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때문에 부동산 가격은 오히려 하락했다. 특히 미국은 2006년 하반기부터 이미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경고가 조금씩 나오기도 했다.
실질소득 감소 속에 이자 부담은 늘고 부동산시장 유효 수요도 감소하면서 가격이 하락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까지 겹치면서 대출 부담에 못 이긴 저가 매물이 나타나고 부동산 가격 폭락으로 이어져 왔다.
하반기 집값 하락세 예상 물론 우리나라의 경우 물가 급등 부담이 있더라도 경기 변수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금리 인상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금리 인상이 없더라도 경기가 침체 국면에 접어들면 자연스레 가계 부담이 커진다. 부동산 구매 여력도 낮아지면서 대출 부담에 못 이겨 주택을 대거 매도할 가능성이 높다.
이상영 부동산114 사장은 “경기침체뿐 아니라 규제 완화 지연에 따른 실망감, 세금 부담까지 겹쳐 적극적인 매도, 매수 없이 지루한 ‘정중동’ 상태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본다.
앞으로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이 더욱 뚜렷해진다면 실물자산 선호도는 한층 줄어들 전망이다. 부동산 거래가 한산한 가운데 가격은 높은 수준에서 머물러 있을 가능성이 높다. 원자재와 토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주택 건축 비용 역시 가파르게 뛰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시장 양극화’는 심화될 수 있다. 내재가치가 풍부한 부동산 가격은 경기침체로 초반에는 하락하겠지만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시중 풍부한 유동자금들이 실질소득이 마이너스가 되는 예금이나 주식, 채권시장으로 흘러들어가기는 어렵기 때문. ‘유망 부동산’이 이런 자금을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는 얘기다. 반대로 내재가치가 떨어지는 부동산은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할 수 있다.
이상영 사장은 “외국에서도 스태그플레이션 시대에 저가 부동산 수요는 꾸준히 늘면서 가격 폭락을 면했지만 내재가치가 떨어지는 고가 상품은 조정을 겪었다”며 “우리나라도 중소형 주택 등 내재가치가 풍부한 부동산을 중심으로 가격이 강보합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투자전략은? 오피스텔 등 수익형 노려라 스태그플레이션 시대, 현명한 부동산 투자법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과 함께 부동산 간접투자 상품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고정수익이 보장되는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이 인기를 끌 전망이다. 강남역을 비롯해 여의도, 마포, 광화문 일대에 임대수요가 많은 소형 오피스텔은 이미 수요가 쏠리고 있다. 9월부터 전매 제한이 실시되면 공급 위축에 따른 물량 부족으로 희소가치가 높아질 전망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높은 임대수익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고물가, 저성장 상태가 지속되면 소비자 지갑 사정이 여의치 않아 소액으로 투자한 수익형 부동산부터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게다가 지금은 공급이 부족하지만 2010년 이후 오피스텔이 공급과잉 상태로 접어들 수 있다는 점도 위험 요인이다.
백성준 교수는 “취득·등록세 등의 세제 혜택을 꼼꼼히 살펴보고 일정액 이상 수익률을 꼬박꼬박 거둘 수 있는 상품에 투자해야 한다”며 “하반기 출시되는 미분양 주택 펀드를 비롯해 부동산 간접투자 상품도 부각될 것”이라고 밝힌다.
주거용 부동산은 선별 투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강북 등 상대적으로 집값이 싼 곳에서 뉴타운, 재개발 등 호재가 몰린 곳에 투자하는 게 좋다. 규제 완화 기대감이 풍부한 강남 재건축 단지는 하반기 저점이 왔다고 판단되면 급매물에 장기 투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상영 사장은 “주거용 부동산 매력이 떨어졌다 해도 실수요나 임대사업을 고려한 소형, 저가 주택 수요는 꾸준할 것”이라며 “판교·광교신도시 등 수도권 인기 지역과 강북 뉴타운 일반분양, 한강변 개발거점 지역 주택 투자가 괜찮다”고 설명한다.
이미 가격이 많이 뛴 아파트보다는 연립, 다가구, 다세대 주택 투자도 염두에 두자. 지역별로는 서울 강서구, 영등포구 등 재개발 가능성이 높은 곳이 좋다. 전세를 끼고 투자할 경우 자금부담이 크지 않고 임대도 잘되므로 ‘불안한 시기’에 유동성 확보에도 유리하다. 이와 함께 토지는 평택, 안성, 군산 등 개발호재가 있는 지역에 장기 투자를 하는 게 좋다. 오히려 강남권에 투자하는 ‘역발상 전략’을 강조하는 의견도 있었다. 성기대 한라건설 상무는 “위례(송파)신도시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대규모 공급 계획이 없는 강남권이 장기 수급 불균형 관점에서 투자가치가 높을 것”이라며 “강남 재건축 단지와 함께 판교, 광교신도시 등 수도권 남부벨트까지 투자 대상을 넓혀보는 것도 좋다”고 설명한다.
한태욱 센터장 역시 “스태그플레이션이 지속되면 실질소득 감소를 견디지 못한 일부 급매물이 나타나기 때문에 이때 강남권 인기지역 급매물을 노려야 한다”고 밝힌다.
결국 스태그플레이션 시대라고 해서 무작정 부동산투자를 기피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오히려 인기지역이나 저평가된 곳을 과감히 노려보는 전략이 필요하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사장은 “관망세를 유지하다 스태그플레이션에서 벗어나기 위한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발표되는 시점에 부동산을 매입하는 게 좋다”며 “물론 가격이 많이 떨어진 상품에 한정해야 하고 단순한 동향보다는 호재가 몰린 곳에서 가치투자에 기반을 둔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밝힌다.
장경철 상가뉴스레이다 투자분석실장 역시 “스태그플레이션 충격을 덜 받기 위해서는 개발호재에 따라 ‘움직이는 부동산’에 투자해야 한다”며 “재건축·뉴타운 등 개발호재가 있는 곳은 오를 때 많이 오르고 내릴 때 조금 내린다는 게 장점”이라고 밝힌다.
투자 시 유의점 ‘엑시트(EXIT) 전략’부터 마련해라 스태그플레이션 시대에 부동산투자로 높은 수익을 거두기는 쉽지 않다. 투자 여력이 줄면서 자금이 부동산으로 대거 몰리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투자에 앞서 자신의 자금 여력부터 따져야 한다.
이상영 사장은 “부동산에 투자하기 전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투자능력을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며 “자기 자금과 대출 가능 금액을 함께 따져보고 무리한 대출 없이 실수요 관점에서 장기 투자해야 한다”고 밝힌다.
때가 되면 팔기 쉬운 일명 ‘엑시트(Exit) 전략’은 기본이다. 언제든지 ‘유동성 확보’가 가능한 물건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뜻이다. 수익성 위주로 투자를 하되 당장 이익이 나더라도 급할 때 팔기 어려운 곳은 피해야 한다. 이왕이면 소형 상품이 좋고 교통, 편의시설 이용이 편리한 곳이 ‘금상첨화’다.
여력이 없다면 아예 부동산투자를 접고 안전한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성기대 상무는 “부동산 가격 상승 부담으로 이명박정부 동안 급격한 규제 완화는 없을 것”이라며 “고유가, 대내외 경제 불안을 고려해 자신의 경제적 능력에서 벗어난 상품은 투자를 피하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라고 밝힌다.
스태그플레이션과 외국 부동산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일본 도심 땅값 오히려 상승
= 대표적인 스태그플레이션은 중동 전쟁으로 유가가 치솟으면서 일어난 1973년 세계적인 불황 때다.
유가가 치솟자 각종 제품 가격도 덩달아 올랐고 전 세계적으로 기업들의 도산이 줄을 이었다. 경기 불황으로 많은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었음에도 물가는 치솟았다.
두 번째 스태그플레이션은 1978∼79년 이란의 석유 수출 길이 막히면서 일어난 2차 오일쇼크 때다. 1차 오일쇼크를 경험했던 나라들이 석유 비축에 나서면서 유가 상승폭은 작았다. 그래도 유가는 1978년 12월 12.7달러에서 80년 10월 3배나 급등했다.
이러한 스태그플레이션 시기에는 경기가 침체되고 물가가 치솟아 기업 활동이 위축되면서 국민 생활고가 가중된다. 개인들 일자리가 줄어들어 결과적으로 소득이 감소하는데도 써야 할 돈은 늘어나 살림살이는 더욱 빠듯해진다. 따라서 투자 여력이 그만큼 줄어들거나 이자 지불 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물가 급등은 돈의 가치(구매력)를 떨어뜨리지만 대신 부동산 등 실물자산 가치를 상승시킨다. 이러한 현상은 외국의 사례에서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예컨대 우리와 문화적으로 유사한 일본의 경우 스태그플레이션 시기에 오히려 지가상승률이 뚜렷하게 높았다. 1차 오일쇼크 시기가 한창이던 1973년 6대 도시 평균지가는 30%를 웃돌았다. 2차 오일쇼크 충격이 한창인 80년 당시로는 매우 높은 13%를 기록했다. 경기 불황기로 접어들면서 투자가 위축됐지만 여유자금이 풍부한 기업 등의 실물자산에 대한 선호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 비쳐볼 때 부동산 투자자들은 스태그플레이션 시기에 대비해 내재가치가 떨어지는 부동산을 과감히 정리하는 게 중요하다. 이와 함께 적절한 타이밍을 찾아 내재가치가 높은 부동산을 매입하는 전략을 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