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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는 새벽 1시부터 우리 박지성이 나오는 경기를 보느라 새벽잠을 설쳤습니다. 물론 박지성이 속한 팀이 이겨서 기분 좋게 쪽잠이라도 자고 출근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영국의 어느 축구팀이 저와 무슨 연고가 있을 이유가 없습니다. 다만 단지 오로지 박지성선수가 뛴 다는 이유로, 그 팀을 응원하게 된 거죠.
그런데 여전히 아침에 일어나 보니, 박지성이 잘 했다는 사람도 있었으나, 골 하나 못 넣는 선수쯤으로 폄하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물론 서운했습니다. 그런데 저를 더 화나게 하는 것은 일본 축구팬들이 "박지성쯤은 우리도" 하면서 비아냥 거렸답니다.
여러분들은 영국에서 박지성이 하는 축구 경기를 보셨겠죠.
박지성선수 정말 잘 합니다. 그런데 공을 못 넣습니다. 그러나 제가 분석하기론, 지금은 그럴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박지성의 역할을 보면, 말이 공격수지 팀에서 허드렛 일은 모두 합니다. 이것을 박지성이가 열심히 뛰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그게 아니고 팀에서 박지성에게 준 임무가 그렇다는 겁니다. 즉 열심히 뛸 수 밖에 없는 역할을 주고 있습니다.
우리 팀이 코너킥을 할 때는, 박지성은 골 마우스 근처는 고사 하고 미드필드 진영에서 수비백업을 합니다. 왜냐하면 비디치나 퍼디랜드 같은 제공력이 좋은 수비수가 공중볼 다툼을 하도록 해야 하므로, 이들의 빈 자리인 중앙 또는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합니다.
만약에 박지성이 없다면, 그와 같은 헤딩력이 좋은 수비수를 보유하고 있는 팀이라도, 감히 공격진영 깊숙히 들어 올 수 없을 겁니다. 박지성의 능력과 역할을 팀이 믿고 있기 때문이죠.
덕분에 박지성은 우리편이 코너킥을 할 때 볼을 찰 기회가 전혀 없다시피합니다.
거꾸로 우리편이 코너킥을 당하면, 박지성은 예외없이 골포스트 한쪽 귀퉁이를 지키고 있습니다. 즉 골대는 골키퍼와 박지성 두사람이 지키는 셈인데, 사실 반데사르는 큰 키를 이용하여 적극적으로 제공권을 장악하므로, 골키퍼의 빈자리는 당연히 박지성의 자리입니다.
이 일이 수비수가 한다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되지만, 명색이 공격수인 박지성에게 최후방을 지키게 합니다.
그러다가 공이 클리어되면, 누구보다 먼저 최전방으로 달려 나갑니다.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축구선수가 흔할까요. 그것도 세계최고의 프리미어리그에서.
필드플레이를 할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말이 공격수지, 침투와 돌파는 대부분 에브라와 호나우도의 몫입니다. 물론 이들의 크로스를 받아 먹는 역할은 베르바토프, 테베스, 루니입니다.
그럼 왜 박지성은 빠지냐고요. 못할 이유야 없겠지만, 박지성은 주로 백업으로 있다가 세컨드 볼에 대한 처리를 맡긴 듯합니다. 그러기 때문에 박지성이 골을 넣는 다는 것은 기회상 흔치 않을 수 밖에 없는 겁니다.
그러나 박지성이 있기 때문에 베르바토프, 루니, 테베스가 저돌적으로 데쉬를 할 수 있다는 점도 무시 못할 겁니다. 만약에 박지성이 없다면, 이들의 플레이는 많은 제약이 가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틀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종종 중앙에서 개인플레이에 집착하는 테베스가 맨유의 조직에서 눈밖에 나는 이유가 다 그런거죠.
물론 미드필더들 역시 박지성의 역할을 톡톡히 봅니다.
중원을 장악하고 잇는 긱스나 스콜스 등은 개인기량면이나 리더쉽, 경험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나, 특히 많은 운동량을 요구하는 미드필더에게 나이가 가장 큰 장애일겁니다. 그럼에도 이들을 중원의 사령관으로 기용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이들의 경험과 능력때문이죠. 물론 이들의 행동공간을 확보해주거나, 빈 공간을 메워주는 박지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공격, 수비, 미드필드까지 동분서주 자기가 맡은 역할을 위해 뛰어 다니는 박지성은 대단한 선수입니다. 어떻게 보면 맨유라는 조직력이 박지성때문에 가능했고, 맨유이기 때문에 박지성이 필요한 지도 모릅니다. 서로 잘 맞아 떨어진 거죠.
공격수는 골과 어시스트와 같은 공격포인트로 능력을 평가 받는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축구팬으로서는 이해가 안되는 구석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이와 같이 박지성이 맨유에서 하고 있는 역할을 이해하지 못하고 기능으로만 해석하려니 오해가 생기는 겁니다.
어떻게 보면, 지금 박지성은 맨유에서 골을 넣기 보다, 맨유라는 엔진이 잘 돌아가도록 하는 톱니바퀴 또는 윤할유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언젠가 박지성에게도 지금보다 다른 적극적인 공격수로서의 역할을 요구할 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날이 오면, 또 그런 기대에 부응하면 되는 것이죠.
저같은 하수도 이런데, 이런 해석을 하지 못하고 "박지성 쯤"으로 폄하하는 일본축구팬들은 스스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봅니다. 아니면 얄팍한 감정을 드러내고 있던지.
아무튼, 비록 골은 넣지 못했으나, 자신이 맡은 바를 충실히 수행하는 한국의 청년 박지성이 자랑스럽습니다.
드러내지도 않으면서 고수가 될 날이 올 것이라고 믿으니 더욱 뿌듯합니다.
그 때, 일본아이들은 뭐라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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