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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설일 : 2003/09/04
 

끝장 날 것 같던 쌍용자동차 농성사태가 마침내 끝났다. 누구는 노조의 승리라고 하고, 누구는 사용자의 승리라고 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모두의 패배라고 할 수 있겠다. 유일한 낙은 그나마 인명피해가 없었던 것이 위로라면 위로라고 할 것이다.

왜 우리나라 사회는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을 습관적으로 마치 끝장 볼듯이 막장으로 몰고 가는 것일까. 참으로 현명하지 않다. 무엇이 우리의 합리적이고 현명한 판단력을 무디게 하는지 한심스러울 뿐이다.

다름아닌 극단적 주장과 함께 끝장승부만을 노리는 터무니 없고 무모한 막장심리 때문일 것이다. 끝장으로 가면 누군가는 나를 살려 줄거라는 응석박이와 같은 어린아이 습성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사실 우리는 근대화 이후 무책임하고 정교하지 않은 이념전쟁 속에서, 말도 안되는 분파주의와 극단적 이원론의 게임에서 의도하지 않은 어처구니 없는 결과를 안고 살아 왔다고 해야 할 것이다.

무슨 문제든 우리는 쉽게 양쪽으로 갈린다.
그리고는 누구든 어느 한 쪽으로 갈린 후에, 일방적으로 상대를 비방하고 반대한다.
그냥 반대하는 것도 아니고, 죽기살기로 반대한다.
그래야 자기의 선명성을 부각하는 것으로 알고, 또 그런 사람을 존경하기 까지 한다.
그리고는 끝까지 상대방의 어느 말도 듣지 않는다.

이와 같이 우리에게는 일상화된 사회여론형성과정의 실상을 알게 되면, 우리가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행동을 스스럼없이 받아 들이는 지를 알게 될 것이다.

예를 들면 실제로는 모든 문제는 복합적이다. 그래서 이해의 당사자라 하더라도 상당히 정교한 판단력을 갖지 않는 한 문제의 핵심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우리가 쉽게 이분법적으로 편가르기에 몰입하는 이유는 바로 우리 스스로가 소통력이 없고 토론문화가 없기 때문이라는 반증일 것이다. 그저 어느 한 편에 속해서, 그 편을 대표하는 논리에 기대어 편하게 지내는 것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솔직히 우리나라 노조나 전교조, 학생운동과 같은 사회운동을 하는 단체에 들어가서, 어느 의사 결정을 하는 과정을 보면, 위와 같은 현상이 너무 쉽게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비단 그와 같은 단체뿐만이 아니고, 보수적이거나 관습적인 조직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저 조직을 대표하는 누가 조직의 익을 대변하는 논리를 준비해 노면, 우리 모두 그에게 박수를 치고 같이 가주는 것이 선이라고 생각하는 정도이다.

그렇게 쉽게 동조하고, 그의 그늘 밑에서 과실만 따 먹으면 된다는 기생충같은 심리가 대부분 편한 생활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나서지 않아도 나의 이익을 대변하는 조직에게 힘을 주어서, 죽기 살기는 그들이 해도, 결과적으로 나만 편하면 된다는 얄팍한 심리가 대부분인 것이다.

그러다가 종종 이번의 쌍용차처럼 죽기살기가 되어 버리면, 아무 생각없이 빠져 들었다가, 몸을 뺄 수 없는 막장으로 내 몰리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왕 이렇게 된 것, 죽기 살기로 선명성을 내세워 자기 보호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무모한 상승작용과정 어디에도 합리성이 개입할 구석은 없게 되고, 오로지 조직의 이해만을 보호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보호심리만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여기부터 과연 무엇이 현명한 판단인지에 대한 궁극적인 문제에 부딪히게 되는 것이다.

안싸우고 이기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지금과 같은 시스템의 판단이 중요한 문제는 누구나 예측이 가능한 것도 많다.

쌍용자동차의 문제는 결국은 쌍차라는 기업의 회생여부가 관건이라는 단순한 목표가 있는 명백한 사안이다.그 안에서 쌍차를 살린 후에 조직을 보호하는 방법을 강구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은 너무나 쉽게 판단이 서는 문제 였던 것이다.

이를 "해고는 곧 죽음이다.", "차라리 날 죽여라"라는 감정적인 대응과 "공익자금을 투입해서 살려라", "산별노조의 공동투쟁"과 같은 구호는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어설픈 주장이었던 것이다.

갈때까지 가 보지 않아도 아는 문제를, 꼭 갈때까지 가 본 뒤에야 안다면, 지능수준이 의심되는 사람들일 것이다.

공장 불 태워 보고, 같은 노동자끼리 박터지게 싸워 보고, 경찰과 극렬하게 혈전을 해 보고, 목 터지게 소리질러 봐도, 현실은 변하지 않는 다는 것쯤은 알았어야 한다.

혹시 끝까지 가고 보면, 누군가 우리들의 노력을 가상히 여겨서 몇푼이라도 챙겨주지 않을 것이야라는 순진한 생각을 하고 했다면, 잘못 생각해도 보통 잘 못 생각한 것이라는 것이다.

요즘같이 정보의 유통이 활발하고, 시시각각 뉴스에 대한 분석과 대응이 일어 나는 시대에, 아직도 동정론과 어설픈 시차공격을 통해서 떨어지는 이익을 챙겨보려는 생각은 금물이다.

이제 제발 무슨 일을 할 때, 끝장을 보자는 막장심리가 아니라, 현명하게 판단하여, 많은 이해집단과 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판단력을 가진 돋보이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되길 바란다.

우리는 이번 쌍용차사건을 보면서 너무 많은 것을 잃어 버렸다.

더 이상 우리의 시간과 능력, 기회를 잃지 않기 위해서 필요한 현명한 판단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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