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11-07 21:01 |최종수정 2009-11-07 23:33 |
| 아시아 최강 축구클럽으로 우뚝 선 포항 스틸러스(AP=연합뉴스) |
(서울=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 한국 프로축구의 명가 포항 스틸러스가 2009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아시아 최강 클럽으로 우뚝 섰다.
K-리그 팀으로는 2006년 전북 현대에 이어 3년 만이자 2002년 AFC 챔피언스리그가 출범한 이후 통산 두 번째 우승이다.
K-리그의 위상을 드높인 포항은 아시아 대표로 다음 달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릴 2009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에도 나선다.
포항이 K-리그를 넘어 아시아 명문 클럽으로 거듭나기까지 과정과 배경을 살펴본다.
◇'삼수는 없다'..지난해 실패가 보약포항은 2007년 K-리그 우승팀 자격으로 지난해 AFC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했다.
하지만 국제대회 경험 부족으로 조별리그 통과조차 못 하고 주저앉았다. 조별리그 여섯 경기 중 네 경기째 8강 탈락이 확정되는 수모를 당했다.
올해는 달랐다. 출발은 순탄치 않았다. 조별리그에서는 초반 주포들의 득점포가 침묵하면서 비기는 경기가 많았다. 하지만 절대로 지는 경기는 하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 가와사키 프론탈레(일본)와 원정경기에서 2-0으로 승리해 올해 K-리그 참가팀 중에서 유일하게 조 1위로 16강에 올랐다.
이후 16강에서 뉴캐슬 제츠(호주)를 6-0으로 대파했고, 8강에서는 브라질의 2002 한·일 월드컵 우승 사령탑인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이 이끄는 부니오드코르(우즈베키스탄)를 제압했다. 원정 1차전에서 1-3으로 졌지만 홈 2차전에서 연장전까지 치러 4-1로 이기면서 역전 드라마를 펼쳤다.
움 살랄(카타르)과 준결승에서는 홈에서 먼저 2-0으로 완파한 뒤 원정 2차전에서도 2-1로 이겨 결승 티켓을 거머쥐었다.
결승 상대는 K-리그 팀의 천적이자 AFC 챔피언스리그 최다 우승팀(2004, 2005년) 사우디아라비아 강호 알이티하드였지만 포항의 기세를 당해내지는 못했다.
◇한발 앞선 투자의 결실1973년 포항종합제철(현 포스코)축구단으로 창단한 포항은 이회택, 최순호, 황선홍, 홍명보, 이동국 등 한국 축구의 간판스타와 50여 명의 국가대표를 배출한 전통의 강호다.
정규리그 4회 우승(1986, 1988, 1992, 2007년)을 비롯해 리그 컵대회(1993, 2009년)와 FA컵(1996, 2008년)에서도 두 차례 정상에 올랐고 1997년과 1998년에는 2년 연속으로 아시안 클럽선수권대회 챔피언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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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 프로축구를 제패한 포항 스틸러스 (AFP=연합뉴스) |
1990년에는 국내 최초로 축구전용구장(포항 스틸야드)을 마련했고, 2000년 클럽하우스를 준공하는 등 축구인프라 구축에도 아낌없는 투자를 하며 한국 축구발전에 큰 힘을 보탰다.
2000년부터 3년 동안은 12억 원을 들여 유망주 31명에게 1년씩 브라질 유학의 기회를 줬다.
김동현(성남), 오범석(울산), 박주영(AS모나코) 등이 포항의 우수 선수 유학 프로그램 수혜자다.
포항은 또 2003년부터는 포스코 교육재단 산하 축구부(포철동초, 포철중, 포철공고)를 구단 소속의 12세, 15세, 18세 이하 클럽으로 전환해 우수 선수를 자체 발굴하고 육성하는 선진국형 시스템을 구축했다.
올 시즌에는 플레잉타임 5분 이상 늘리기, 깨끗한 경기 매너 지키기, 심판 권위를 존중하고 판정 수용하기 등을 뼈대로 한 `스틸러스웨이'라는 프로그램을 도입해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아시아도 집어삼킨 '파리아스 매직'포항은 지난 2005년 서른여덟의 나이에 이름도 생소한 파리아스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부상으로 선수 생활을 일찍 접고 20대 초반부터 지도자의 길을 걸은 파리아스는 브라질 청소년대표팀 감독도 지냈고 2004년에는 '브라질 최우수 지도자 4인' 가운데 하나로 뽑혔을 만큼 능력 있는 인물이었지만 국내 팬들에게는 낯설 때였다.
하지만 파리아스에게 지휘봉을 맡기고 나서 포항은 물론 K-리그 역사는 매년 새로 쓰이고 있다.
파리아스 감독은 부임하자마자 훈련 중에도 백패스는 물론 횡패스까지 금지하고 '앞으로'를 외치며 선수들의 몸에 배어 있던 수동적 플레이를 하나씩 깨 나갔고, 창의적인 축구에 눈을 뜨게 했다.
파리아스 감독의 요구를 선수들이 하나씩 받아들이고 소화하면서 서서히 `매직'이 나타났다.
포항은 2007년 K-리그를 시작으로 2008년 FA컵에 이어 올해 리그 컵대회와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품었다. K-리그는 15년, FA컵은 12년, 리그 컵대회는 16년 만의 우승이었다. 아시아 무대에서는 AFC 챔피언스리그의 전신 격인 아시안 클럽선수권대회에서 1998년 우승을 차지하고 나서 11년 만에 다시 정상에 올랐다.
포항은 올해 K-리그에서도 정규리그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해 시즌 3관왕까지 가능한 상황이다.
파리아스 감독은 다양한 전술과 용병술로 상대팀 감독의 허를 찌른다. 올 시즌 초반 데닐손, 스테보 등 외국인 스트라이커가 부진하자 지난해 2군 리그 득점왕 유창현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막강 화력을 유지했고, 윙백 최효진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깜짝 기용해 재미를 톡톡히 보는 등 파리아스 감독의 용병술은 예측을 허락하지 않는다.
AFC 챔피언스리그에서도 파리아스 감독은 세계적 명장 스콜라리 부니오드코르 감독을 비롯해 제랄드 질리(프랑스) 움 살랄 감독, 가브리엘 칼데론(아르헨티나) 알이티하드 감독 등 축구 강국 출신 지도자들과 수 싸움에서 승리의 기쁨을 맛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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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승을 만끽하는 포항 스틸러스 선수들 (AFP=연합뉴스) |
◇파리아스의 아이들 `명장 밑에 약졸 없다'포항은 파리아스 감독 부임을 전후해 이민성, 우성용, 김병지, 이동국, 오범석 등 팀의 주축들이 차례로 빠져나갔다. 하지만 떠난 자들의 이름값에 상응하는 선수 보강은 이뤄지지 않았다.
파리아스 감독은 남아 있는 선수들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데 주력했다. 그리고 이름값이 아닌 실력있고, 팀 플레이를 위해 헌신할 줄 아는 선수들을 보강해 베스트 11을 꾸렸다.
포항은 현재 걸출한 스타플레이어는 없지만, 짜임새 면에서는 K-리그 최강이라 할 만하다.
일단 중앙수비수 황재원, 김형일과 좌·우 윙백 김정겸, 최효진 등 국가대표급 수비진영을 갖췄다.
데닐손과 스테보, 노병준과 유창현 등 `용병과 토종', `노장과 영건'이 조화를 이룬 공격진도 수준급이다.
신형민, 김재성, 김태수, 김기동, 황진성 등 주전과 비주전을 가리기 어려울 만큼 빼어난 미드필더 자원 역시 포항의 자랑이다. 1972년생으로 K-리그 현역 선수 중 최고령 필드 플레이어이자 최고령 득점 기록까지 매번 갈아치우는 노장 김기동부터 새내기 조찬호까지 출전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제 몫을 해냈다.
최효진, 김재성, 김태수, 김정겸, 데닐손, 스테보 등은 파리아스 감독 부임 이후 포항으로 둥지를 옮긴 선수들이다. 오스트리아 리그에 진출했다가 지난해 K-리그로 돌아와 포항 유니폼을 입은 노병준도 파리아스 감독의 신임 하에 재기에 성공했다.
신형민과 유창현 역시 지난해 포항에 입단한 `파리아스의 아이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