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멘트> 자녀가 공부를 잘하려면 엄마의 정보력과 아빠나 할아버지의 재력까지 필요하다는 우스갯소리가 학부모들 사이에 유행입니다. 그만큼 사교육 비용이 많이 든다는 얘기일겁니다. 그래서 정부가 최근 오를 대로 오른 사교육비를 반드시 잡겠다고 나섰지만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정부가 한쪽에서는 국제중 신설과 자사고 확대, 학업성취도 평가 공개 등 사교육을 부추길 수 있는 정책들을 펴면서 단속만으로 과연 학원비를 잡을 수 있겠는냐는 겁니다. 학원비는 어떻게 부풀려져 있는지, 또 단속으로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점검해봤습니다. <리포트> 한글날인 지난 9일, 학원장과 강사 만 3천여 명이 모였습니다. 자체적으로 사교육비를 내릴테니 마구잡이 학원비단속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인터뷰> 문상주(한국학원총연합회장):“고액학원이나 불법 공부방이나 과외방 이런 걸 단속해야지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데까지 와 가지고 교육하는데 지장을 줘서는 절대 안된다, 정상적인 사교육을 조사하게 된다면 저희들은 반발하지 않을 수 없다.” 학원계가 이처럼 큰 목소리를 낸 건 최근 정부의 학원비에 대한 전방위 압박 때문입니다. 대통령은 유가와 별 상관도 없는 학원비가 많이 오른 것은 문제라는 판단에 따라 대책 마련을 지시했고 각 교육청은 학원비 집중 단속에 들어갔습니다. 여기에다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도 학원들의 탈세와 담합혐의 조사에 나설 움직임입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른바 적정 수강료 산출 프로그램을 도입하겠다고 나섰습니다. <녹취> 이정곤(서울시교육청 평생교육국장):“실제로는 그것보다 100, 200, 300, 600%까지 받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 것을 근절시키겠다는 강한 의지가 여기에 담겨 있는 겁니다.” 그렇다면 실제로 학원들의 수강료는 어떻게 얼마나 부풀려져 있을까요. 교육청의 학원 단속 현장을 쫓아가봤습니다. 수강료가 비싸다며 학부모 모니터단이 신고한 대치동의 한 학원 <녹취> “(수강료) 내역서나 금액 좀 주시고요, 현금 출납부, 수강생 대장, 강사 명단, 그 다음에...” 대입 면접반 수강료가 기준보다 높게 책정돼 있다는 지적에 학원측은 실제 수업과 시간표가 다를 뿐이라고 해명합니다. <녹취> “개인적으로 불러서 첨삭 다 해줘야 되고 자기소개 해야 되고 저희 하는 형식이 있거든요. 써 오면 정리해줘야 되고 그런 시간을 딱 잡을 수 없어서 그런 식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지.” <녹취> “그렇게 안내가 나가고 책자가 발간이 되셨다면 저희도 그걸 인정을 해드릴 수 있어요. 하지만 1시부터 5시까지라고 학부모한테 안내가 나가셨고” 이 학원의 경우 일주일에 6번 수업하는 종합반 적정가는 84만 8천원. 하지만 첨삭비와 교재비, 상담비, 셔틀버스비 등의 항목이 추가되면서 학부모가 실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훨씬 늘었습니다. 단속 결과 초과 수강료 징수와 교통비용 학생 부담 등이 적발돼 벌점 25점이 부과됐습니다. 하지만 단속 이후 수강료를 낮추는 건 어디까지나 학원 자율에 맡겨져있습니다. <인터뷰> 이경민(서울 강남교육청 단속반):“수강료를 저희가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없어요. 학원 측에서 안 따른다고 해서 벌점만 받을 뿐이고 강한 행정적인 처분이 실효성이 없어요.” 이렇다보니 단속에서 적발돼도 시정을 하지 않는 학원들이 많습니다. 학원 관계자들은 터무니없이 낮은 수강료 기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편법을 동원한다고 말합니다. <녹취> 어학원 관계자:“저희도 처음에는 장부를 이중으로 만들고, 수업준비해야되고 선생님 구해야 할 시간에 밤새도록 장부 만들고 있는 거예요. 시간표 두 배로 늘리고 이것 짜고.. 실제 시간표 짜는 건 어렵지 않은데 가짜 시간표 짜는 게 더 힘들더라고요.” 갖가지 항목을 덧붙여 수강료를 두 세배, 많게는 열배 넘게 터무니없이 부풀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난 해 강남교육청 단속에 걸린 한 어학원이 교육청에 제출한 수강료 책정 내역서입니다. 각종 채점비에 전산비까지, 10가지 항목이 덧붙여져 실제 학원비는 3배 가까이 많아졌습니다. 학원들은 비싼 임대료와 강사의 질 등을 고려하면 결코 교육청 기준을 맞출 수 없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김민하(특목고 대비 학원장):“수강료 책정을 할 때 거기 들어가는 원가들이 있어요. 임대료라든가 학원에서 각종 들어가는 비용들, 선생님들 인건비 이런 것만 따져봐도 어느 선이 차게 되거든요. 원가만 해도 이정도인데..” 바가지 수강료는 고스란히 학부모들의 부담으로 돌아옵니다. 3년 전만 해도 요리나 노래 등 취미생활을 즐겼던 47살 가정주부 김모씨, 요즘은 일주일에 닷새는 가사 도우미 일을 하느라 그럴 여유가 없습니다. 네 식구가 먹고 살 형편은 되지만, 가족에게 숨기면서 이 일을 시작한 건 순전히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두 아들의 학원비 때문이었습니다. <녹취> 김00(재수생, 고1 학부모):“특강비라고 해서 한 과목에 9만 원씩 우리 애가 6과목 내지 7과목 들으니까 63만 원..54만 원 두달치 하면 그것도 백 몇십 만원 이잖아요. 그걸 하니까 어떤 때는 4백 정도 한달에 나갈 때도 있고..” 이렇게까지 하면서 사교육을 시켜야 하는 현실이 그저 원망스러울 뿐입니다. <녹취> 김00(재수생, 고1 학부모):“요즘은 내가 열심히 한다고 좋은 학교 갈 수 있는게 아니더라고요.. 투자한 만큼 아이 대학의 이름이 틀려지는구나..” 같은 사무실의 다른 엄마들도 마찬가지 고민을 떠안고 있습니다. <인터뷰> 조보숙(가사도우미업체 지점장):“60, 70%가 아이들 학비 보조 때문에 나오시는 분들이세요. 도움이 좀 되시나봐요” 돈들인 만큼 대학 간판이 달라진다는 말은 학부모들에겐 사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말입니다. 이른바 명문대를 보내기 위해선 특목고나 자사고로 진학해야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최근 10년간 서울대 합격자 현황을 보면 상위 10개 고등학교 가운데 8개 학교가 특목고였습니다. 이 때문에 특목고나 자사고가 사교육의 진앙지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지난 달 있었던 민족사관학교 입학시험, 학교 주차장에 입시학원 버스들이 속속 들어섭니다. 민사고 준비 학원에서 학생들을 태우고 온 겁니다. 이틀에 걸쳐 진행되는 전형 탓에 이날 밤에도 인근 리조트에선 강사들의 막판 전략강의가 이어집니다. 학생들은 대부분 2~3일 전부터 입시를 위해 학교를 빠진 채 학원 수업에만 참여하고 있습니다. <녹취> 민사고 입시 수험생:“하루는 병결로 하고 이틀은 학원에서 리조트로 오기 때문에 체험학습 내고.. 애들보다 못하면 안되니까 같이 빠지게 되는 거 같아요.” 학교측은 사교육에 의해 만들어진 영재가 아닌 진짜 영재를 뽑아 가르치겠다는 것이지만 실제 학생들은 대부분 학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습니다. <녹취> 민사고 입시 수험생:“영재로 인정받으려면 아는 게 많아야 되는데. 아는 걸 책에서 얻는 사람도 많고 하지만 막판 정리는 딱딱 해주니까 학원 다니는 게 편하죠,” 학생들을 따라 온 학부모들도 이런 사정 때문에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녹취> 수험생 학부모:“대학 수업료 같아요. 부모들 입장에서는 울며 겨자먹기로 하는 거죠, 사실 불만이 많죠. 교육 자체를 좀 어떻게 해줬으면 하는 게 다 부모들 마음이죠. 공교육으로 몰아주면 아이들이 이렇게까지 힘들지 않을 거 같은데...” 입시를 위한 사교육 수요는 점점 밑으로 내려가고 있습니다. 내년 서울에 국제중학교 두 곳이 생기면서 입시 경쟁은 이제 초등학생으로 번지는 양상입니다. 초등학교 6학년 최유리(가명) 양은 올해 초부터 국제중 대비 학원을 다녀 왔습니다. 숙제를 마치고 나면 새벽 2시, 주말에는 각종 인증시험과 경시대회를 쫓아다녔고, 불규칙한 생활에 위장 장애까지 생겼습니다. <녹취> 최유리(가명/엄마):“아이가 위가 많이 아파서 위염 때문에 고생도 했고 그런거 보니까 저는 이런걸 이렇게까지 해야되나. 아픈데 공부 못 시키잖아요.” 그렇다고 사교육을 포기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녹취> 최유리(가명/엄마):“다른 아이들도 대부분 그 위에 단계 공부를 해서 와요. 그렇게 하다보니까 초등학교 6학년이 준비해야될 내용이 아니라 중학생, 고등학생 아니면 지금 당장 수능시험을 봐도 될 정도의 점수를 가지고도 학교에 떨어지는 거구요..” 국제중학교 신설, 자사고 확대, 영어 교육 강화, 학업성취도 평가 공개 등... 경쟁을 중시하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교육정책들입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사교육비를 잡겠다고 하니 학부모들은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습니다. <녹취> 중3 학부모:“그동안 사교육비를 잡겠다고 많은 교육부 장관들이, 대통령도 말했잖아요. 결국 안되는 게 영어, 수학을 놓고 볼 때 그런 (경쟁) 부분이 계속 존재하는 한은 바뀔 수 없죠. 아무리 대학에서 애를 뽑는데 변별력도 없는 시험을 가지고 어떻게 뽑습니까.” 학생들을 과열 경쟁으로 내모는 교육 정책을 바로잡지 않은 상황에서 학원 단속은 오히려 불법, 음성 사교육만 부채질 할 수 있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옵니다. <인터뷰> 강태중 교수:“사교육 기회에 대한 수요가 있으면 이런 단속은 그런 사교육 행위들을 암시장으로 밀어넣어서 결국 지하시장 생기게 되고 그 가격은 상대적으로 위험부담까지 안기 때문에 오히려 폭등 위험 있는게 사실이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학원비, 정부가 바뀔때 마다 되풀이되는 사교육 문제..대증요법이 아닌 교육 정책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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