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마음을 열어 예술과 만나다
[신교육 전문가 시리즈] 어린이 전문 미술관 김이삭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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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작품은 아이들에게 늘 무한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아이들을 위한 상설 전시는 그리 많지 않고, 있다 해도 아이가 마음껏 체험하기란 쉽지 않다. 이번에 새로 개관하는 헬로우뮤지엄은 체험하며 상상할 수 있는 어린이 전문 미술관이다. 그 터를 일군 김이삭 관장은 아이와 엄마가 모두 행복한 미술을 꿈꾼다.
‘미술’ 하면 ‘감상’이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제대로 감상을 하는 건지는 잘 모른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에게 ‘미술’을 접하게 해주는 데도 한계가 있다. 부모가 모르니 아이에게 어떻게 알려줘야 할지 잘 모르는 것이다. 이런 고민을 하는 부모에게 ‘헬로우뮤지엄 어린이 미술관’을 추천한다.
이미지로 상상하고, 이미지로 사고한다
처음 헬로우뮤지엄에 대해 고민한 사람은 ‘터치터치’라는 미술체험 전시를 기획했던 김이삭 관장이다. 아이들에게 행복한 미술을 알려주고 싶었던 그녀는 여러 전시를 기획하면서 아이들이 편하게 체험하고 향유할 수 있는 어린이 미술관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요즘 다양한 기획 전시가 있지만, 일면적으로만 만지고 느끼는 전시들은 예술을 향유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일회성으로 소모하는 것처럼 보여요. 아이가 전시의 다양한 이미지를 향유하기 위해서는 작품을 소재로 다양한 해석을 하며, 이미지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해요. 그런 공간이 있어야 하고요.” 단순한 감상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소통하고 표현하는 작업까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헬로우뮤지엄이 지향하는 미술교육법이다.
특히 이곳에서는 시각적 문해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미지를 읽어내는 능력을 시각적 문해력이라고 하는데, 예를 들어 넓은 벌판에 나무가 한 그루 서 있는 것을 보여주었을 때, 단순히 나무와 벌판에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미지에서 느껴지는 고즈넉함이라거나 외로움 같은 것, 또는 고고함 같은 것을 함께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이 능력은 미래학자들이 내다보는 21세기에 가장 강조되는 능력 중 하나이기도 하다. 김이삭 관장과 이야기를 하다보니 언젠가 EBS에서 본 다큐멘터리가 떠올랐다. 우리에게 친근한 그림책 작가 에릭 칼이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에서 아이들에게 미술교육을 하는 장면이었다. 작가는 아이들을 데리고 박물관에 가서 간략하게 작품의 의미를 이야기해주고, 마음껏 표현하게 한다. 박물관에서 돌아온 후 아이들은 그의 작업실에서 다양한 종이와 오브제들을 이용해 표현한다. 자신에게 떠오른 생각을 시각적으로 표현해나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우리나라에도 이런 교육이 일반화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눈으로 보고 손으로 감상하는 공간, 헬로우뮤지엄
헬로우뮤지엄은 크게 지하의 갤러리와 2층의 아트랩 공간으로 나뉜다. 누구나 감상할 수 있는 갤러리는 한창 마무리 중이었다. 갤러리는 입구부터 남달랐다. 입구에 들어서면 아이들은 오른쪽 길을 따라간다. 그 길에는 가슴 높이 정도의 나무 지지대가 가로놓여 있다. 어른이 이 길로 들어가려면 고개를 숙여야 한다. 이곳은 아이들을 위한 미술관이기 때문에 새로운 세계에 대한 탐험심을 북돋기 위해 입구를 이렇게 낮게 만들었다고 한다. 입구 옆의 벽은 장을 짜 넣었는데, 여기에는 아이들이 만든 작품들을 전시할 예정이다. 입구를 지나면 곧장 너른 전시장이 나온다. 지금 하고 있는 전시의 주제는 ‘HELLO WORLD’이다. 작가들은 아이들을 위해 세계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전해줄 수 있는 작품을 특별히 제작해주었다. 스크린 앞에서 뛰어놀면 나비와 잎사귀가 날아가는 작품부터 거울과 거울이 겹쳐져 재미있는 모양이 생기는 작품까지, 아이들은 이곳에 전시된 작품들을 직접 보고, 만져보며 경험할 수 있다. 이렇게 모든 작품을 아이가 직접 만져보면서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 다른 갤러리와 다른 점이다. 이곳 갤러리에서 아이들은 자신만의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다. ‘HELLO WORLD’가 끝나면 ‘묵찌빠’라는 동양화 전시회와 ‘디자이너가 만든 어린이 장난감전’ 같은 전시회가 이어질 예정이다.
아트랩은 헬로우뮤지엄에서 진행하는 미술 프로그램으로 미술, 연극, 신체활동, 문학, 음악, 디자인 분야의 전문가들이 연구진으로 참여해 개발한 통합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미국 스미소니언 박물관 어린이예술교육연구소와 서울시교육부가 선정한 최우수 유치원인 상명대학교 유치원에서 자문과 검증을 통해 학습 효과가 증명된 수업으로 구성된다. 커리큘럼은 전시장의 실제 작품을 보고 감상하거나, 세계 명작 중에서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이미지를 만들어나가기도 한다. 일상의 물체를 갖고 탐구하는 수업이 진행될 때도 있다. HM activity라는 프로그램은 다양한 장르의 선생님들이 각 장르를 중심으로 아이들과 이미지를 표현해보는 시간이다. 아이들은 이 시간을 제일 기다린다. 자신이 만든 작품을 부모들에게 보여주고 설명해주고 싶기 때문이다.
연구소의 형태를 띠다 보니 아트랩 수업은 반이 많지 않다. 3세반, 4~5세반, 6~7세반, 8~9세반이 각각 한 반씩 있는데, 한 반 인원은 6~8명 정도다. 학기는 4개월씩 3학기로 이루어진다. 아쉽게도 현재 대부분의 반은 가득 찬 상태다. 이 수업에서 중요한 것은 아이들에게 좋은 작가의 작품을 보여주는 것이다. “아이와 관련된 전시가 워낙 인기가 있다 보니, 성인 대상 전시회에도 아이들 체험 코너를 넣는 곳들이 있더라고요. 아이들은 충격적인 이미지를 보았을 때, 그 이미지가 의미하는 것을 읽어내기보다 영상 자체에 매이는 경우가 많아요.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작품은 신중하게 선택하는 것이 중요해요.” 그녀는 작가들에게 아이를 위한 작품을 따로 부탁하는 것도 이런 의미에서라고 말한다.
그녀의 말대로 우리 아이들은 이전 세대에 비해 시각적 이미지를 받아들이는 데 익숙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미지를 통해 어떠한 상상을 해낼 수 있는가가 아이의 사고를 키우는 데 중요한 키워드가 되지 않을까 싶다. 어른들에게 이미지는 개념적으로 상상하기 어려운 기호지만, 본능적으로 의미를 알아채는 아이에게는 어쩌면 가장 편안하게 소통할 수 있는 언어일 것이다.
집에서도 재미있게 할 수 있는 미술놀이
HELLO WORLD 전시 작품들과 헬로우뮤지엄 아트랩에 걸린 아이들의 작품을 살펴보니 집에서도 충분히 따라 할 만한 놀이가 많았다. 이들을 모티브로 집에서 재미있게 노는 법을 소개한다.
(왼쪽) 다양한 형태를 파악한다
모티브 : 황혜선 작품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있는 그녀는 아이들이 재미있어할 만한 작품을 만들었다. 그녀 작품의 특징은 사물을 선으로만 표현하는 것인데, 이번 작품은 유리에 작품을 여러 겹 겹쳐 그리면서 나타나는 효과를 보여주었다. 작품을 보며 아이들은 다양한 선을 탐색할 수도 있고, 입체에 대한 색다른 경험도 할 수 있다. 집에서 놀이를 하려면 커다란 베란다 유리창에 잘 지워지는 보드펜으로 그림을 그리게 하면 된다. 베란다 유리창은 크고 넓기 때문에 아이의 전신 윤곽을 따라 그린 후 그 안을 아이가 마음껏 표현하게 한다. 거울이 있다면 그림을 반 정도만 그려놓고 아이가 직접 거울에 비쳐보아 어떠한 형태가 나타나는지 살펴보게 한다.
(오른쪽) 소재에 대한 개념과 몸짓 표현을 익힌다
모티브 : 이웅배 작품 이웅배는 철을 소재로 다양한 추상 작품을 만드는 예술가다. 재미있는 것은 이 작품들을 아이들 놀이기구같이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아이들은 직접 이 작품 위에 올라가고, 징검다리처럼 건너며 작품을 끼고 놀았다. 아이와 함께 딱딱한 재질의 철이 부드러운 곡선을 만들어내는 것을 보며 이야기도 나누어본다. 더불어 금속 재질의 특성에 대해 아이와 함께 알아보는 것도 좋다. 놀이터에서 금속으로 된 놀이기구는 무엇이 있는지 찾아보고 이 작품과 어떠한 유사성과 차이점이 있는지 알아보는 것도 재미있다. 곡선을 경험한 후 몸으로 표현해보는 것도 색다른 놀이가 된다. 곡선을 표현할 때는 웅크리거나 몸을 구불구불하게 움직이는 식으로, 직선을 표현할 때는 똑바로 서거나 빳빳한 자세로 움직이게 하는 식이다.
(왼쪽) 곡선에 대한 개념을 키운다
모티브 : 노정연 작품 노정연은 커피 관련 작품을 많이 구상하고 표현하는 작가이다. 이번 전시를 계기로 머그잔을 부탁했는데, 잔 속의 색을 보니 이 또한 재미있는 커피잔인 듯싶다. 이번 작품을 보면 정형화된 컵이 아니라 다양한 곡선을 살펴볼 수 있는 컵이 표현되어 있다. 컬러 또한 아이들이 좋아하는 알록달록한 무늬다. 우선 아이와 함께 커다란 도화지에 곡선이 가득한 컵을 그려본다. 그 위에 크레파스로 아이가 좋아하는 무늬를 잔뜩 그려 넣는다.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컵이다. 컵은 최대한 둥글게 그릴 수 있도록 한다. 다 완성되면 가위로 컵을 오려낸 후 집 안 곳곳에 놔둔다. 집 안의 사물과 곡선인 컵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이야기하고, 어떻게 어울리는지 대화하다 보면 아이의 미적 감각은 물론 도형에 대한 개념도 생긴다.
(오른쪽) 멋진 내 모습
아이들은 자신의 특별한 모습에 흥미를 느낀다. 그래서 사진을 찍을 때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짓기도 하는 것. 이런 아이들의 표정을 잡아 재미있는 미술놀이를 하면 좋다. 우선 디지털 카메라로 아이들의 다양한 표정을 찍은 후 여기에 간단한 포토샵 작업을 더해 전사지로 뽑는다. 전사지는 대형문구점에서 판매하는데, 천 위에 얹고 다리미로 눌러주면 사진이 프린트된다. 캔버스에 아이의 사진을 양쪽으로 전사한 후 풀이나 실리콘을 이용해 창구멍만 남기고 붙인다. 창구멍으로 솜을 넣으면 폭신폭신한 인형이 완성된다. 아이 방에 꾸며주어도 좋고, 생일이나 기념일을 정해 친구들에게 선물로 주는 것도 좋다.
(왼쪽) 공간을 이용한다
모티브 : 최승준 작품 최승준 작가의 어머니는 유치원을 운영한다. 그래서일까. 그의 작품은 아이들 사이에 늘 인기가 많다. 이번 작품도 마찬가지. 작가는 커다란 녹색 벌판을 만들었고, 그 안의 꽃이나 나뭇잎, 나비 등은 아이들이 직접 그렸다. 이것을 하나씩 찍어 슬라이드로 만들어 비추니 새로운 공간이 펼쳐진다. 재미있는 것은 그 앞에 아이가 서면 센서가 작동해 나뭇잎이나 꽃이 움직여 날아오른다는 것. 아이들은 몸을 마음껏 움직이면서 공간에 대해 새롭게 인식한다. 집에서 따라 하려면, 아이의 작품을 모빌로 만들어본다. 실을 길고 짧게 만들어 걸어둔 후 아이에게 그 사이를 지나다녀보게 하거나 입으로 작품을 불어보게 하는 것도 재미있다. 평면 작품을 입체적으로 이용하는 과정 속에서 아이의 공간 개념은 더욱 발달할 것이다.
(오른쪽) 얘는 누굴까
아이들은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다. 도화지에 다양한 상황을 그려 넣는 것도 좋지만, 어린아이라면 인물 위주의 그림을 그리는 경우가 많으므로, 아이가 그린 인물을 오려내어 인형놀이를 하는 것도 새로운 재미다. 아이, 엄마, 아빠, 강아지 등 아이가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려 색칠하게 한 후 오린다. 이것을 칠판에 붙이고, 주변 배경을 직접 그리게 한다. 이야기를 만들어가면서 배경은 계속 바뀔 것이다. 다양한 상황에 맞춘 이야기놀이로 아이의 사고력이 풍부해질 것이며, 어휘력도 늘어날 것이다.
* 아이들의 상상력은 무한하다. 나무 빗자루에 ‘병정’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병정처럼 생각하며 함께 노는 식이다. 기본 도형인 세모*네모*동그라미로 어떤 표현을 하느냐에 따라 아이의 생각의 틀은 달라진다.
해님과 달님이 된 오누이
따라 하기 전에…
이 장면은 동화의 한 장면입니다. 떡을 팔기 위해 산을 넘어 장터로 가는 할머니 앞에 호랑이가 나타나 떡을 빼앗아 먹는 장면이에요. 우선 아이에게 <해와 달이 된 오누이>의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해준 후 이 장면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오른쪽에 있는 종이를 오린 후 1~6번에 맞춰 표현해보게 합니다. 그런 후 지문에 나와 있는 것처럼 아이에게 물어보세요. 아이가 이야기를 할 때는 충분히 공감한 후 아이의 대답을 칭찬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1 네모를 가지고 숲 속을 그려보자. 길이와 두께가 다양한 네모들이 서로 다른 위치에 있네. 멀리 있는 나무, 가까이 있는 나무처럼 느껴지지않아? 빨간 동그라미로 할머니를 표현하고, 네모와 세모를 이용하여 호랑이를 만들어보자. 하지만 동화처럼 무섭지는 않지?
2 달라진 것은 무엇일까? 숲 속이 어떻게 변한것 같니? 호랑이 이빨은 무슨 모양이야? 왜 호랑이가 무섭게 느껴질까?
3 호랑이에게 눈이 생겼네. 어떤 모양이라고 생각해? 동물의 왕인 호랑이답게 무서워 보이니? 더 무섭게 보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4 눈을 빨간색으로 칠했더니 더 무서워 보이지? 이보다 더 무서운 분위기를 만들 수 없을까?
5 앞의 그림과 다 똑같은데 왜 더 무서운 느낌이 들까? 그렇지. 배경을 보라색으로 하니까 더 무섭게 느껴지네. 할머니가 밤길을 걸어가는 것 같지 않아? “할머니, 조심하세요!”
6 이젠 마지막으로 호랑이에게 하얀색 이빨을 만들어주자. 날카로운 하얀색 이빨, 너무 무섭지? “어흥,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기자/에디터 : 황윤정 / 사진 : 최상규
촬영 협조 헬로우뮤지엄(02-3217-4222)
맘&앙팡 (2007년 12월호) ⓒ Desig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