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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설일 : 2003/09/04
 

며칠전 대통령이 느닷없이 산업현장을 들려 한 말이 있다. 왜 우리는 닌텐도같은 게임기를 못만드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아마도 자동차, 그것보다도 훨씬 크고 정교한 선박도 만드는 나라가, 도데체 이런 조그마한 게임기 하나 못 만드냐는 질책인가 보다. 아니 핸드폰이나 IT최강국이라고 하는데, 이 정도야 대통령이 한마디 하시면 만들어 와야 되는 것 아니냐는 촉구였나 보다.

나는 오랫동안 콘텐츠의 유통과 관련한 핵심기술을 만드는 회사의 사장으로 일해 왔다.

그런 사람의 입장에서 한마디로 말하면, 언감생심 꾼도 꾸지 말라고 할 수 밖에 없다.

물론 우리도 그만한 기술력과 자본력 등 덤벼 볼 수 있는 모든 여건은 다 갖추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기에 대통령의 안목으로는 안타까울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가지지 못한 것이 있다.

바로 콘텐츠와 콘텐츠가 적용될 시장의 분석 및 설계능력이다.

내가 알고 있기로 닌텐도의 게임기의 역사는 전세계 게임기의 역사와 동일하다고 알고 있다. 물론 닌텐도 기업 자체의 역사 역시 100년을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 탄탄한 역사속에서 소위 화투짝판을 만들기 시작한 경험부터 차곡차곡 쌓인 수십년의 산물이란 것이다.

지금 당장의 닌텐도DS 역시 그리 간단하지 않은 준비작업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미 1990년대 말부터 치밀하고 정교하게 비지니스플랜을 세웠고, 관련콘텐츠의 독점 공급 및 제작을 위해서 엄청난 시간과 인력투자를 해왔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정도는 관련업계에 있는 사람에게는 모두다 상식이 되어 버린 일이다.

그런 기나긴 투자와 노력은 거두절미하고, 그저 눈 앞에 보이는 생산품 하나로만 평가한다면, 죽었다 깨어 나도 만들지 못할 것은 뻔 한 일이다.

그러니 우리나라 핸드폰 세계시장 점유율이 세계 1,2위를 해도 별로 남는게 없는 장사를 하는 이유일 것이다.

그저 박스 하나 구해서 복사하여 제작하는 기술력 하나 가지고 어떻게 세계1위를 유지할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

이제 세계는 원천기술과 콘텐츠의 전쟁터로 변하고 있다.

이미 미디어의 융합과 장비간 인터페이스가 광법위하게 되면서, 얼마나 다양한 기술이 다양한 콘텐츠를 이리저리 활용할 수 있느냐의 경쟁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런 시대가 눈 앞에 왔는데도, 아직도 고리타분한 방송법 하나 가지고 실랑이 하는 나라의 미래가 어떨건지는, 상상만해도 아찔하다.

이미 세계 최초로 IPTV와 와이브로 기술을 개발했어도, 법제화가 늦어져 상용화 서비스가 지연되는 바람에 선두를 빼앗긴 경험을 가지고 있다.

지금이라도 닌텐도의 눈부신 성과가 부러우면, 기초산업과 기초기술, 콘텐츠 시장의 육성에 눈을 기울이는 정책이 필요할 것이다.

지금이야 늦었지만, 그래도 더 늦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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