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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우리나라 역사에 초유의 사태인 IMF가 터졌을 때, 예술의전당에서 근무하였습니다. 그것도 대형 전시기획을 담당하였고, 각종 행사의 홍보까지 책임지는 자리에 있었습니다.
지금도 IMF에 버금가는 경제적 위기가 닥쳐 오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새삼 10년전에 고생하였던 생각이 떠오릅니다.
온 세상이 외환위기의 고통에서 하루하루 고통스럽게 살던 때입니다. 하루가 지나면 대기업이나 재벌 하나가 넘어가고, 또 하루가 지나면 은행이 없어 지던 때입니다. 방송과 신문에는 생각해 보지도 않고 경험해 보지도 않은 구조조정으로 인한 실업자가 눈덩이 같이 불어나던 때입니다. 무엇보다도 국민들 모두 각박한 생활에 찌들어 고개 한번 제재로 들기 힘들었고, 어깨 한번 제대로 당당히 펴기 힘들었던 때입니다. 불과 10년 전의 일입니다.
대부분의 그러하듯이 기업이나 공공의 후원에 의지했던 문화예술 행사가 추푸낙엽처럼 흔들리기 시작하였습니다. 관객은 급감하였고,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이야기가 되던 시기였습니다.
물론 예술의전당도 구조조정의 여파를 피해가기 쉽지 않았습니다.
이런 내우외환에 프로그램기획을 책임지던 사람들은 하루하루가 불안과 초조 그 자체였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 어려운 때, 제 인생에서 가장 열정적으로 일한 기억들로 가득찼습니다. 비록 자금은 풍부하지 않았지만, 이렇게 어려운 때 일수록 보다 싸고 좋은 문화예술프로그램을 대중들에게 선사하는 것만이, 그나마 위로와 평안을 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서 입니다.
저희는 모두 있는 머리 없는 기획을 짜내어, 전시와 공연물을 위축되지 않고 더욱더 활발히 준비하여 공급하였습니다. 그래서 예술의전당 운영 20년동안 가장많은 관객과 수익률을 기록하였습니다.오히려 위기가 기회가 된 셈이죠.
그동안 문화예술기획이나 행정등에 머물렀던 관리 기법이 본격적으로 문화마케팅의 영역까지 확장되어 시도되던 시기였습니다.
덕분에 그당시 현장에서 이루어진 수많은 데이타와 경험치들은 고스란히 문화마케팅의 소중한 자양분이 되어, 지금도 많은 문화예술기관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10여년이 지난 지금 또다시 불어 닥친 경제 한파로 문화예술부문은 힘든 시간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문화예술공간이나 프로그램기획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은 더욱더 창의성을 발휘하여 싸면서도 질좋고 접근성이 용이한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해야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시대의 조류에 부응하여 대두된 문화마케팅의 개념을 보다 전문적이고 기술적으로 격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새삼 관련 종사자들의 분발을 기대해 보는 저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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