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어렵다, 대통령 형이 돈을 받았다, 북한이 개성을 오지말란다 해서 시끄러운 연말입니다.
그런 와중에 조그마한 뉴스가 있어서 알려드립니다. 다 아시겠지만, 지금 홍익대학교 미대에서김승연교수라는 분이 입시비리에 대해서 내부자고발이 있었습니다. 그것 가지고 아마도 홍익대에서는 이러저러한 움직임이 있나 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덮어 버리고 무마하고 싶은 마음이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미술 및 전시사업을 하는데 있어서, 무시 못하는 존재가 있습니다. 사람들이 대놓고 말을 못하지만, 사실 공공연한 일들이죠. 바로 홍대미대와 서울대미대의 양대산맥을 말합니다. 특히 저처럼 몇년간 미술관에서 관련업무를 한 사람들에게는,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두 학교의 배경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다행히 예술의전당에서 전시행정을 한 사람들 대부분이 위와 같은 뿌리깊은 두 학교의 연고와 무관한 사람들이 해왔기 때문에, 그나마 균형감각을 유지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솔직히 말해서 예술의전당도 개관 초기에 까딱 잘 못하여 두 양대산맥의 회오리에 말려 들었다면, 지금과 같은 미술관으로 성장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도 해 봅니다.
물론 두 학교의 미대출신이 우리나라 미술계에서 차지하는 비중만큼 긍정적인 역할을 한 부분도 인정합니다. 그러나 그러한 긍정적인 부분보다는 학벌위주의 집단이기주의에 의해 미술본연의 가치 추구보다는 위계질서만을 강조하던 면도 부인하기 힘들 겁니다.
그래서 그런 홍익대 미대에서 교수를 한다는 것은, 사실 일반적인 교수직 이상의 그 무엇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은 상상이 가능할 겁니다.
그런데 그 엄청난 자리에 계신 홍익대 미대교수님이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양강좌에 나와서 출강하신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겁니다.
바로 예술의전당 미술아카데미에서 판화의 대중화를 위해서 1992년 초기부터 오랫동안 꾸준히 고집스럽게 강의를 해 오신 분이 있습니다. 바로 김승연교수입니다. 예술의전당 담당자의 입장에서는 고맙기도 하지만, 부담스럽기도 하신 분이죠. 그러나 이 분은 우리의 예상과는 달리, 판화의 기본부터 전문가과정까지 성실하게 교육하셨고, 우리 같은 실무자가 놓치기 쉬운 판화교육의 기본시설이나 교과과정에 대해서 까지 세밀하게 조언해 주셨습니다.
오히려 우리가 지나치게 상업적으로 운영하여 판화교육의 기본을 훼손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깡깡하다 싶을 정도로 원칙을 고수하셨던 분입니다.
아마도 그러한 노력들이, 비록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예술의전당 미술아카데미이지만 20년 가까이 운영하게한 원동력이 되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평소의 강직하고 교육적이었으며, 열정적이셨던 그 분이 이번에 큰 일을 치셨습니다.
"17년 동안 계속된 비리를 보면서 이제는 입을 열어야 할 때"라며 참으로 힘들게 관련 교수 7명의 실명까지 거론 하겼다고 합니다.
저는 이런 분이 홍익대에 있다는 것 자체가 홍익대에 큰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행여 홍익대가 학교의 위신이나, 사회적 여파를 우려하여 미봉책을 서두르거나, 자칫 김승연교수를 집단 따돌림할까봐 걱정이 되는 점도 있습니다.
제가 약 7-8년간 경험해 본 그 분의 행적과 성품으로 짐작한다면, 저는 그 분의 말씀과 고발에 100% 동조합니다.
그 분 역시 본인이 재직하고 있는 홍익대의 발전을 위해서 자신에게 스스로 회초리를 드는 마음으로 하셨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아무쪼록 모처럼 김승연교수를 시작으로 불기 시작한 정화운동이 제대로 된 미술교육을 하는 시발점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