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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설일 : 2003/09/04
 

이번에 검찰총장 내정자가 부도덕한 축재와 거짖증언 등의 이유로 내정철회가 되는 일이 벌어졌다. 나 역시 청문회를 보면서, 이 사람이 똑똑하거나, 자기네 축에서는 일 잘 한다는 말을 들었을 지언정, 너무 세상을 쉽게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번 청문회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사람은 내정자도 아니고 바로 내정자를 심하게 추궁했던 박지원의원이었다.

결과적으로 내정철회를 이끈 박지원의원의 공을 가지고, 엄청난 정보력이니, 발로 뛴 노력의 산물이니 하면서 찬사일색이다.

과연 그럴까.

엄청난 정보력이라기 보다는 친밀한 내부 네트워크를 소유했다고 해야 맞는 말일 것이다. 그리고 발로 뛰었다기 보다는, 맥을 잡고 길목을 지킨 쪽집게 같은 노림수였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그런데 내부 네트워크야 보나 마나 지역적 또는 친소관계의 연고를 가진 사람들의 도움일ㄴ 것이 뻔하기에 논할 것이 없지만, 어떻게 그렇게 길목을 노리고 정확히 쪽집게처럼 기다리고 있었느냐에 대애 궁금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다름아닌 관행의 덫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조직이 대부분 그렇지만, 특히 공직사회는 뿌리깊은 관행의 고리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것들이 많다.

그 관행 속에 사는 사람들은, 그것이 잘못 되었는지 아닌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그냥 관성에 의해 무신경하게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종종 당하는 사람들은 억울하겠지만, 전혀 모르고 있었던 조직 밖의 사람들에게는 놀라움과 지탄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공직자 청문회에서 흔하게 제기되는 논문 대필 또는 중복게제 같은 것이다. 이는 지금도 학교사회에서 공공연히 행해지고 있는 뿌리깊게 고질적인 관행중에 하나 인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도제식 구조의 대학원논문 생산시스템에서는 피할 수 없는 허점이기도 한 것이다.

그래서 대학교수가 공직에 오르면, 무조건 논문이력만 들춰봐도 손쉽게 약점을 찾을 수 잇는 것이다.

이런 예는 무수하게 많다. 예를 들어 어느 공직자 예정자가 재산이 많고, 강남에 거주하고 있으며, 군대갈 나이가 된 아들을 두고 있으면, 무조건 세개중에 하나만 뒤져도 걸리게 되어 있다. 최소한 투기가 아니더라도 위장전입 한개쯤은 걸리게 마련이다. 이런 관행적인 부정적 방법의 성장경로를 우리 모두가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검찰총장 내정자의 치명적인 약점으로 걸린 것 중의 하나가, 스폰서이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우리나라에서 주변에 공부 잘 하거나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어떻하든 스폰서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을 정도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이야기 이다. 자살한 노무현 전대통령도 뿌리 깊은 스폰서관계의 부정한 거래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정도이니, 정치적 경제적 후원자를 자처하는 이런 관계는 너무나 일반화된 관행이었을 것이다.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진 내용이 아니었겠지만, 집권경험이 있는 박지원의원 정도가, 이 악물고 이 정도 길목을 지키고 있었다는 것을 자랑삼아 치부하는 것이 우스울 정도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관행이 좀처럼 시정되지 않는 다는 것이다.

거의 대부분의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두고 억울하다는 심정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들춘 사람 역시, 이런 관행을 고칠 생각 보다는, 정치적 상대 하나를  내 손으로 거꾸려트렷다는 것에 만족하는 모양이다.

이번 기회에 힘들겠지만, 이러한 스폰서관행을 조금이라도 시정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은 이런 이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뒤를 돌아 보면 작든 크든 우리 사회에는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말로 안되는 나쁜 관행이 너무 많다.

나만 해도, 예술의전당에 근무할 때, 야근을 하지도 않았으면서, 특근수당을 더 받기 위해서 야근했다고 한 적이 많았다. 아니 근무한 15년 내내 그랬다고 해야할 것이다. 아무 죄의식도 없이 그저 월급 더 받는다는 욕심 하나로, 모든 직원이 눈 하나 까딱하지 않고 근무대장에 사인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정도의 일은 거의 우리나라 공직사회에서는 일반화된 것이다.

버스. 전철타고 다녔으면서도, 택시탔다고 교통비 청구하고, 우리끼리 비싼 술집에 가서 신나게 술 먹고 회식하고도, 접대했다고 청구하고, 그야말로 이루 말로 할 수 없이 많다.

이와 같은 부정적 관행을 서슴치 않고 감행하는 치팅컬쳐(cheating culture)를 바꿀 방법에 대해서, 사회가 도덕 재무장이라도 해야 할 시점이 오는 것 같다.

한 건 했다고 희희낙낙하고 있는 청문회스타보다, 관행을 부끄러워하고 고쳐야 겠다고 마음을 다지는 성숙한 사회가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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