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뚜껑을 열기 전까지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인사결과를 내놓은 것은 개혁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진다. '깜짝 인사'로 내놓은 천성관 검찰총장, 백용호 국세청장 카드가 올 하반기부터 시작될 이 대통령의 권력기관 개혁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인사에서 이 대통령은 '본격적인 개혁을 추진하기에 적합한 인물'을 가장 중요한 요소에 놓고 △개혁의지 △조직 장악력 △충성도 등을 중점적으로 관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전문성과 지역 안배 등은 큰 고려사항이 아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천성관 내정자가 선배와 동료 10명을 제치고 발탁됐고 백용호 내정자는 장관급인 공정거래위원장에서 차관급인 국세청장으로 직급이 강등됐다는 점에서 이 대통령의 '실용주의' 인사원칙도 엿보인다. 특히 검찰의 경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따른 지도부 교체 의지도 상당히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
◆ 세대교체로 개혁 바람
우선 눈에 띄는 것은 기존 권력기관장보다 3~5년 이상 젊어졌다는 것이다.
천성관 검찰총장 내정자는 1957년생으로 1952년생인 임채진 전 검찰총장보다 5년이 젊다.
천 내정자는 특히 사시 22회로 당초 검찰총장 물망에 올랐던 권재진 고검장(20회)과 문성우 대검차장(21회)보다 후배여서 검찰 개혁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여권 관계자는 "새로운 피를 수혈함으로써 개혁의 피치를 올리겠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백용호 국세청장 내정자 역시 1956년생으로 한상률 전 청장보다 3년, 허병익 청장 직무대행보다 2년 아래다.
청와대 관계자는 "백 내정자의 발탁은 이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것"이라며 "공정거래위원장으로서 보여준 조직 장악력과 업무능력은 물론 현 정권에 대한 충성도가 많이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전문성을 요하는 세정업무 특성상 국세청 근무 경험이 없는 백 내정자의 발탁을 우려하는 면도 없지 않다.
그러나 청와대 측은 국세청 개혁을 위해서는 '반드시 국세청 외부 출신 인사가 필요하다'는 원칙을 고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국세청 개혁을 추진해 왔으며 조만간 이 대통령에게 최종 마스터플랜을 보고할 계획이었다. 이어 새 국세청장과 함께 마련된 국세청 개혁업무를 추진토록 할 방침이었다.
◆ 지역적 중립 선택
천성관 검찰총장과 백용호 국세청장에게서 나타나는 또 한 가지 특징은 충남 출신이라는 점이다.
역대 정권이 영남과 호남을 오가면서 인사에 있어서도 영ㆍ호남 지역 안배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해 왔으나 이번에는 정치적 중립지대인 '충청' 카드를 던짐으로써 향후 개혁에 더욱 힘을 싣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특히 현 정부 들어서는 TK(대구ㆍ경북)와 PK(부산ㆍ경남) 간에도 지역적 헤게모니 다툼이 불거져왔다.
영ㆍ호남 인사의 경우 조직 개혁과 인적 쇄신 과정에서 자의든 타의든 출신 지역을 배려하지 않을 수 없었고 또 지역 안배를 고려해 '끼워맞추기'식 개혁과 인사가 불가피했던 게 사실이다. 따라서 이번에 충청 인사를 발탁한 것은 지역에 구애받지 않고 강력한 개혁을 추진해 나가라는 메시지로도 해석된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이번에는 정말 지역 안배를 고려하지 않고 인사를 한 것으로 안다"면서 "중요한 것은 능력과 리더십, 그리고 개혁의지가 아니었겠느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금껏 인사에서 TK에 치우쳐 있다는 비판을 많이 받아왔던 것이 사실이다. 호남 출신을 선발한다 하더라도 '지역안배용'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리더십에 힘이 실리지 않는 부작용이 있었다.
◆ 도미노 인적 쇄신 예상
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이 국세청장으로 자리를 옮김에 따라 장관급인 후임 공정거래위원장 인선 등 도미노 인사가 예상된다.
이 대통령이 수차례 "국면전환용 개각은 없다"고 밝혔으나 개각이나 인적 쇄신의 목적과 의도와는 무관하게 물리적인 인사 수요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또 개각처럼 일괄 발표를 하지 않더라도 "인사 수요가 발생하면 그때그때 인사를 하겠다"고 했던 현 정부의 인사원칙이 실제로 적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이다.
우선 공석이 된 공정거래위원장 인선이 필요하고 새 검찰총장 국세청장 공정거래위원장을 맞이함으로써 고위층 인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이번 인사 컨셉트는 조직 일신에 큰 방점이 찍혀 있다"고 밝힌 것에 비춰볼 때 후속 인사의 폭이 예상보다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