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릴린치,日 팔고 韓 사자..왜?
머니투데이 | 정영화|김태은 기자 | 입력 2009.11.19 16:21
[머니투데이 정영화기자] 19일 주식시장에서는 메릴린치 창구에서 시가총액 상위종목을 싹쓸이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외국인의 대량 매수 덕분에 주식시장이 1620선을 돌파하는 강한 흐름을 보였다.
외국인은 이날 현물시장에 6514억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의 대량 매수가 나온 것은 증시활황이었던 9월18일 이후 처음이다.
이에 힘입어 코스피 지수는 1%오른 1620.54를 기록, 전날 20일 이동평균선 돌파에 이어 60일선(1627)에 바짝 다가섰다. 선물시장은 60일선까지 돌파해 기술적으로 강한 흐름을 보여줬다. 전반적으로 연말 랠리에 대한 기대감을 부추기기에 충분했다.
글로벌 '약골'로 불렸던 한국 증시가 그동안의 모습과는 달라진 모습이었다. 특히 메릴린치 창구로 대량 순매수물량이 유입되면서 증시 분위기가 호전됐다.
외국인의 물량은 대부분 비차익거래로 들어온 것으로 분석됐다. 비차익거래란 주로 15개 종목 이상으로 포트폴리오(바스켓)을 구성해서 매매하는 것을 말한다. 이날 프로그� 비차익거래는 5771억원 매수우위를 기록했다. 특히 시가총액 상위 블루칩들의 매수상위 창구가 대부분 메릴린치로 나오면서 이목이 쏠렸다.
이와 관련 한국과 일본 간 스위치트레이딩 물량이 메릴린치증권 창구로 대규모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한 외국계 운용사가 일본 주식을 팔고 대신 한국 주식을 매수하는 스위치트레이딩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그 규모는 총 5억달러 정도이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일본 증시가 상승 모멘텀이 굉장히 약화되고 있는 반면 한국은 양호한 펀더멘털을 바탕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FTSE선진국지수에 편입함으로써 한국 증시를 일본 증시와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이런 스위치트레이딩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날 국내 증시 강세와 반대로 일본 증시는 1.3% 하락해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줬다. 흔히 한국의 삼성전자, 현대차 등과 경쟁상대로 지목되는 일본의 블루칩 토요타자동차가 -1.7%, 소니가 -2.2% 하락해 묘한 대조를 보였다.
◆메릴린치 창구 대량 매수, 얼마나?
이날 주식시장에서는 시가총액 상위종목군 전반에 걸쳐 메릴린치에서 집중 매수가 쏟아졌다. 메릴린치로 대량 매수가 들어온 종목들은 일제히 1~2% 이상, 많게는 4% 올랐다. 외국인은 수출주, 내수주 가리지 않고 블루칩을 모두 싹쓸이하는 모습이었다.
메릴린치 창구로 대량 매수가 들어온 종목은 삼성전자(13만주), KB 금융 (46만주)
신한지주(28만주) LG전자(16만주) 현대모비스(25만주) 등으로 모두 매수상위 창구 1위를 차지했다. 2위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매수 물량을 기록했다.
하이닉스(76만주)와 LG(7만주)도 메릴린치가 매수상위 2위를 차지했고, LG화학(6만주)도 3위였다.
◆외국인 왜 한국 대량 매수할까?
이날 메릴린치 창구로 외인 매수물량이 집중 유입된 것에 대해 증시전문가들은 한국이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다는 것을 가장 큰 이유로 꼽고 있다. 특히 최근 증시 조정으로 PER(주가수익배율)이 10배 이하로 내려갔고, 내년 수익전망도 좋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김주형 동양종금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경험적으로 한 창구에서 비차익거래 매수 대량 주문이 들어오는 것은 특정 고객이나 기관이 집중적으로 편입비중을 높인 것이고, 자금을 집행했거나 비중 확대를 결정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이어 "한국 주식 가격이 최근 밸류에이션 메리트가 높아졌는데 특히 PER(주가수익배율)이 10배 이하로 떨어졌고 내년 실적 전망도 좋다"고 분석했다. 외국인은 통상적으로 PER가 10배 이하로 떨어지고 다음해 주식시장 전망이 좋을 경우 언젠가는 오를 것이라고 예상해서 사 모으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한국이 글로벌 국가들 중에서 내년도 이익증가율이 일본, 대만 다음으로 높다는 것도 그 근거로 들었다. 일본, 대만은 실질적으로 좋았다기보다 그동안 워낙 안 좋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좋아진 것인 반면, 한국의 실적 전망치는 실질적으로 좋은 편이라는 것이다. 연말에 한 번 더 랠리가 있을 것으로 김 팀장은 기대했다.
우리투자증권에 따르면 내년도 한국 상장기업의 이익성장률(영업이익증가율)은 37.63%(전년대비)로 고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지난주 기준 한국시장의 PER(주가수익배율)이 9.8배로 선진국 시장에 비해 30%가량 쌌고, 이머징마켓 대비 23%로 할인됐던 것은 사실이다"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하지만 이것은 이미 알려진 호재로 새로울 것은 없고 연말 이후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인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외국인들의 공격적인 시장 반응이 다소 의외라고 여겨진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이 대량 들어온 것은 긍정적이나, 좀 더 지켜보자는 입장을 보였다.
정영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