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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말로 ‘간지 작살’ 이다. 스콜세지도 아니고 뉴욕을 배경으로 한 느와르 갱 무비란다. 뭐가 연상되는가. 갱단 간의 암투? 피비린내 나는 총격전? 보스에 대한 충성? 근데 이 영화, 좀 생소하다. 야쿠자도, 삼합회도 아닌 한국인이야기다. CJ엔터테인먼트가 자본을 대고 올 부산국제영화제에 소개된, 7일 기자시사회를 가진  <웨스트 32번가> 이야기다.

뉴욕 맨하튼에 실재로 존재하는 웨스트 32번가는 한국 식당가가 한 블록을 차지하고 있는 이국적 풍경의 코리아 타운이다. 노래방과 식당, 술집이 얽히고설킨 이 거리를 롱 테이크에 롱 숏으로 담아내며 영화는 시작한다. 그러니까 이 거리에 발 딛고 살아가는 한인들의 이야기가 될 거라는 감독의 선전포고다.

뉴욕에 한국인 갱단? 그렇다. 생소하기 그지없다. 간혹 드라마에서 비춰졌던 이민 세대의 이야기가 장르 영화의 탈을 쓰고 2007년 한국에 당도한 것이다. 감독인 마이클 강 또한 한국계 미국인 영화감독이다. 기자 시사회에서 서툰 한국말로 “한국을 사랑합니다”라며 미소짓는 모습이 영락없는 한국인이다. <모텔>이란 영화로 선댄스에서 주목을 받았던 젊은 감독이 꺼내고자 한 이야기는 무엇일까?

내용은 이렇다. 영화 시작 직후 울려 퍼지는 세 발의 총성. 웨스턴 32번가의 잘나가는 룸싸롱 사장 전진호(정준호)가 죽자 용의자로 14살의 한구계 소년이 지목된다. 그리고 이 사건으로 법조계의 스타로 올라서려는 역시 한국계 변호사 존 킴(존 조)이 사건을 맡는다. 한국과 무관하게 살던 존 킴은 새로운 영업이사 마이크(김준성)을 알게 되면서 웨스트 32번가의 작동 방식, 다시 말해 한국적 삶에 대해 눈을 뜨게 된다.

영화는 얼핏 20년 전 만들어졌던 마이클 치미노 감독, 올리버 스톤 각본의 <이어 오브 드래곤>을 연상시킨다. 미국인 형사와 중국계 갱단 두목의 처절한 암투 속에 미국 내 이민과 인종 차별의 역사를 새겨 넣었던 바로 그 문제작이다. 똑같은 범죄 느와르의 형식 속에 <웨스턴 32번가>는 한인 사회의 모순점으로 문제의식을 바꿔놓았다.

아줌마들의 계가 조직의 윤리로 탈바꿈하고, 우리식으로 폭탄주가 충성주로 변모하고, 미국에는 없는 룸싸롱이 주요한 사업 장소가 되어있는 뉴욕 한인사회. 그러니까 지금, 여기 대한민국과 미국 뉴욕간의 물리적, 시간적 거리가 고스란히 배여 있는 곳이 바로 마이클 강 감독이 말하는 웨스턴 32번가다. 비록 정준호가 우스개 농담으로 넘겼을망정 실제 주민들은 갱단이 등장하는 이 영화에 촬영을 거부할 정도였다니 리얼리티와 영화적 재현 사이의 거리를 다시 한번 실감케 해준다.

<웨스턴 32번가>가 놀라운 것은 한인 사회를 다룬 새로움 외에도 할리우드와 우리와의 기술적, 영화적 차이 또한 자각케 한다. 군더더기 없는 매끄러운 편집과 촬영은 과연 우리 영화인지 할리우드 영화인지 거들떠보게 해 준다. 이건 <아메리칸 파이>의 조연으로 익숙한 존 조나 ‘미드’ <베틀스타 갤럭시카>의 그레이스 박이 출연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마이클 강 감독이 강조한 대로 보편적인 범죄 장르물 안에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이야기한 매끄러운 작품이 최초인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이지 않은가.

다만 아쉬운 것은 작가 영화와 상업 영화 사이에서 <웨스트 32번가>의 지향점이 조금은 애매하다는 점. 20년 전 <이어 오브 드래곤>가 타자를 통해 미국 사회의 폐부를 깊숙이 찔렀다면 <웨스트 32번가>는 단지 미국내 한국 커뮤니티를 조망한 것으로 만족해야 할 듯싶다. 더불어 ‘한구계’ 존 킴의 심리에 초점을 맞추면서 중반 이후 극적 응집력 면에 있어 힘이 달린 듯한 인상을 주는 것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어쨌건 마이클 강 감독을 필두로 한국계 미국인 배우들을 불러 모은 <웨스트 32번가>는 이제는 짚어봐야 할 미국 내 한국인 커뮤니티를 장르적으로 고찰한 셈이다. 거창하게 인류학적인 잣대를 들이대지 않아도 영화적으로, 그리고 그 문제의식에 있어서 분명 흥미로운 작품이다. 하긴, 긴 오프닝 시퀀스에서 드러나듯 영어와 한국어가 뒤섞인 룸싸롱 장면이 어디 흔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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