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싶은 책들이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을 즈음 나도 모르는 사이 월급이 들어왔다. 신나는 마음으로 찾은 예스24. 이책저책 구경을 하던 중에 벌써 2008올해의 책을 뽑는다는 문구를 보게 되었다. 그렇지, 이번주만 지나면 12월이고 올해의 마지막 달이지...
순간 여러 감정이 교차하며 많은 생각들이 떠올랐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올해 내가 만났던 무수한 책들. 평소에 관심 없던 스릴러에 빠져보기도 하고, 사회과학 서적에 빠져 사회문제에 관심도 가져보고...
올해 내가 주목했던 책들을 쭈욱 보다보니 재미난 사실을 하나 발견했는데, 그건 유독 제목에 숫자가 많았다는 것. 그래서 꼽아봤다. 2008 숫자로 본 주목할 만한 책. 숫자에 어떤 의미가 담겨 있었는지도 함께 보자!
1. 0.1그램의 희망, 이상묵 지음
0.1 하늘은 모든 것을 가져가고 희망이라는 단 한가지를 남겨 두었다
이상묵 교수를 처음 알게 된 건 책을 통해서가 아닌 신문을 통해서이다. '한국의 스티븐 호킹'이라는 별명을 가진 이상묵 교수는 그의 사진만 보더라도 그가 왜 그런 별명을 가지게 되었는지 알 수 있다. 이상묵 교수는 2006년 지질연구를 하던 중 사막 한가운데에서 차가 전복되는 사고로 네 번째 척추가 손상되며 전신마비가 되었고, 삶을 포기했을 법도 한 그는 사고를 당한 지 6개월 만에 학교로 복귀했다.
목 아래로는 손끝 하나 움직이지 못하는 장애를 가진 이 교수는 할 수 있는게 교수밖에 없더라라고 장난스럽게 말하지만 사실 장애인교수로 거듭난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고 희망이었다.
<잠수종과 나비> 라는 영화에 보면 눈꺼풀 외엔 아무 것도 움직일 수 없는 사람이 차라리 죽여달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만큼 극한 상황, 특히나 갑작스럽게 닥친 좌절의 순간에서 희망을 본다는 것은 대단한거다.
그에 비하면 나는 얼마나 별 것 아닌 것에 좌절하고 포기하고 단념했던가. 책을 읽는내내 부끄럽기만했다.
책 읽는 내내 그려지는 모습도, 여느 사진에서도 그는 항상 환하게 웃고있다. 그의 이야기 자체가 0.1그램의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
2. 4시간, 티모시 페리스 지음
4 일주일에 4시간만 일하고 즐겁게 살아가는 방법?
석양이 지는 지중해를 바라보며 갓구운 바베큐에 와인 한 모금. 일주일의 대부분을 이렇게 보낼 수 있다면? 에이, 그런게 어딨어. 거짓말이야!!! 라고 생각했다.
가능한 일이라면 아마도 명문대를 졸업하고 세계초일류기업에 들어가 엄청난 노하우를 축적한 천재같은 두뇌를 가진 사람이 아닐까 생각했다.
이렇게 의심 많은 나 같은 독자들을 위해 저자는 책 속에 친절한 FAQ를 첨가했다. 부자로 태어나야만 가능하지 않나? 아니다. 내 부모는 둘이 합해 1년에 5만 달러 넘게 벌어 본 적 없다. 명문대 출신이라야 하나? 이 책에 나오는 대부분 사람들은 하버드 출신이 아니며, 몇몇은 학교 중퇴자다
이 책은 예전에도 소개한바 있지만 프린스턴 대학교를 발칵 뒤집어 놓은 '재미와 수익을 위한 마약 밀매'강좌가 더 다음어져서 책으로 출간된 것이다. 이 책에서 무슨 스킬을 얻을 것을 원한다면 절대 읽지 말것! 저자는 단지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위한 로드맵을 그려줄 뿐이다. 이렇게 살아가는 방법도 있구나 정도만 알아도 읽은 보람을 느끼는 책이 되지 않을까?
3. 8의 마법, 존 윤 지음
8 당신도 모르게 꿈을 이루어주는 비밀의 힘
호기심이 발동했던 제목의 책이었다. 아마도 개인적으로 중국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매력을 느꼈으리라. 중국인들은 유독 8을 좋아한다. 베이징 올림픽도 2008년 8월 8일 8시에 개막했고, 전화번호를 받을 때도 꼭 8을 넣으려 한다.
왜 그런가에 대해서는 보통 언어학적인 측면에서 많이 이야기하지만, 이 책에서는 '숫자 8'에 부와 성공의 비밀이 있다고 한다.비밀이라고 해서 사실 대단한 것은 아니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믿음' 때문에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중국인들이 '8=행운' 이라고 믿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8을 접할 때마다 회의적인 마음이 끼어들 틈 없이 '행운'이라는 말만 무의식적으로 스며들게 된다는 것이다. '8'에 열광하는 중국에 대한 참신하고 흥미로운 분석이다.
저자 역시 '8의 마법'으로 일어선 사람이다. 오랜기간 준비한 언론사 시험에서 실수를 연발해 실패하고, 안면 마비까지 왔지만 일어설 수 있고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과 희망으로 지금에까지 이르렀다. 숫자 8이라는 소재로 희망의 믿음에 관해 이야기하는 신선함이 돋보였던 책이다.
4. 열일곱 살의 털, 김해원 지음
17 털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시작할 때?
사실, 제목을 입에 올리기 가장 민망한 책이 이 책이었다.
"있자나 그 책, 사계절문학상 대상 받은거. 김해원 작가고." 이렇게 이 책을 입에 더 많이 올렸다. <완득이>에 이어 성장소설에 흐름을 이어준 책으로 '제6회 사계절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책소개에도 분명히 쓰여져 있지만 먼저 말하자면 이 책 제목의 '털'은 머리털이다.(혹시 흥미가 확 반감되는건 아니신지?^^;;)
학교가 인정하는 모범 두발로 아이들 사이에서 '범생이 1호'로 통하던 주인공 일호는 어느날 체육 선생님이 두발 규정을 어긴 아이의 머리에 라이터를 들이대며 위협하는 것을 보고 이성을 잃는다. 그리고 두발 규제 반대 1인 시위를 시작한다.
이처럼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머리카락(털 보다는 어감이 좋기에..)이야기를 한다. 사실 난 여중,여고를 나왔고 두발 단속도 없었기 때문에(염색과 퍼머 단속은 했지만 길이에 대한 단속은 없었다), 공감의 부분에서는 약간 떨어졌으나, 당시를 돌이켜보면 머리는 나를 들어낼 수 있는 유일한 존재였던 거 같다.
똑같은 교복 속에서 '다른 나'를 드러낼 수 있는 유일무이한 것이 바로 머리였던 것 같다.아련한 옛 추억을 더듬어보며 나의 성장기를 되돌아 볼 수 있는 책이다.
5. 22일, 최성근 지음
22 연쇄살인에도 원칙과 법칙이 있다
낭만 따위는 없다. 표지부터 강렬했다. 이 책을 읽었을 때 한창 <추격자>가 대한민국을 휩쓸고 있었던 터라 더욱 눈이 갔던 것 같다. 내용도 비슷한다.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잔혹한 살인극을 다루고 있다.
차이가 있다면 그 대상이 유아라는 것. 그리고 22일 간격으로 살인이 자행된다는 것. 특이한 점이 있다면 살해당안 아이의 얼굴에 기괴한 모양의 낙서가 있다. 처음에는 아무 의미 없이 그려진 것 처럼 보였지만 계속 그 사진을 보던 경찰관의 머릿 속에 어떤 단어가 떠오른다. 그것은 심판. 빠른 전개와 흥미로운 플롯 구성, 생생한 현장감까지 느낄 수 있는 이 책이 더욱 마음에 들었던 것은 국내 작가의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막심 샤탕이나 기욤 뮈소(물론 분야는 다르지만)와 같은 치밀한 내용구성과 빠른 전개의 스릴러는 처음인듯! 출간 전 영화가 결정되었고 2009년 영화가 개봉할 예정이라고 하니 더욱 기대된다. 배우는 누가될까? 추격자의 그분이 다시 한번?
6. 서른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김혜남 지음
30 당당하게 홀로 서야할 때
한두해만 지나면 이제 나도 서른살! 물론 아직은 한참 남았다고 주장하며 위로를 삼고 있지만, 곧 다가올 것 같은 서른! 서른이라는 숫자에는 묘한 뭔가가 있는 것 같다. 서른이 되면 갑자기 내 인생이 바뀔 것 같다.
갑자기 어른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 것 같고, 사람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도 달라질 것 같고, 우울해질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이 책을 집어든 가장 큰 이유는 "내게도 다시 사랑이 올까"라는 말 때문이었다. 정말 서른이 되면 사랑도 오지 않는걸까?
아직 서른이 된 건 아니지만 그 전에 삶과 일, 사랑, 인간관계에 대해 한번 차분히 돌아보고 담담하게 서른을 맞이하고 싶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방황하는 서른 살을 위해 35개의 테마로 삶이 외롭고 우울한 진짜 이유를 분석한다.
신경정신과 의사인 저자가 써서 그런지 마치 상담을 받는 것 처럼 편안하게 읽으면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당신은 옳다. 거침없이 나아가라는 저자의 따뜻한 격려가 더욱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책이다.
7.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1000 미처몰랐던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의 이야기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곳, 아프가니스탄. 이 책은 《연을 쫓는 아이》로 데뷔한 아프가니스탄 출신의 작가 할레드 호세이니의 두번째 장편 소설이다. 아프가니스탄의 현대사를 배경으로 두 여자의 가슴 아픈 이야기가 펼쳐진다.
포스트를 구성하면서 왜 '천개'인가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하게 되었다. 우선 그 이야기부터 하자면 책의 제목은(원제도 같다) 17세기 유명한 페르시아 시인인 사이브에타브리지(saib-e-tabrizi)가 카불에 대해 노래한 시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구절은 다음과 같다.
"지붕 위에서 희미하게 반짝이는 달들을 셀 수도 없었고, 벽 뒤에 숨은 천 개의 찬란한 태양들을 셀 수도 없었네" 읽는 내내 마음을 무겁게 했던 책이었다. 답답해서 책을 던져버리고 싶기도 하고, 책 속으로 들어가 내가 대신 싸워주고 싶기도 하고, 여인을 우리집으로 데리고 와 내가 데리고 살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한 책이다.
가난과 차별, 끊임없는 억압과 위험 속에서도 서로 의지하며 희망을 가꾼 그들의 이야기가 눈물겹다.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아프가니스탄의 역사적 배경과 그 안의 여성들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던 책이다.
(이 책은 2007년 11월에 출간되었습니다. 연말에 출간되어 작년에 주목받지 못한점을 생각해 2008년에 넣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