나라와 외국 여성을 상대로 키작은 남자는 어떤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다. 그저 뭐라할까 하는 궁금증에 보고 있던 차에, 우리나라 여자대학생이 거침없이 자기 생각을 옮기고 있었다. 무조건 자기보다 키작은 남자는 싫다는 것이다. 급기야는 루저(loser)라고까지 했다. 젊은 사람들이야 잘 아는 이야기겠지만, 우리나라 시청자들이 이를 얼마나 알고 전달되었는지 궁금했지만, 그저 단순하게 나는 패배자라는 표현으로 받아들였다.

집사람과 TV를 시청하다가 어의가 없어서 한동안 말도 잃고 물끄러미 볼 수 밖에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 다음날 이 아가씨는 비호감으로 인터넷을 달구고 있었다. 키 작은 남자는 인생의 낙오자라고 말하는 것이 말이 되냐는 것이다. 거의 제2의 된장녀가 된 분위기다. 이미 이 여학생이 각본대로 주어진 표현을 했다고 항변해도 소용이 없는 상태가 된 것이다.

아마도 다행히 이 여학생이 유명인이 아니었기에 망정이지 유명인이었다면 더 큰 충격의 나락에 빠졌을 지도 모른다.

이와 같이 연예프로그램에서 아무 비중도 없이 단순하게 웃자고 한 말이사회적으로 일파만파가 되고 엄청나게 비난의 회오리에 빠지는 일은 너무 흔하다.

가까운 예로는 2pm의 재범이라는 젊은이가 한국이 싫다고 표현한 것이 문제가 되어, 급기야는 활동을 중단하고 자기가 살던 미국으로 쫒겨 나간 일도 있다.

그런데 그런 여론의 십자포, 특히 인터넷 안에서 무차별하게 가해지는 비난의 화살이 너무 무의식적으로 확산되고 이뤄진다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우리가 살다가 한국이 싫어졌다고 마음이 들 때가 아주 없을까? 지금 한창 꽃다운 나이에 여학생이 자기 보다 키 작은 남자를 좋다고 해야할 이유가 있는가?

이 일과 말의 잘잘못은 자기가 책임지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늘상 변하는 것이고, 자기가 가지고 있는 여러 마음중에 굉장히 작은 단편을 표현했을 지도 모르는데 우리는 과민반응을 하고 있다.

마치 이러한 생각이 일반화되면 곧장 사회가 무너질 지도 모른다는 과잉반응으로 과대해석하여 일단 당사자를 까뭉게고 본다. 그 다음 문제는 그 다음에 해결하면 된다는 식이다.

그래서 소위 공공에 노출된 사람들은 너무나 이미지 관리에만 집중하게 되는 이유가 이런데에 있나 본다.

그러나 우리가 살다 보면 흉허물이 없을 수 없고, 그럼에도 살아 나가면서 수정하고, 한편으로는 고집을 피우면서도 더불어 살아갈 수 밖에 없는 현실을 터드해 나가는 것이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이런 일읃에 대한 포용의 그릇과 이해의 공간도 한편으로는 준비해 둔 채, 자기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그제 그 여학생의 말을 듣고 화나는 감정을 숨길 수는 없었다. 물론 나는 키가 178cm이다. 요즘 기준으로 해서 큰 편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작은 편도 아니다. 더더군다나 우리 나이뻘이 40후반이나 50초반치고는 크다고 할 수 있는 키이다. 그리고 그와 같이 어린 여학생에게 프로포즈할 나이도 아니니 한참 안심지역에 있는 상황이다.

그래도 한 남자를 키로만 재단하는 새태가 한심스럽기는 매 한가지다. 아마 그도 우리 나이가 되보면 한 인간을 평가하는 것이 키로서만으로는 말도 안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나 역시 지금 고등학교 2학년인 내 여자아이가 작은 키의 남자아이를 사귄다는 것에 그리 쉽게 좋아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도 부인하기 힘들다. 내 스스로 키 큰 사람치고 싱겁지 않은 사람 없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으면서도, 그렇다는 이야기다.

심지어 작은 아이의 키를 키우겠다고 억지로 운동시키고 병원까지 가서 약을 사서 먹이는 부모의 심정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사회적 기준과 개인적 욕심사이에 작은 일 하나 가지고도 여러 갈등을 겪는 내가, 자기 마음을 가감없이 솔직하다 싶을 정도로 표현한 그 여대생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 까 반문해 본다.

아마도 그녀를 탓하기 보다는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은 것이 방법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제 우리는 더 이상 그녀에게 모진 비난의 화살을 던지지 않기를 바란다. 그 대신에 그와 같은 솔직한 감정을 소유한 그녀에게 인간가치의 다양성과 삶의 다양한 가치에 대해서 알려 주면 되는 것이다.

은근히 슬쩍 2PM의 재범이가 다시 등장할 것이라고 운을 떼는 박진영사장의 말에 주목한다. 이제 우리도 그런 정도의 여유와 눈가림에 익숙해져야 할 것 같다.

너무 디테일하게 살 필요가 없지 않은가. 그리고 남에게 쉽게 욕을 던질 만큼 우리 삶 역시 녹녹하지 않음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나는 오늘 또 하나의 작은 용서를 실천한 것 같아서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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