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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에서살꺼야 (yunneo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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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설일 : 2003/09/04
 

올해도 어김없이 8.15광복절이 지났습니다.

저는 업무상 이유로 일본을 자주 왔다 갔다 하는 편입니다. 큰 돈 벌지도 못하면서, 일본을 들락날락하느라 비행기 값 꽤나 버린 셈이죠. 우리집에선 그 비행기 값만 가지고도 집 한채는 샀을 거라고 우스게 소릴 합니다.

그런데 그러다 보니, 우연챦게 8월 15일에 일본에 체류한 적도 있습니다. 우리야 광복절이니 노는 날이지만,일본은 당연히 8.15라고 해서 쉴리가 없습니다. 비싼 여비들여 가는 일본 출장길이기 때문에, 휴일이라도 일하고 싶은 마음에 일정을 그렇게 잡은 셈입니다.

그런데 8.15에 일본을 가본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거지만, 정말로 웬지 쏴한 느낌을 받습니다. 아무도 특별히 8.15에 대해서 말하는 사람도 없으려니와 떠 올리지도 않습니다. 과거 고이즈미 시절에는 신사참배니 어쩌니 하여, 괜시리 우리나라와 중국 등 일본 바같에서 소란하지만, 정작 일본은 아무 일이 없는 듯 조용합니다.

당연히 일본이 패전한 날이니 그럴만도 하겠지 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는것이 문제입니다. 일본아이들이원래 속을 잘 드러내지 않기도 하지만, 그런 아이들이 유난히말을 하지 않는 날이 8.15일 입니다.

저는 오랜기간 일본과 일을 해 봐서,제 나름대로 일본아이들을 평가하려는 습관이 있습니다.

그와 같은 결론 중에 하나는, 일본아이들은 정말로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때는 숨기고 조용하다는 것입니다.

즉 8월15일만 되면, 모든 일본인들은 하나같이 일본 최대의 국치일을 기억하고 있는 겁니다. 그것도 이를 악물면서 참고 있습니다. 다시는 일본의 치욕이 없게 최강의 나라로 일본을 만들어야 겠다는 언약을, 일본인 전체가 하고 있는 겁니다. 말을 하나 하지 않으면서, 그들은 깊은 언약을 하고 있는 겁니다. 지난 65년 동안 그랬다고 생각하니 아찔하죠.

그것이 그들이 일본 최악의 치욕적 국치일을 넘기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결코 조용하지만,마음이 편치않는 이웃을 두고 사는겁니다.

독종들이죠.

그에 반해, 그와 같은 독종을 옆에 끼고 사는 우리 민족은 참으로 태평합니다.

오늘이 우리에겐 일제에게 나라를 빼앗긴 국치일인 경술국치일이랍니다.

물론 우리 역시 어느 일과 다름없이 조용하기만 합니다.

일본과 같이 조용한 무표정한 하루입니다.

그래도 분명 다릅니다.

우리는 아무 것도 모르고 지나는 하루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렇게 나라를 빼앗기고, 치욕스럽게 일제 치하에서 36년을 살았던 기억은이미 저편에 있습니다. 입만 열만 해방이 된지 6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친일파가 어쩌니 매국노가 저쩌니 하는 사람들도 정작 국치일이 언젠지도 모르고 지나 갑니다.

저희 집에도 저와 같은 세대인 고등교육을 받은 집사람이나, 대학생, 고등학생인 아들 딸 모두무심하게 하루를 지내고 있습니다. 물론 제 회사의 직원들도 아무 일 없이 무심하게 토요일 오후를 지내고 있을 겁니다.

우리에게 역시 과거의 역사는 전혀 무의미한 가 봅니다.

역사에 무관심하면서도, 특히 치욕적인 역사는 더더욱 눈 감아 버리는 우리가 자그마한 이념문제와 양극적인 분파적 정치에는 침을 튀겨 가면서 흥분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제가 태어난 우리 민족이 어리석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은 것은 물론입니다.

그래도 너무합니다.

아니 일본에서의 작은 기억을 되살려 비교할라 치면, 머리털이 쭈삣하며 서기도 합니다.

아무리 임기 웅변이 뛰어나고 생명력이 있는 민족도 고통을 즐기지는 않습니다.
역사 속의 치욕적인 경험까지 잊지 않고 차분하고 냉정하게 준비하는 현명한 민족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늘 세계 열강과 이웃하면서 아슬아슬하게 역사를 유지하고 살아왔습니다. 그런 이유로 세상을  달관했다고 자부하기에는 너무나 위험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모두들 한번정도는 오늘이 무슨 날인가를 숙고하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한번 쯤은 우리 주변 세계의 급변하는 환경에 대해서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경술국치일이 오늘입니다.

스페인에서살꺼야 2009.08.31  06:23

일본이 자민당의 오랜 장기집권에서 벗어났다고 합니다. 과연 새로운 정치실험에서 일본은 얼마나 어떻게 변화할 지 궁금합니다. 잘 살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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