핏덩어리를 내뱉으며 이룬 WBC 준우승
기사입력 2009-03-25 09:49 |최종수정 2009-03-25 12:34 
 | | ◇김인식 감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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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 김인식 감독에 얽힌 뒷얘기 한가지를 공개한다. 김 감독이 지난 10일(이하 한국시각) 도쿄에서 미국 애리조나주로 건너온 뒤부터 심한 감기몸살에 시달려 고생했다는 사실은 이미 모든 언론을 통해 상세하게 보도됐다. 그런데 최근 새로운 사실 한 가지를 알게 됐다.
대표팀이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로 넘어왔을 때였다. 김 감독은 LA에서 찾아온 지인과 함께 샌디에이고의 한국식당에서 식사를 하면서 자신의 몸상태에 대해 얘기했다.
"코피가 났었던 것 같어. 그런데 그게 안에서 뭉쳤는지, 아침에 일어났는데 목이 이상해서 커억했더니 엄청 큰 핏덩어리가 툭 튀어나오는거야."
코피가 뭐 대수냐고 그럴 수도 있겠지만, 김 감독은 환갑이 넘은데다 뇌경색 병력도 있다. 소속팀 한화의 전지훈련부터 두달여간 집을 나와 생활했으니 고단함의 연속이었다. 게다가 최근 한 달간은 대한민국 국민중 가장 큰 스트레스에 시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중압감이 감기몸살도 불렀고, 코피로 인해 핏덩어리를 토해내는 상태까지 이르게 했던 것이다.
김 감독의 반응이 더 웃겼다고 한다. "핏덩어리가 나오는 걸 보고 '아 이제 감기가 낫나보다' 하고 생각했지 뭐야. 헐헐헐."
몇년 전 두산 사령탑에서 물러난 뒤 한동안 야인으로 떠돌았던 김 감독을 지탱하게 만든 힘은 바로 긍정적 사고였다. WBC라는 스트레스 덩어리를 매일 씹어삼키면서도 견뎌낼 수 있었던 건 이같은 긍정적 사고 덕분이었을 것이다.
어쨌든 그날 핏덩어리를 내뱉은 뒤 김 감독은 실제 지독한 감기몸살에서 조금 나아질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펄펄 기운을 차린 건 아니었다. 그후에도 김 감독은 숙소에서 트레이너로부터 오전 내내 마사지를 받고서야 겨우 활동할 수 있을 정도의 기력을 찾았다는 게 대표팀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김 감독 본인이 거론했던 '위대한 도전'은 일단 최상의 시나리오로 끝나지는 못했다. 임창용이 이치로에게 마지막 2타점 적시타를 맞을 때, TV 화면을 통해 비친 김 감독의 허망한 얼굴에는 분명 아쉬움이 가득했다. 하지만 김 감독 덕분에 한국 야구는 자긍심을 갖게 됐다. 또한 4년 뒤 WBC가 더욱 흥미로워질 수 있도록 마지막 한걸음을 남겨뒀다고 생각하면 된다. 한번에 다 이루면 재미없지 않은가. 분명 김 감독에겐 박수가 아깝지 않다.
LA=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