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펌>
맬서스의 통찰과 한국 경제 세일러 idca**** 09.07.09 09:01
앞 글에서는 소비성향의 개념을 살펴보았고, 이를 바탕으로 맬서스의 생각, 즉 소득과 소비성향의 관계 때문에 사회 내에 빈부격차가 커지면 커질수록 전체적인 소비는 줄어들 수 밖에 없다는 사실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과연 맬서스의 주장대로 사회 내에 빈부격차가 커질수록 전체적인 소비가 줄어드는 일이 실제로 나타날까요?
멀리 갈 것도 없이 바로 우리 나라의 통계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98년 경제 위기 이후 지금까지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점점 심화되고 있습니다. 사회 내의 소득 분배 정도를 나타내는 경제 지표 중 하나인 소득 5분위 배율(상위 20% 계층의 소득이 하위 20% 계층의 소득의 몇 배인지를 나타낸다)을 보면 다음 그래프에서 살펴보듯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습니다. (여타 다른 경제지표들도 일관되게 소득 분배가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소득분배의 정도가 악화되고 있으니 맬서스의 주장이 맞다면, 경제 전체의 소비가 위축될 것이라고 추론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도 그런 결과가 나타나고 있을까요?
다음 표는 지난 5년간 전국 가계의 평균 소비성향을 정리한 표입니다.

지난 5년간 경제 전체의 소비성향이 지속적으로 작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처분가능소득과 소비지출의 추이, 소비성향의 추이를 그래프로 시각화해서 나타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지난 5년간 가계 전체의 평균소득이 꾸준히 증가(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09년 1분기의 소득도 조금 증가했습니다)했고 소비지출도 조금씩 증가(09년 1분기는 경제위기의 영향으로 조금 감소했습니다)했지만, 소비지출의 증가율이 소득의 증가율을 따라가지 못함으로써 경제 전체의 평균소비성향이 작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이 의미하는 것은 경제 내에서 생산이 늘어나는 만큼 소비가 늘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세이의 법칙이 제시했듯이 경제 전체의 소득은 생산과 같습니다. 위의 표와 그래프가 의미하는 것은 사회 전체의 소득, 즉 생산은 계속 증가하고 있는데 그에 비해 소비지출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 원인은 맬서스가 지적했듯이, 그리고 전국가구 5분위 소득배율 그래프가 보여주고 있듯이 우리 사회 내에 빈부격차가 갈수록 커져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수 년간 한국 경제는 수출이 아주 호조를 보였는데도 내수가 살아나지 않았습니다. 이는 한국 경제가 그 이전까지 해왔던 경험과는 아주 다른 현상이어서 많은 경제전문가들을 당황케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이전까지는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 내수도 살아났고 그 결과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도 좋아졌습니다.
그러나 지난 수 년간은 전혀 그렇지 못했습니다. 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98년 경제위기로 인해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받아들인 이후 빈부격차는 커져갔고 그에 따라 경제 전체의 소비수요가 위축되었던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 한국경제의 지난 경험은 맬서스의 통찰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사례입니다.
세이의 법칙을 둘러싼 맬서스와 리카도의 논쟁으로 돌아가 보면,
결국 두 사람 사이의 논쟁의 핵심은 저축 -> 투자로의 연결이 매끄럽게 이루어질 수 있느냐 하는 점입니다.
그런데 이 문제에 관해 맬서스는 소득 = 소비 + 저축, 에서 사회내의 빈부격차가 커질수록 소득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축이 더 늘어나게 된다, 그렇게 되면 투자가 저축을 모두 흡수할 만큼 늘어나기 어렵다고 보는 것입니다.
(총공급 > 총수요 = 소비 + 투자)
왜냐 하면 소비가 갈수록 부진해지고 있기 때문에 투자의 수익전망이 나쁘므로 투자가 활성화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놓고 보면 맬서스의 지적이 타당하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이자율 하나만을 가지고 저축 -> 투자 증가로 연결지은 리카도의 주장은 오류라고 하겠습니다. 사회 전체의 소비가 점점 줄어들고 있으므로 투자가 활성화될 수 없다는 사실을 고려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ㅇ 맬서스의 가르침과 부자 감세의 경제학
소비성향은 흔히 착각하기 쉬운 개념인데, 이 착각하기 쉽다는 점을 이용하여 공개적으로 이 당연한 이치를 왜곡하여 전달하는 경우들을 보게 됩니다.
지난 몇 년간 언론에서, 경제가 살려면 부자들이 돈을 써야 한다, 부자들이 돈을 쓰기 쉽게 만들어주어야 한다, 그러므로 부자들의 세금을 줄여줘서 부자들이 소비를 늘리도록 해야 한다 등등의 주장을 흔히 볼 수 있었습니다. 이는 소비성향의 개념과 연관지어 생각해보면 잘못된 논리임을 알 수 있습니다.
부자들의 세금을 줄여서 (부자들의 가처분소득이 더 늘어나도록 해서) 소비가 증가하도록 유도하는 것보다, 부자들에게서 세금을 거둬서 가난한 자의 소득을 보전해주는 것(누진적인 세금제도와 각종 사회보장제도가 하는 역할)이, 경제 전체의 소비가 더 늘어나도록 만들 것입니다.
소비성향 개념을 생각해보면 어느 계층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것이 경제 전체의 소비가 늘어나도록 만들 것인지는 명백할 것입니다.
이처럼 지난 몇 년간 언론에서 자주 언급되던 부자감세의 논리는, 오히려 소득분배가 더 골고루 이루어지도록 만드는 것이 소비를 증가시키고, 결국 경제가 살아나도록 만든다는 엄연한 경제학적 진실(맬서스의 가르침)을 감추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경제학이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꽤 자주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