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아... 얼마나 아팠니?
처녀시절 국화(가명/필자의 아내)는 일요일만 되면 난곡동 달동네로 갔습니다. 거동도 할 수 없는 몸으로 혼자 사시는 할머니들을 찾아가 손녀처럼 밥도 해 드리고 빨래도 해 드리며 일요일 하루를 꼬박 그곳에서 보내고 왔습니다. 국화는 여러 해 동안 그 일을 했습니다.
아주 추운 겨울이었습니다. 그날 나는 처음으로 국화가 살고 있는 집에 갔습니다. 그 당시 국화는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힘든 시절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대낮에도 백열등을 켜야 사람 얼굴이 보이는 그 어둡고 추운 방에서 국화는 살고 있었습니다. 마음이 아팠습니다. "오빠 온다고 엄마가 점심 차려 놓고 나가셨어요.' 국화는 가지런히 차려진 밥상을 내 앞에 갖다 놓았습니다.
"된장찌개 참 맛있다. 어머니는 식당 하나 차리셔도 되겠어...." 웃으며 말했지만, 목까지 차오르는 슬픔을 감출 수는 없었습니다. 백열등 노란 불빛이 방울방울 눈물이 되어 고개 숙인 내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습니다. "오빠, 왜 그래요...." "....."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무슨 속상한 일 있었어요?" "아니..." "오빠 울지 마요, 왜 울어요...." "그냥..........." 하지만 국화는 내가 왜 우는지 알고 있었습니다. 국화는 눈물을 글썽이며 아무 말 없이 나를 안아 주었습니다. 눈물 흘리는 나를 국화는 엄마처럼 토닥여 주었습니다. 나는 국화에게 소리없이 말했습니다.
'이렇게 낮고 어두운 곳에서도 너는 사랑을 배웠구나.... 별빛도, 달빛도, 햇빛도 한 줌 없는 이 추운 곳에서 너는 환한 사랑을 배웠구나.......'
'사랑아...... 얼마나 아팠니.......'
'사랑아...... 너는 얼마나 아팠니.......'
글, 이 철환 (곰보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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