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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석 감독의 신작 <스카우트>는 놀라운 영화다. <스카우트>가 2000년대 들어 만들어진 코미디 영화 가운데 가장 재밌는 작품이라고 단언하긴 어렵다. 하지만 최소한 가장 영리한 각본으로 만들어진 코미디 영화라고 손가락을 치켜들어 침 튀기며 흥분하고 멱살을 잡아 쥔 채 극장을 향해 엉덩이를 걷어차 주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가볍고, 재밌고, 흥미로우면서 웃음 그 자체만을 위해 구성된 불편한 서사와 상황은 찾아볼 수 없고, 종반에는 기어이 심정적 절정을 경험케 하는, 가장 이상향에 가까운 대중 상업 코미디영화다.

<스카우트>는 고교 괴물투수 선동렬을 스카우트하기 위해 광주까지 내려와 애간장을 태우는 Y대 야구부 직원의 소동극이다. 또한 과거 주인공과 사랑하는 사이였으나 도무지 알 수 없는 이유로 이별을 고했던 옛 애인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인지 추적해가는 환기의 여정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모든 일이 벌어지고 있는 80년 5월 광주의 맥락이 개인들에게 어떻게 작용했는지 반추해보는 역사의 재확인이다. 그 세 가지 서로 다른 맥류가 결국 영화의 종반에 이르러 한 지점으로 모여든다. 80년 5월 18일이다. 이 순간에 관객의 가슴팍을 움켜쥔 채 놓아주지 않는 절정의 공기, 해소의 타격감은 몇 마디 언어로 단정지을 수 없는 진폭으로 다가온다. 짜임의 묘가 영리하기 이를 데 없다. 곧잘 서사와 따로 놀던 임창정의 연기도 이 영화에서 만큼은 (비교적)제 자리를 찾은 느낌이다. 그가 잘해서라기보다 워낙에 이야기의 흐름이 탄탄하다. 임창정과는 또 다른 지점에서 극과 무관한 희극 연기를 자주 선보였던 박철민도 웃음의 역할에 충실하면서 맥락을 거스르지 않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김현석 감독은 시대의 흐름을 거슬러 사적 욕망을 좇으려 했던 개인을 심판하려 들지 않는다. 단지 그 모든 개인들이 광주라는 파고 앞에서 결국 어떤 식으로든 선택의 단계에 다다를 수 밖에 없었다는 걸 탁월하게 투영해낼 뿐이다. 극 중 농담처럼 등장하는 비광의 노래(광이되 광 노릇도 못하고 쌍피만도 못한, 나는야 비광)에서 우리는 시대의 절망 앞에 선 수많은 비광들의 비애를 읽는다. 현실에 등을 돌리는 걸 패션인 척 에두르지 않고, 그렇다고 애써 관조하려 하지도 않는 감독의 시선은 광주를 다룬 여타 영화들 중에서도 결코 뒤지지 않는 심도를 보여준다.

<화려한 휴가>의 서사와 화법이 맘에 들지 않았어도 결국 지지할 수 밖에 없었던 건, 그간 단 한 번도 작심하고 광주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보여준 대중 상업영화가 없었다는 점과, (5.18과 8.15를 혼동하는 시대에) 어찌됐든 많은 관객들에게 광주를 알렸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먼지처럼 많은 먹물들의 글과 영화가 해내지 못한 걸, 얕고 얇은 상업영화 <화려한 휴가>는 성취해냈다. 문제는 이후였다. 두 번째 <화려한 휴가>가 아닌 <화려한 휴가> 그 다음이 필요했다.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은 몰랐다. <스카우트>는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동시에, 상업 대중영화로서의 자기 정체성도 탁월하게 쌓아올리고 있다. 궁극적으로 이 영화는 변해버린 모든 것들에 대한 애잔함, 비관, 한숨을 제외하고도 광주를 배경으로 투사한 대중 화법의 드라마가 가능하다는 걸 증명해냈다. 지금보다 좀 더 많은 관객들과 만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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