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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설일 : 2007/02/20
 

〈책 읽는 뇌〉
매리언 울프 지음·이희수 옮김/살림·1만4000원
한겨레

뇌는 책을 읽도록 만들어지지 않았다? 당연한 말이다. 코가 안경을 받치라고 만들어진 게 아니듯, 뇌가 독서용으로 진화했을 리는 없다. 인간에게 먼저 추상적 사고의 능력이 생겼고, 그것을 상징으로 표현하는 능력이 생겼고, 그러다 보니 문자와 문해 능력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의 우리에게는 독서 능력이야말로 모든 인지 능력을 대표하는 것이자 총집결이다.

우리에게는 독서 유전자나 독서 중추 같은 것은 없다. 그야 어쨌든, 아니 어떻게 보면 그렇기 때문에 더욱, 독서는 환상적인 기예이다. 감각 기관들과 뇌가 한치 흐트러짐 없이 손발을 맞춰야 한다. 청각에 문제가 있어 음소 구분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언어 이해가 더디고, 주변 시야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면 빠르게 텍스트를 훑어 내릴 수 없다. 뇌는 시각과 청각 정보를 잘 처리해야 함은 물론이고, 안구가 기민하게 움직이도록 쉴 새 없이 운동 명령을 내려야 한다. 피질 적소에서 기억을 인출해야 한다. 때로는 변연계를 통해 감정과 정서를 소환해야 한다. 그래야 행간을 읽거나 추체험을 할 수 있다. 자동적으로 하고 있기에 망정이지, 단계단계 짚어가며 해야 하는 일이라면 엄두도 못 낼 만큼 복잡다단하고 섬세한 작업이다.

<책 읽는 뇌>는 인지심리학과 뇌과학을 통해 이 경이로운 인간 능력을 파헤치고자 한다. 첫째로 독서 능력의 진화 과정을 밝히고, 둘째로 한 인간이 독서 능력을 습득하는 과정을 밝히고, 셋째로 독서 능력이 잘못되는 경우를 소개했다. 독서의 계통발생, 독서의 개체발생, 독서의 장애라는 삼 단계 구성은 삼단뛰기마냥 완벽한데, 내용이 다소 난삽한 게 흠이다. 영어를 기본으로 놓고 이야기하기 때문에 한국어·한글과는 사정이 다른 대목이 있는 점, 독서 교육에 관한 조언들이 간간이 서로 모순되는 점도 맘에 걸린다. 그러나 독서가 뇌의 기본 장착 기능이 아니면서도 이토록 매끄럽게 이루어지는 것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지 배우기에는 충분하다.


≫ 김명남의 과학책 산책
그런데 이 책의 진가는 의외로 난독증을 다룬 부분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독서하는 법을 익히지 못한 뇌’는 어떤 형태이고 어째서 그렇게 되는지 살펴봄으로써 ‘독서하는 뇌’를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다. 독서가 다단계, 다차원 과정이니만큼 난독증에도 서너 종류가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고, 일반인은 언어 반구인 좌뇌로 독서를 처리하지만 난독증 환자는 우뇌를 활성화한다는 것, 즉 다른 신경 회로를 쓴다는 점도 재미있다. 사실 ‘환자’라는 말은 틀렸다. 책이 시종 강조하듯, 독서가 선천 능력이 아니므로 난독증은 장애가 아니다.

여담이지만, 나는 이 책을 읽는 중에 공교롭게도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1Q84>를 함께 읽었다. 그래서 소설의 등장인물 중 남녀 주인공에 도무지 집중하지를 못하고 난독증 소녀 후카에리에 빠져버렸다. 후카에리는 뭔가 영적인 것을 느끼는 소녀라는 설정인데, <책 읽는 뇌>에서 주장하듯 난독증이 공간감각 같은 우뇌형 재능과 함께 나타날 때가 많다면, 후카에리의 능력도 그런 것일까? 후카에리가 공감각을 지녔다는 암시를 주는 대목도 있던데, 그것도 관계가 있을까? 후카에리는 왼손잡이일까? 아, 내 독서하는 뇌의 난독은 어떻게 해야 하나.

김명남 과학책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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