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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없이 많은 법률들이 상정되어 입법이 예고된 요즘, 유독 MBC만이 방송관련법이 반민주적이라고 흥분하여 뉴스를 점거하고 있습니다.
금산법도 문제다, 집시법도 문제다 하면서 졸속처리 운운하다가, 안되겠다 싶었는지 온 조직을 동원하여 총체적으로 방송관법을 막아야 겠다고 합니다.
이유는 방송을 재벌이나 언론사들이 소유할 수 있다는 개연성 때문에 그렇답니다. 특히 원수같이 생각하는 조중동이 자기네 방송을 소유할 수도 있다는 악몽을 꾸나 봅니다. 그럴만도 하겠죠. 지난 10년간 지독하게도 조중동을 반민족, 반민중, 반민주세력으로 매도해왔던 터이니 말입니다.
금산법의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주요한 내용은 현행과는 달리 금융부문을 산업부문의 자본이 점유할 수 있다는 거겠죠. 한마디로 말하면, 재벌이 금융을 소유할 수 있도록 바꾸는 법이고, 그래서 금융이 재벌들의 사금고화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다는 겁니다. 충분히 그럴만한 개연성이 있다고 봅니다. 특히 그동안 재벌과 같은 거대기업군들이 우리나라 산업화시대에 반민주주의세력과 결탁하여 부를 축적했다는 부정적 시각이 바뀌지 않은 현실에서, 누구나 염려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런 문제에 있어서, 지극히 이중적인 이률배반적 구조를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외환은행같은 경우입니다.
10년전에 외환은행이 부실하여 파산일보직전까지 갔을 때, 우리나라에서 외환은행을 구할 수 있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있었다면 삼성, 현대, LG같은 재벌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이나 그 때나 똑같이 은행이 아무리 어려워도, 은행이 재벌에 넘어가는 꼴은 볼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에는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외국의 사모펀드회사에게 넘기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터졌습니다. 그 외환은행이 불과 몇년 사이에 이익을 내는 구조로 바뀌어 회생하고, 사모펀드의 속성상 몇배나 불려 팔고자 했던 것입니다.
당연한 이야기이고 귀결이었지만, 배가 아픈 우리나라 사람들은 무식한 정권을 앞세워 온갖 구실을 내세워 외환은행매각의 부당성을 들춰냈습니다. 억울할 만도 하죠. 결국 우리나라의 생돈이 고스란히 외국의 돈놀이하는 어줍쟎은 펀드에 바칠려니, 없던 애국심도 생길정도 였을 겁니다. 그러나 억울했지만 말도 안되는 일이죠. 결국에는 그렇게 법원이 판결이 났지만, 그래도 억울한 마음은 가시지 않나 봅니다.
분한 마음에 씩씩거리지만, 우리는 이 일을 통해서 많은 교훈을 배웠습니다.
억울해도 우리나라사람이 우리나라 돈을 가져가는 것이 좋겠다는 겁니다. 그래서 고민 끝에 지금의 금산법을 제정하기로 한거죠.
그런데도 또 금산법을 입법하는 과정에서, 과거 10년 전에 우리를 괴롭혔던 악령들이 다시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또다시 안된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재벌에 은행을 넘기면 안된다는 겁니다.
그렇게 당하고도 아직도 멀었습니다.
현실과 이상 사이를 극복하지 못하는 이런 이중성을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런 식으로 쉽게 과거를 잃어 버리는 무책임한 태도는 다람쥐 쳇바퀴처럼 제2의 외환은행사태를 잉태하고 있는 겁니다.
우리끼리는 이런저런 이유를 댈 수 있지만, 이런 바보 같은 사람들을 한마디로 말하면 철부지라고 합니다. 이런 수준의 사람들이 지금 우리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있습니다. 종합적이고 전략적 사고가 결여된 이런 하챦은 인간들이, 우리앞에서 뭐나 알고 있는 것처럼 길길이 널뛰고 있으니, 나라가 균형감각을 가지고 있을리 만무하죠.
이야기가 길었습니다.
지금의 방송법도 마찬가지입니다. 왜 방송의 소유구조를 바꾸는 것이 재벌과 조중동에게 넘어갈 것이라고만 매도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왜 그들은 그런 집단에게만 날을 곶추 세우는지 모르겠습니다.
미래는 물론이고 당장 몇년사이에도, 방송의 환경은 급속히 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미 IPTV니 케이블, 위성방송이니 하는 것들이 보다 다양한 형식으로 기존의 공중파방송영역과 경쟁할 것입니다. 이런 기술과 사회의 발전에 따라서, 방송에 대한 요구 역시 지금과 같은 독점적 경쟁과는 다른 형태가 될 것이 뻔합니다. 물론 외국방송의 개방요구도 심해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또한 우리나라 방송구조를 흔들 수 있는 거대 외국자본이 들어 올 수도 있습니다.
이런 급격하고도 엄청난 파고가 예상되는데도, 우리나라 방송은 우리나라 안의 재벌과 조중동만 무서운가 봅니다.
그저 세상이 어떻게 변해도, 재벌과 조중동만 피하면 행복하다는 것입니다.
어리석죠.
왜 그들은 입으로는 세상이 변하고 개방된다고 하면서, 자기들의 영역은 불가침으로 간주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들이 우려하는 조중동이 방송을 소유해 본들, 그 역시 소비자에게 필요한 방송이 되지 않으면 퇴출될 것이 뻔합니다. 마찬가지입니다. 제아무리 외국자본이 들어 오든지 하더라도, 결국은 가장 좋은 방송콘텐츠를 만들지 않으면 살아 남기 힘든 시간이 오고 있음을 알아야 할것입니다.
만약에 조중동이 소유한 방송이 성공한다면, 그것은 조중동이 소유했기 때문이 아니라, 소비자의 구미와 소비자가 바라는 방송을 만들었기 때문일 겁니다.
이와 같은 시장논리를 무색하게 하는, 자기들만의 공영방송론을 주장하는 그들은 스스로 방송업계를 무기력하게 만드는 존재임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이것을 정권과의 투쟁정도로 치부하는 그들의 안목이 부끄럽습니다.
그냥 말 한마디 멋있게 하면 된다는 단순한 생각이 아니길 바랍니다. 지금 현재가 등 따스하니 그냥 이대로 쭉 나가길 바랄 지는 모르지만, 그렇게 세상이 만만히 그들을 기다리고 있지 않음을 인식해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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