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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설일 : 2003/09/04
 

나는 오랫동안 미술관련 일에 종사하였다. 미술과 관련하여 전혀 지식이 없던 나로서는, 보다 진지한 미술기획을 하고자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하였다. 그런 여러가지 실천중에 미술작품을 이해하는 방법을 공부하였다. 예를 들면 미술작품의 이해를 위한 현상학과 함께 도상해석학 등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한 적이 있었다.

한동안 우리 정치사회에서 회자되고, 지금도 종종 거론되는 "코드정치"라는 것이 알고 보면 해석학의 일부이기도 하다. 따지고 보면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언어나 표시가 모두 기호학에 포함되고, 이러한 상징물 또는 상징적 표현이 어떻게 전달되냐하는 방법론 중의 하나가 미술일 것이다.

물론 미술만이 아니고 정치, 경제, 수학, 언어 등 모든 부분에서 소통의 도구로 사용하는 것이 기호와 이미지 일 것이다.

미술에서도 어느 작가가 어떤 그림을 그린 것에 대한 이해를 위해 공부한다. 그 중의 하나가 도상해석학 인 것이다.

지금 사람들은 소통의 정치가 중요하다고 한다. 소통의 상대들이 얼마나 많이 정보와 의견을 주고 받는 것이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즉, 왔다 갔다 해야 이해의 깊이가 생긴다는 것이다.

굉장히 적극적인 소통방법 만이 상대를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미술작품을 생각하면 너무 일방적인 것이다. 미술작품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일방적으로 작가의 그림을 수용할 수 밖에 없는 일방소통인 것이다. 그래서 미술관람자를 수용자라고도 표현한다.

이와 같은 일방적 소통구조임에도 전혀 불편함이 없다. 극단적인 소통의 구조라고 해서 전혀 소통에 문제가 될 이유가 없다. 왜냐하면 작가는 이미 그림이라는 이미지를 통해서 모든 것을 쏟아 내었기  때문이다. 상당히 치명적인 소통인 것 같고, 소극적인 소통구조인 것 같지만, 오히려 적극적이고 활발한 소통구조임에 틀림없다.

오히려 몇백년전에 그려진 세계적 명화는 끊임없이 우리에게 화두를 던지고 있는 것을 보면 신기할 따름이다.

결국 문제는 어떻게 수용자가 작품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냐의 문제 만이 있을 뿐이다. 따라서 도상해석학의 문제는 해석만의 경우가 목표가 아니고, 수용자의 다양성에 따른 복잡다기한 해석의 가능성을 당연히 받아들이는데에 있는 것이다.

일주전에 이미지와 미디어를 통해서 소통의 정치를 표방한 전임대통령이 자살을 하여 이 세상을 떠났다. 그를 추종하는 사람들은 그의 소통력에 감복하고, 현재 정권의 사람들을 꽉 막힌 사람쯤으로 치부하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늘 주장한다. "소통의 정치"를  해달라고 말이다.

그러나 과연 "소통"이란 것이 그저 서로 마주 앉아서 끊임없이 자기 생각을 주고 받아야 된다는 것쯤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주절주절 넋두리 같은 것이라도 사분사분 받아 주어야만 소통이 잘되고 말이 통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늘 자기의 생각만을 잘 받아 주는 사람이 소통의 그릇이 크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겟다.

사실 자기들 자체는 소통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서 일방적으로 남에게만 소통을 해달라는 것은, 흔히 말해서 어린이가 칭얼거리는 정도의 생떼 이상이하도 아닌 것은 누구나 아는 이야기일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자기의 배만 부르면 되고, 더러운 용변만 치워 주면 되는 유아적인 관점에서 유일한 소통구조는 울음뿐이 없을 뿐인 것이다.

이번에도 그의 죽음을 추모하는 다양한 이미지들이 미디어를 통해서 일방적으로 쏟아지고 말았다. 본질의 의미와는 상관없이 가공된 그의 이미지는, 그가 억지로 연출하지 않은 이미지라고 하더라도, 대중들에게는 가공되어 받아지고 있는 것이다.

가공의 가공, 변형의 변형을 통한 왜곡된 이미지를 가공의 가공, 변환의 변환을 통한 일방적 수용을 통해서 전달된 정보가 얼마나 무가치한 쓰레기였을 것이냐 하는 것은, 미루워 짐작해도 알  만하다.

최소한 이미지 정보만으로 본다면, 잘 못되도 한참 잘못된 소통구조를 통해 유통된 쓰레기 정보였음에 분명하다.

그러니 그의 지지자라고 해도, 한바탕 울고불고하고 나면 남는 것이 없는 허접하고 유치한 수준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가 석굴암의 미소를 보고 마음의 평안과 우리들의 미소의 가치를 알 수 잇는 것과는 차원이 틀린 소통인 것이다. 석굴암의 부처가 우리 민족이 아닌 다른 나라사람이 만든 종교의 가치라고 우습게 보지 않는 것과 동일하다. 평민이 아닌 고귀한 승려들만의 가치라고 내팽겨치지 않는 것과 동일하다.

그런 점에서 요즘 소위 자칭 진보세력들이 내세우는 노무현식 이미지 표현방식은 실패작이다.

최소한 미술과 같은 이미지 표현방식으로 치면 초등학교  수준의 유치한 작품이거나, TV드라마 정도의 별볼일 없는 것이다. 재미도 없고 감동적이지도 않은 평범한 드라마 한편 봤다고 치부한다고 해도, 남는게 없는 일주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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