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김연아의 그랑프리 파이널 피겨 경기를 보셨나요. 평소에 피겨는 남의 이야기라고 생각해 왔던 터라, 비록 몇년전 부터 김연아때문에 보게 되었디만 역시 익숙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우리 땅에서 우리 선수가 선전하는 것을 봐야 겠다는 욕심에, 저녁도 물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보게 되었습니다. 본격적으로 다른 선수 경기까지 실황으로 보게 된 것은 거의 처음일이라서 무척 긴장되었습니다.
당연히 기술과 프로그램으로 하는 경기라 굉장한 전문지식이 필요한 부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뭐가 뭔지도 모르고 그저 우리 선수가 넘어지지 않기만을 기다리며,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한 선수 한 선수의 경기를 보았습니다. 다행히 김연아선수가 실수는 했지만, 1위를 하게 되어서 영문도 모르고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런데 어제 경기중계방송을 보면서, 몇가지 눈에 거슬리는 장면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다름아닌 관중들의 박수소리와 경기전 선수촬영장면이었습니다.
저는 어제 경기를 보면서 피겨경기가 공연이나 특히 발레나 무용같은 부문과 거의 유사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보통 제가 알기로는 무용이나 발레 콩크르를 할 때, 관중을 상대로 하는 경우도 드물지만 하더라도 박수는 조심스럽웠기 때문입니다. 물론 경기라는 스포츠적인 요소가 있고, 관중들의 반응도 중요하기 때문에 관중들의 박수를 전혀 무시할 수는 없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보통 처음 음악회를 가는 사람들이 가장 어색해 하는 것이, 곡이 연주될 때 마다 언제 박수를 쳐야 하는 것일 겁니다. 제가 예술의전당 음악당을 운영할 초기에, 관중들의 엇박자 박수때문에 연주분위기를 망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오죽하면 관객에티켓 책을 만들어 배포까지 했을 정도이니까요.
사실 따지고 보면 관중이나 관객이 음악이나 무용에 동화되어 자연스레 박수를 치는 것이 문제될 일은 없다고 생각도 듭니다. 클래식음악이야 중세초기 이후 서구귀족들의 취향과 향유방식이 어우러져, 나름대로 에티켓으로 굳혔기 때문에 문제가 될 뿐이죠.
그러나 아무리 자기 좋은 대로 하더라도, 음악에 맞지 않거나, 자기 마음대로 아무 대목에서나 박수를 치는 것은 분위기를 깨기 일쑤입니다. 무엇보다도 선수의 경기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저도 피겨를 처음 접하기 때문에, 피겨경기장에서 음악에 맞춰 박수치는 방식에 별도의 에티켓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다른 일반적인 스포츠와는 달리, 음악적인 요소를 배경으로 빙상위에서 무용을 하는 것이라면, 일반적인 음악공연 감상법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런저런 경우수를 따지지 않더라도, 일방적으로 자기 마음대로 음악과는 상관없이 엇박자를 남발하는 박수는 분명 듣기가 거북했습니다.
아마도 김연아선수에 대한 관심만 집중했을 뿐, 음악에 대한 배려는 상관없었기 때문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김연아개인으로 열기가 달아 오른 피겨에 대한 관심이, 보다 익숙해지고 여유롭게 된다면 나아져야 할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또 하나는 김연아에 대한 지극한 관심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유독 김연아가 경기하기 전에 뒤에서 마인드리허설하는 장면까지 중계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중대한 오류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선수입장에서 얼마나 긴장되고 집중이 필요한 시간인지에 대한 배려가 철저히 무시당한 방송이었습니다. 일반적인 클래식 공연무대에서 연기에 오르는 무용수들의 직전긴장감에 대해서도 동일한 경우입니다. 그래서 저희들 같은 공연기획자들은 무대에 오르기전 백스테이지에 있는 모든 공연자의 심리적 상태를 보호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과 배려를 아끼지 않습니다.
어느 공연자도 자기가 그동안 준비했고 보여줄 무대를 앞에 두고 겪는 긴장과 초조는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이 극도로 예민한 상태에 있게 됩니다. 그래서 그때는 아무리 높은 사람이라도 공연자 옆에 얼씬거리지 않는 것은 물론, 설령 가게 되더라도 발소리조차 조심하게 마련입니다.
그런 김연아선수의 심리상태를 존중하지 않고, 시청자의 관심만을 앞세워 카메라를 들이 민 행위는 거의 만행에 가깝습니다.
다른 스포츠경기는 라커룸에 있는 선수들을 취재하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어서, 스포츠중계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당연하다고 생각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아마도 경기가 아닌 연기자의 입장을 전혀 모르는 처사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무용과 마찬가지로 피겨 역시 공연적 요소가 크기 때문에, 신비로운 무대를 보여 주기 위한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연기하는 선수나, 그 연기를 보러 오는 관객 모두의 바램일 것입니다.
그래서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신비롭게 선율이 깔리고, 그 음악에 몸을 맡기어 맘껏 자기 표현을 하길 바라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그 잠시후를 참지 못하여, 그 선수가 준비해둔 몸짓을 미리 엿보는 것은 못된 짓이라고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미리 다 볼 것이라면, 미리 다 찍어 놓고 비디오 심사만 해도 될 것입니다. 공연적 감흥과 현장에서 펼치는 기술의 동화를 보고 싶은 관객과 보여 주고 싶은 선수 모두를 무시한 방송중계에 실망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너무 공연기획자의 입장에서 어제의 피겨를 감상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피겨의 김연아가 세계대회에서 1위를 하는 만큼 더 중요한 것은, 피겨의 아름다움과 메세지를 느끼고 즐기는 것이라고 생각하여 한마디 했습니다.
아뭏든 오늘 마지막 자유경기에서 김연아가 잘 해야할텐데, 그 생각만 하면 벌써 가슴이 콩당콩당하네요.
사실 우리가 이런 일들을 볼 때면, 몇몇 우수한 인재들 때문에 호강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그런 반면에, 중계하는 사람이나 즐기는 사람 모두 너무 초보적인 모습을 보여서 실망스럽기도 합니다. 차라리 모르면, 조용히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감상하나 옆이라도 보면 좋으련만, 그게 그렇게 쉽지 않은가 봅니다.
늘 말씀드리지만, 제가 얼마 살지 않았으나, 저는 우리나라 선수들이 피겨나 수영 골프로 세계를 제패할 것은 꿈도 꾸지 못한 세대입니다. 그러나, 그런 만큼 막고의 노력으로 우리를 즐겁게 해준 인재들에 감사드리고, 그 선수들이 계속 활발히 자기 활동을 하고 또 다음 선수들이 나올 수 잇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그나마 도움을 주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sbs는 오늘 중계방송 첫화면에 어제 대기실 중계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군요. 충분히 보도와 방송이 허락된 구역이고, 선수들도 알고 있는 지역이라고 합니다. 만약에 제가 잘못 알고 한 이야기라면 사과를 드리겠습니다. 다만 웜엎의 특수한 긴장상태를 이해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으로 말씀드린 것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문화행정하신 분이시라 무대,관객,공간,시간 등 여러 요소들이 함께 조율되어야 하는 지점을 정확하게 짚어주시는 군요.
공연도 그렇지만 이 사회가 전체적으로 system 을 완성하는데는 참 서툰 것 같아서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선생님 같은 분들의 조율이 필요한 것일테고요.
잘 읽고 많은 생각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