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당히 오래된 일이긴 하지만 기억이 생생한 일이 있었습니다.
다름 아닌 5공 청문회였습니다. 사람들은 5공청문회가 배출한 스타는 노무현 전대통령이라고 하지만, 저의 기억은 그런 대중적 관심보다는 다른데 있었습니다.
수백명의 사람들을 학살했던 진압작전의 책임이 누구냐였던 겁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최초로 일반 시민에게 발포하도록 명령한 사람이 누구냐였던 겁니다. 결국 그 명령을 내린 사람이 이 모든 비극의 책임자라는 유추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는 당연히 전두환 전대통령이라고 믿었습니다. 누가 봐도 당연한 이야기라고 생각햇던 겁니다. 지금도 그 모든 사태의 책임에 전두환 전대통령과 그 주변 사람들에게 있다는 믿음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러나 청문회의 결과는 달랐습니다.
수없이 많은 국회의원들이 증거를 들이대고 분노를 표시해도, 전두환 당사자는 요지부동이었습니다. 안했다는 겁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광주학살의 책임도 없다는 겁니다. 왜냐하면 자기가 직접 죽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우리 모두는 분노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지금도 그 당시의 분을 삮일 수가 없을 정도이니, 그당시 사람들이 느꼈을 괴멸감과 허탈함, 정치인의 부도덕, 철면피한 인간성의 극치에 치를 떨었던 것입니다.
그 이후로 공공부문의 책임자들은 무슨 청문회만 있으면, 나와서 뻔뻔하게도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으로까지 되어 버렸다고 판단될 정도입니다.
우리 역시 직접 람보처럼 대통령이 직접 총을 들고 난사했다고 생각하진 않았습니다. 그러나 실질적인 책임자이고 당시 군사정권의 최대수혜자인 전두환 전대통령에 포괄적이고 총체적인 책임이 있다는 확신 때문에 분노한 것입니다.
이제는 이 모든 판단을 역사의 심판에 맡길 수 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그와 유사한 일이 멀쩡하게도 지금 우리 옆에서 똑같이 벌어 지고 있습니다.
처가 받았다고 시인하였고, 형님, 아들, 자기 최측근들이 뇌물을 받아 물쓰듯이 쓰거나, 개인의 영달을 위해서 전횡을 했다는 사실이 끊임없이 나오는데도, 죽어도 자기는 모른 다고 합니다.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진짜로 모를 수도 있을것 입니다. 이 경우에는 아마 지금 본인이 생각해도 한심스러울 정도일 겁니다.
그리고 처가 받아서 몰래 속이고 했을 수도 있을 겁니다. 금액이 좀 커서 그렇지, 아무리 집안 일이라고 하지만, 이게 사실이라면 지금쯤 집안에서 담배재털이 날아가고 난리를 쳤을 수도 있을 겁니다.조금 부끄럽지만, 진짜로 유치한 가정사로 치부할 수도 잇을 겁니다.
자기 아들이 아버지 몰래 사고쳤을 수도 있을 겁니다. 아무리 내 품에서 낳은 자식이라지만, 맘대로 되지 않는 것이 자식일이라는데 그럴 수도 있을 겁니다. 조금 금액이 50억이 넘어서 그렇지, 금액문제만 빼면, 아버지 몰래 사고 치는 것이야 일도 아니죠. 요즘 세대에서 그것보다 더한 일은 다반사이니까요.
하기야, 이번 보다 훨씬 전부터 스스로 부모같다고 하는 형이라는 작자가 수차례 뇌물수수에 연루되었어도 끝까지 몰랐던 일이라고 할 정도이니, 위와 같은 일이 사실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일이 사실이라고 해도, 지금쯤 냉정하게 본인이 조용히 객관적으로 판단해 볼 시간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고도 책임이 없다고 우기고 싶을까요.
정말로 자기는 실제로 일원 한푼 받은 적이 없으니, 나만은 결백하고, 그러니 믿어 달라고 할 수 있을 까요.
너무 불쌍하고 애처럽습니다.
본인 스스로가 법조인이니 감방에 가는 것이 얼마나 모욕스럽고 힘들고 누추한 일이란 것을 잘 알 것입니다. 그러기에 지금쯤, 노무현 전대통령은 많은 갈등에 사로잡혀 있을 지도 모릅니다.
그냥 확 통크게 미안하다고 하고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할까, 아니면 끝까지 면피하기 위해 최선을 대해서 자기 방어를 해야 할까 혼동스러울 겁니다.
우리 이제 이정도의 수준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이 사실이라면, 노무현 전대통령을 잡아들이지 맙시다.
우리가 한때 대통령으로 있었던 사람을 잡범으로 취급하기에는, 우리 스스로가 너무 누추해 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무슨 사과도 받지 않도록 합시다.
용서라는 단어 조차 쓰지 말기로 합시다.
그 사람도 현실적으로 남은 인생이 최소 20년 정도는 될텐데, 어떻하든지 버틸 수 밖에 없는 평범한 소시민임을 인정하기로 합시다.
오히려 이것이 그의 명분과 실리를 최소화하는 방법임을 스스로 깨닫게 해줍시다.
그렇게 재임중에는 도덕을 훈장처럼 여기고, 무슨 일만 있으면 통큰 정치적 결단은 혼자 다 한 것 같은 사람도 별 수 없는 치졸한 인간임을 알게 해주는 유일한 방법인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