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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촬영 : 모나리자

성불사(成佛寺)와 나그네
모나리자
2005년 가을 천안 안서동의 산길을 걷다
법공양 중인 스님의 독송이 새벽 산을 깨워도 잠 못 이긴 나뭇잎들이 아차 하는 순간에 生을 놓고 있는 여기, 太祖 王建의 숨이 끊어지지 않은 사찰 앞의 道나무, 수령 팔백 년의 나이로는 이제 더 이상 이야기를 들려줄 힘도 없는데 행색 초라한 나그네가 와 떠날 줄을 모르다
나그네여 여기는 어찌 왔는가 우연히 들렸거든 어서 걸음 돌리시게 무시무종의 세월 앞에서 팔백 년을 자랑했던 내 몸은 이제 늙어 병들고 삼존불과 십육 나한상 혹은 돌부처 앞 소원 성취함을 채워 주는 여인네들의 지폐가 아니면 치료도 받을 수 없는 서글픈 몸, 천 년을 바라보았던 저 아래 그대의 세상 어느 날엔 바람이 와 말하기를 천 년 갈 것 하나 없으니 몹쓸 세상이라 하였고 어느 날엔 구름이 와 말하기를 서로 다투고 욕심 많은 추한 세상이라 하였네만 반백년을 살아도 그 곳에서 살고 싶었네 사람으로 살고 싶었네
道나무 느티나무여 그런 말 마소 어느 날엔 하늘 나는 새에게 물었더니 아무 곳에서건 물 한 모금이면 하루가 족한 저기 저 산이라 하데 어느 날엔 눈빛 고운 노을에게 물었더니 세상 다 다녀도 마지막 쉴 곳 저기 저 산이라 하데 어느 날엔 이 세상 여행 끝낸 망자에게 물어 보니 이승과 저승의 경계 요단강이 저기 저 산 속에 있다 하데 그래 나도 모르게 찾아 온 걸음 돌아가라 마시게 나 여기서 머물다 보면 바람이 되고 구름이 되고 새가 되고 노을이 되어 천년을 살지 만년을 살지 누가 아는가
팔백 년을 산 道나무와 반평생을 산 나그네의 대화가 끝을 모르는데 또 한 무리 나뭇잎들이 성.주.괴.공(成.住.壞.空.) 윤회의 길을 가고 있다 이 세상에서의 한 하늘이 닫히고 있다
成不寺 : 천안 태조산 중턱에 자리한 고려 때 지은 고찰 道나무 : 사찰 뜰에 있는 느티나무의 이름(수령 800 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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