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은 아시아 이민자 출신의 노교수 리(Lee)의 연구실 바로 옆방에서 동료 교수가 배달된 우편물 폭탄에 의해 사망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리는 40년간 지역사회에서 학자로 존경받으며 확고한 명성을 쌓았지만, 폭사 사고 직후 배달된 한 통의 편지가 본의 아니게 공개되면서 그의 평판은 하루 아침에 땅에 떨어지고 만다. 편지를 보낸 이는 젊은 시절 리에게 아내를 빼앗긴 옛 친구다. 리의 좋지 못한 과거 행실이 드러나자 지역사회는 기다렸다는 듯 그에게 등을 돌린다.

수잔 최의 작품은 9·11 이후 세계 속 미국인의 안전만을 염려해온 지금, "과연 미국 땅에 사는 소수자의 삶은 안전하냐"고 되묻는다. 소설은 폭사 사건이 피부색이 다른 개인을 향한 마녀사냥으로 변질되는 과정을 세밀하게 그려나간다. 리의 '흰 피부 친구들'은 그를 둘러싼 단편적인 사실 조각들을 모아 악의적으로 조립하기 시작한다. 공권력조차도 그를 몰아세운다. FBI 수사관은 거짓말 탐지기 조사에서 '혐의 없음'으로 나온 리에 대해 "동양인은 거짓말 탐지기를 속인다"는 말로 자신의 악의를 맹목적으로 정당화 한다.
수잔 최는 실제로 있었던 사건을 비틀어 문학적으로 형상화하는 데 탁월한 재능을 발휘해 온 작가다. 그녀의 첫 장편 '외국인 학생'(1998년)은 미국땅에서 한국 남자와 미국 여자의 사랑을 그리고 있는데, 여기서 남자 주인공은 6·25의 기억 때문에 괴로워하다 미국에 이민간 사람이고, 여 주인공은 아버지의 친구와 가진 부적절한 관계로 인해 고통 받고 있던 사람이다. 이 작품은 발표되던 해 LA타임스가 뽑은 그 해의 소설 베스트 10에 포함됐다.
5년 뒤 발표한 '미국 여자'(2003년)는 1974년 미국 언론 재벌가의 딸이 극좌파 청년들에게 납치됐다가 그들의 이념에 동화됐던 사건을 모티브로 삼았다. 베트남전에 대한 극단적 반전주의자들을 등장시킨 이 소설은 미국 청년들의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극명하게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으며 퓰리처상 최종 후보에도 올랐다. 신작 '요주의 인물'은 1978년부터 17년간 대학과 항공사에 폭발물을 보내 26명의 사상자를 냈던 일명 '유나바머' 테러와, 대만 출신의 과학자가 미국의 핵무기 기술을 훔쳤다는 혐의를 받아 구속됐던 사건에서 소재를 구했다.
수잔 최는 이민자 출신 작가의 눈에 비친 미국을 그리는 '마이너리티 문학'(minority literature)과는 차별되는 세계를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버지는 한국인이고 어머니는 러시아계 유태인이지만 미국에서 나고 자란 그녀의 출신 배경이 작용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뉴욕 타임스는 그녀를 "미국 내부에서 미국을 조망하는 다른 시선을 제공하는 작가"라며 "그녀의 소설은 21세기 소설의 모범적 전형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격찬했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범인을 추적하는 이 소설의 흥미로운 서사에 주목해 "작가가 고전적인 탐정소설을 문학 소설로 재창조했다"고 평가했다.
조선일보 김태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