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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설일 : 2003/09/04
 

맹주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동맹을 맺은 개인이나 단체의 우두머리랍니다. 그런데 봉건시대에 제후들 가운데서 패권을 가진 사람을 맹주라고도 합니다.

물론 제가 아는 맹주라는 말은 사실 무협지에서 많이 쓰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무협지에서 맹주란 같은 정파에서만 뽑는 것이 일반적이고 현실적인 결과일 것 같습니다. 어짜피 무림, 무림 맹주 모두 상상력의 산물이지만, 같은 정파에서만 뽑는 것이 맞겠죠.
 
세력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대의명분이라는 것이 필요한데 사파에서 그런 것을 주장해도 큰 호응을 받기가 힘들겁니다. 무협물을 보다 보면 정파, 사파 등이 단순히 세력으로만 느끼기 쉽습니다. 하지만 현대의 시점에 대입시키면, 공식적인 단체와 조폭 정도의 차이로 볼 수 있겠죠.
 
조폭끼리 두목을 뽑을 수는 있어도 공공연히 시장이나 대통령이 될 수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보면 될듯 합니다.

난데 없이 맹주라는 말을 하면서 무협지를 들먹이는 것이 우습기도 하고 초라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최근에 지난 대선에서 떨어진 어느 야당 거물정치인이 이번 봄에 치룰 보궐선거에 나올 모양입니다.

그러면서 그 정치인이 출마하는 지역의 맹주라고 해서 말썽인가 봅니다.

다시한번 맹주라는 사전적 의미에 집착해 봅니다. 동맹이나 협약을 맺은 개인이나 단체의 우두머리를 뜻한다고 하는데, 도무지 그 맹주와 그 지역 사람들이 어떤 정치적 동맹이나 협약을 맺었는지가 궁금합니다.

몰라서 묻냐고요.

알면서도 알 수 없는 것이라 그럽니다.

저는 서울 사람이라서 그런지, 도무지 우리나라 정치권에서 해결되지 않는 지역색이 그런 겁니다.

도무지 그 지역에 있는 사람들이 어느 정치적 목적과 합의를 했는지에 대해서 생각할 수록, 우리나라 지역색은 어처구니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만이 아니고 세계적으로 지역주의가 있는 것을 부인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지역주의는 참으로 기이 합니다. 명백히 근대에 살면서도, 그 저변에는 봉건적 구조를 전혀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전근대성이 너무나 깊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위에서 우습게도 무협지 예를 들어서, 맹주라고 거론되는 유명정치인에게 미안하기는 합니다.

그러나 솔직히 깡패나 불량배 쯤에나 어울릴 듯한 세력의 맹주만도 못하게 취급되는 것이 우리나라 정치의 지역맹주임을 알게 되면, 미안할 것도 없을 겁니다.

솔직히 맹주적 역할도 할 그릇도 못되면서, 맹주인양 거들먹 거리고, 민족과 국가를 파는 파렴치함이 부끄러울 정도입니다. 이런 면에선, 오히려 그래도 자기 세력 보호를 위해 목숨이라도 거는 조직배의 두목만도 못하기 때문입니다.

역설적이지만, 제가 그렇게도 싫어하는 노무현의 성공신화 뒤에는, 이와 같은 뿌리 깊은 지역색에 안주하지 않으려는 자기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겁니다.

최소한 그는 정치적 성과와 무관하게, 지역색 타파를 기치로 내건 용기있는 정치인의 모습은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 속내와 배경에 대한 해석은 복잡하더라도, 노무현이나 이명박 모두 정치적으로 지역색을 엷게 해온 점에서 평가 받을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조폭만도 못한 어줍쟎은 맹주역할놀이에 기대어 정치권에 발을 들여 놓으려는 정치인들은 각성해야 할 것이다.

얼마만큼 시대에 역행하는 짓인지를, 본인 스스로 가슴에 손을 얹고 성찰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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