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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설일 : 2003/09/04
 

요즘 인기리에 주말마다 방영되는 1박2일이라는 연예프로그램에서 말끝마다 추임새로 외치는 구호가 있다. 버 라 이 어 티 정~ 신~.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가면서 시청자를 웃기고자하는 정신을 뜻하는 것 같다. 그 덕분인지는 모르지만, 그런대로 몸을 던져서 웃기고자하는 것이 시청자들에게 적절하게 보여지는 프로그램이다.

그 구호를 패러디하여, 우리 집안에서 집사람과 내가 우리의 아이들에게 외치는 구호가 있다. 다름아닌 학 부 모 정~ 신~이다. 당하는 우리 아이들이야 재미로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겠지만, 말하는 우리는 아이들에게 보통 압박이 아닌 것이다.

아침에 등교에 늦을까봐 잠을 깨울 때도 학 부 모 정~ 신~. 밥 먹고 하루일과를 설계할 때도 학 부 모 정~ 신~. 학교 갔다와서 학원갈 준비 할 때도 학 부 모 정~ 신~. 조금 시간 여유가 있어서 TV를 볼 때도 학 부 모 정~ 신~. 학원이나 도서실을 다녀와서 지친 몸으로 조금 쉴라고 해도 학 부 모 정~ 신~.

아이들을 닥달 하기 위해서 지치지 않기 위한 마음을 다지기 위해서 하는 구호지만, 듣는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그런데 세상을 살면서 운동경기나 공부처럼 투입에 대한 결과가 확실한 것은 없는 것 같다. 운동경기나 공부 모두, 갑자기 성적이 올라갔다고 하는 것은, 그만큼 그 기간에 엄청난 노력을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성적이 부진하면, 놀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래서 학부모들은 편하다. 아이들이 무슨 이야기를 해도 성적 하나만 보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금 냉정한 이야기이지만, 공부는 노력하지 않으면 절대로 얻어 낼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종종 세상은 성적순이 아니라고 하지만, 최소한 성적올리기가 목표인 경우에는, 당연히 열심히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성적달성을 위한 결과론이 아이들에게 심한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같이 고생하는 학부모는, 위와 같은 투입대실적의 냉엄한 현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무한한 노력을 강요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국민남동생이라고 까지 하고, 엄친아의 표상까지 되어 있는 박태환이라는 수영선수가 연이은 부진한 성적때문에 곤혹을 치루고 있다.

당연히 언론을 포함하여, 잘 모르는 사람들까지 이러저러한 입방아를 하고 있다.

그러나 내가 보는 결론은 단 하나이다.

놀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답도 하나이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학부모정신"으로 파악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더 열심히할 수 있냐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무책임한 학부모정신에서 벗어나야 할 것 이다.

세상에 위에서 말한 "학부모정신"같이 무책임한 정신은 없다. 누가 학부모가 되든, 또 누가 학생의 위치가 되든, "학부모정신"의 입장에서 보면 영원한 승자는 학부모이다.

무조건 잘하라고만 하면 되니까, 무조건 열심히 하라고만 하면 되니까이다.

그런데 우리도 누구나 학생시절이 있었기 때문에 잘 알 것이다. 공부를 잘 하는 학생이든, 못 하는 학생이든, 공부를 잘하기 위한 과정이 만만치 않고, 누구나에게 찾아 오는 굴곡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궁극적으로 최종성적이 좋은 아이들은 "학부모정신"의 영향으로 잘 마무리했다고 단언하기는 힘들 것이다.

당연히 우리가 아무리 주장하지만, 결론적으로는 학생 당사자가 어떻게 자기의 입장에서 수없는 어려움과 힘든 상황을 뚫고 잘 헤쳐 나가느냐에 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 모두 그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제3자의 입장에서 편하게 말해 버리기 때문에, 당사자의 입장을 도외시하곤 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학부모정신"과 같은 부모입장에서는 당연한 바램과 지원조차도, 공부하는 학생 당사자에게는 , 제3자적인 무책임한 개입으로 보일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다시 생각해 보면, 이번 박태환 선수의 부진은 박태환 당사자가 풀어야 할 문제인 것이다.

그가 스스로 차분하고 냉정하게, 지난 올림픽이후 지금까지 해온 과정을 복기하면서, 원인과 결과에 대한 반성과 향후계획을 세우도록 해야 한다.

지나친 관심이 오히려 학생들을 해치는 경우를 너무나 많이 보아 왔다.

갑자기 넘쳐 나는 비난과 야유를 박태환 선수가 슬기롭게 이기고, 보다 좋은 선수가 되기 위한 숙고의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그래도 변함없이 수험생인 딸녀석에게 학 부 모 정~ 신~을 외치고 있을 우리 집의 집사람에게 뭐라 말해야 좋을까 고민 해 본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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