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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설일 : 2003/09/04
 

요즘 대통령이 민생현장을 돌본다고 시장, 군대, 들판으로 다니며 사람들과 섞여 일하는 모습을 자주보게 된다. 이들을 가지고 반대편에서는 전시행정이라고 하고 심한사람들은 쇼한다고 혹평한다.

사실 냉정히 말해서, 민생현장을 돌본다는 명목으로 시장에 들러서 만두 하나 맞나게 먹는 장면을 연출한다고 해서 민생경제가 살아나는 것과의 관계성은 규명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행정과 정책은 정확한 제도와 확실한 실천으로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공공부문의 관주도 정책은 제도가 선행되지 않으면, 대통령을 제외한 어느 공무원이나 조직이 움직일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더더욱 허상일 가능성이 큰 것이다.

이와 같은 행정이 전시행정이란 말을 듣지 않기 위해 서는 관련한 제도와 정책이 뒷바침되고 있는 지를 살펴보아야 함은 당연한 이야기다. 이와 같은 구체적인 움직임이 없을 때, 비로서 위와 같은 일들은 쇼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지극히 정치적인 민심이나 여론 형성의 과시용 전시용 나들이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과거에 이런 일들이 많이 있어왔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군부독재 시절에 패쇄된 커뮤니케이션 공간을 일방적으로 시민들과 소통하는 도구로 집권 세력들이 써 먹는 바람에, 쇼한다는 선입견을 떨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쇼같은 대통령 순방이나 예방조차도 안타깝게 목메어 기다리는 곳도 있다.

세상이 온통 경제위기에 가려서, 한가롭게 문화예술관련 이야기를 꺼내기가 어려운 현실이긴 하지만, 바로 문화예술계가 그러한 곳이다.

아무리 폭력적인 군사정권의 강압정치가 일반화되었던 시절에도 문화부문의 각종행사에 대통령이 참석하여 문화예술부문의 관심을 나타내곤 하였다. 물론 이에 대한 부작용으로 어용문화단체의 난립과 관변문화예술행정가들의 횡행이 부정적인 측면으로 나타나긴 했어도, 최소한 우리나라 최고통치자가 문화예술에 대해서 늘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대중적 의사표시정도는 했다고 생각한다.

이와 같은 민심순방 쇼는 군사정권과는 달리 자칭 민주정부라고 생각했던 김영삼 전대통령시절 부터 급격히 줄었다. 굳이 민심의 현상까지 헤집고 다닐 필요가 없는 자신감과 그런 전시행정의 폐해를 인식하고 있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래도 나의 기억 속에 문화에 대해서 가장 만은 관심과 쇼(전시행정)을 했고, 실질적으로도 정책을 추진했던 대통령은 김대중 전대통령이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당시 예술의전당에서 각종 사업을 담당하며 근무했던 본인으로서 직접 경험하였기 때문이다. 그 것이 다른 입장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전시행정으로 보일지라도, 대통령방문을 오랫동안 지켜봤던 실무책임자로서의 피부로 느끼는 현장감은 분명히 다르기 때문이다.

군사정권하에서 의례적이고 향식적으로 대우를 받았던 문화예술계의 입장에서 김대중 전대통령이 보여 줬던 문화예술계의 관심은 정말로 고마우ㅜㄹ 정도 였음을 부인하기 힘들 것이다. 또한 실질적이고 명목적으로도 국가예산의 1%를 문화예술부문으로 배당하고자 했던 공약을 지켰다는 것을 새삼 거론할 필요도 없을 정도이다.

사람들은 그와 같은 전시행정을 우습게 생각할 지 모르지만, IMF를 겪으면서 힘들게 지내고 있는 시절에 국가예산을 증액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일이라는 것은, 현장에 있지 않은 사람들은 이해하기 힘든 일들인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이 민주화 시대로 접어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시행정의 폐해라는 선입견, 그리고 실제로 문화예술에 대한 무관심, 여러 정치적인 이유로, 오히려 문화예술현장은 군부정권시절 보다 중앙정치로 부터 소외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통령이 바쁜 일정 중에도 차분하게 음악공연을 감상하며 즐기는 모습, 심오한 그림 앞에서 명상에 잠기는 모습, 힘차고 역동적인 무용을 즐기는 모습, 이런 것도 시장에서 만두를 맞있게 먹고 있는 대통령의 모습만큼 중요한 전시행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언제 부턴가 경제에 밀리고 정치에 밀려서 갑박하게 현장정치에 매몰된 대통령의 모습만을 익숙하게 보게되고, 문화예술의 즐거움과 깊이에 빠진 대통령의 모습을 보기가 힘들게 되었다.

사실 그와 같은 전시행정을 구걸할 필요까지야 없겟지만, 진정으로 서민의 생활을 위해서 서민속으로 들어가는 쇼를 하는 것처럼, 진짜 문화예술을 즐기고 싶어서 공연장을 찾는 쇼라도 필요한 시절이 요즘이라고 생각한다.

이왕 전시행정하는 것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을 알여주는 의미라도, 대통령이 한번쯤 침체된 공연과 전시예술 현장을 방문해 보는 것도 어떨런지 제안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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