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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종(한국예술종합학교)의 총장을 했던 사람을 이러저러한 이유로 해임한 것을 시작으로, 때 아니게 한예종이 좌파논란에 휩싸여 있다.
이 사건의 본질은 황지우총장의 해임도 아니고, 유인촌의 막가파식 밀어붙이기 인사도 아니고, 더더군다나 좌파니 진보니 하는 것의 문제도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말도 안되는 억지 논리를 끌어다가 붙여서, 마치 한예종은 별문제 없는데 진보세력으로 덧 쒸어 매도한다고 우기는데에 있다.
우선 한예종은 말그대로 실기전문 콘서바토리(컨소바토아) 학교로 출발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학력위주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로 말미암아서, 한예종을 종합대학으로 편입시키려는 내부움직임이 이 모든 사건을 부채질 했다고 봐야 한다.
사실 출범은 실기전문가를 양성하겠다고 하여 설립해 놓고, 당초의 취지에서 벗어나서 정식대학으로 둔갑을 하고자 했던 내부 소속원의 이기적인 태도에서 이 학교의 이중성을 잉태하고 만 것이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학제간 파괴"나 "학예간 융합", 소위 "통섭교육" 자체는 결코 진보적 이론도 아니고 좌파적 이론도 아닌 것이다. 오히려 분야간 다양한 경계를 허물며, 다양한 시도와 발전을 기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인 방법론 중의 하나 일 것이다.
이를 굳이 황지우가 했다고 해서 진보니 좌파니 하며 매도한다면, 아마도 그 사람이나 집단은 이 일에 대해서 아무런 지식과 책임이 없음을 스스로 밝히는 셈이 될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학문과 이론의 다양성을 인터페이스하기 위해서, 기존의 콘서바토리 위주의 교육체제와 어떻게 하면 잘 어울릴 수 있게 하는냐가 문제인 것이다.
그래서 이를 위해서 황지우같은 이성적인 사람(시인을 이성적이라고 하니까 이상하긴 한데, 감성도 균형감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성적일 수 있다고 생각하자)의 입장에서는 실기위주의 교육에 이론을 접목시키고 싶었던 순수한 의도가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한예종 내부 직원들은 이런 합목적적 방향을 이용하여, 한예종의 영역을 넓히고, 기능을 확대하고, 그래서 궁극적으로는 정식 교육부인가 종합대학으로 하고 싶어하는 속마음이 깔려 있다는 것도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이는 내가 예술의전당에 있을 때, 그 좁은 예술의전당 부지를 비집고 들어 올 때부터 예견했던 일이기도 하다.
이러한 속내는 감춘 채, 말 그대로 순수한 학문적 열정을 좌파니 진보세력이니 하면서 억누른다고 생각하니, 아무 연유도 모르는 사람들이나 심지어 학생들 까지도 분통이 터질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이런 집단의 뿌리깊은 이해에, 황지우 같은 순진한 시인이 이용당한 꼴이라고 볼 수도 있는것이다.
이런 면에서 보면, 정권의 앞잡이로 내려온 소위 낙하산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 모두 기존 집단의 이해에 휘둘리는 꼭두각시로 전락하기 십상임을 보여 준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내부적 요구는 결국 한예종의 불분명한 시작에서 기인한 것이기에, 아마도 상당한 진통을 겪더라도 생채기만 키울 뿐, 근본적인 해결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우리나라 문화예술교육의 현실과 학력지상주위의 교육현실을 타파하고자 만든 한예종이, 뜬굼없이 진보논란에 휘말리면서, 더더욱 문제의 본질에서 멀리 벗어나는 꼴이 되고 있는 것이다.
처음부터 실기위주의 교육을 한다는 것도 우스웠지만, 이론이 수반되지 않는 실기교육의 허상을 20년도 훨씬 지난 이제서야 인식하게 되었다는 것이, 이 문제가 앞으로 갈길이 멀고도 험하다는 예상을 하게 한다.
지금이라도 이왕 시작된 논의를 좌파니 진보니 하는 정치적 논리에서 벗어나서, 문화예술교육에서 이론과 실기, 또한 타 분야와의 연계방안 등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으로 촛점을 모으는 것이 현명할 것으로 보인다.
어차피 지금이 아니라도 한번쯤은 겪어야 할 논의라고 생각하고, 감정적이 아닌 한예종의 미래를 위한 건실한 논의가 되길 희망한다.
그래도 한예종은 우리나라 최고의 콘서바토리임에는 틀림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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