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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설일 : 2007/02/20
 

책 읽는 책

루소
는 "나는 책을 증오한다. 내가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말하는 방법만을 가르쳐 주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린위탕(林語堂)은 "책을 너무 많이 읽게 되면 옳은 것은 옳고 그른 것은 그르다는 것을 모르게 된다. 나는 철학을 읽지 않고 직접 인생을 읽는다."라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움베르토 에코는 "내 이 세상 도처에서 쉴 곳을 찾았으되, 마침내 찾아낸, 책이 있는 구석방보다 나은 곳이 없더라."라고 했다. 책에 대한 긍정 혹은 부정의 이러한 말들의 공통점은 그러나 무수히 많은 책을 읽고 난 후에나 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책읽기의 긍정과 부정에 대해 말한
장 자크 루소 그리고 움베르토 에코

60억 세계 인구 중에 단지 1억의 사람만이 책을 읽는다고 한다. 일억 명의 맨 꼴찌에 서더라도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역시 책을 읽으려고 하거나 아니면 이미 많은 책을 읽고 있는 일억 명 중 한 명일 것임이 분명하다. 책은 널려 있고 책에 관한 책 또한 쌓여 있다. 그런데 책을 읽을수록 모르는 세계는 점점 더 넓어지고 좀처럼 지적 능력이 발전하는 느낌을 받지 못할 때가 있다. 또 전혀 생소한 영역의 책을 읽기 위해서는 읽어야겠다는 마음만 앞서고 어디서부터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모르는 경우도 많다. 박민영의 책은 이런 사람들을 위해 쓰였다.

그가 이 책을 쓴 의도는 세 가지이다. 하나는 폭넓은 교양을 바탕으로 많은 사람이 지성인이 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했다는 것이다. 그 둘은 우리나라 상황에 맞는 독서방법을 연구했다는 것이고, 셋은 네트워크 독서법을 알리자는 것이다. 그의 첫 번째 의도가 내게도 주효할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나라 상황에 맞는 독서법이라는 말은 의미 있게 다가왔다. 특히 모티머 J. 에들러의 신토피칼 독서법과 비슷한 박민영의 '네트워크 독서법'은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가 말하는 네트워크 독서법은 한 저자의 책을 잇달아 읽는 것, 좋아하는 저자의 인적 네트워크를 따라 책을 찾아 읽는 것, 한 주제의 책을 잇달아 읽는 것을 명명한 것이다. 이런 방법에 따라 독서 리스트를 만들어두고 책을 읽으면 한 가지 주제, 혹은 한 작가의 책을 더 깊이 있고 폭넓게 접할 수 있다.

나는 독서에 관한 책 중에 <헤르만 헤세의 독서의 기술>, 모티머 J. 애들러의 <독서의 기술>, 히라노 게이치로의 <책 읽는 방법>등을 읽었다. 헤세의 책은 그가 발표한 많은 에세이 중 책과 독서에 관한 글만을 모아 엮은 것이다. 그는 부드럽지만 깊이 있는 언어로 책이라는 물질적 세계를 독서 행위를 통한 정신적 행위로까지 폭넓게 확장해 나간다. 철학자이며 사상가인 애들러의 책은 분석적이고 체계가 분명해서 요약 정리하기가 쉽다. 일본에서 '미시마 유키오의 재래'라는 평을 듣는 젊은 소설가 히라노 게이치로의 책은 그의 직업 때문인지 '책 읽는 방법'이라는 제목보다는 '소설 읽는 방법'이라는 제목이 더 어울릴 만큼 많은 양을 소설에 할애하였다.

진정한 독서가는 텍스트를 읽는 것이 아니라 독서를 통해 자신의 내부를 발견한다는 말로 나를 반성하게 하고, 한 가지 영역에만 국한하지 말고 인문 사회과학 서적을 본격적으로 읽을 때 빅뱅에 가까운 독서혁명이 일어났다는 박민영의 책은 세 번째 읽으면서도 여전히 밑줄 긋게 되는 책이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반딧불이`님은 김민서(시인). '자벌레' '매맞는 여자' '베드타임 스토리'외 다수 발표.
책 속 밑줄 긋기독서는 고독한 과정이다. 스스로 채찍질 하지 않으면 아무도 채찍질해주지 않는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자신의 정신적 소외를 관능적인 과학․기술 미디어에 맡김으로써 위로를 받으려 한다. 그러나 그것은 소외의 주범에게 다시 위로를 받는 꼴이다. (22쪽)

정신적으로 오염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지'가 아니라 '지성'인 것이다. 책을 읽지 않으면 정치적으로 상업적으로 이용당하기 쉽다. (64쪽)

대체로 책은 몸을 즐겁게 하는 어떠한 비용보다도 저렴하다. 책을 사는 것은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자신을 가치 있게 만드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다. (71쪽)

공부하는 데 시간이 없다고 하는 사람은 시간이 있어도 공부하지 않는다. - 회남자 (88쪽)

책 읽는 습관을 기르는 것은 인생에서 모든 불행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킬 피난처를 만드는 것이다. - 서머싯 몸 (103쪽)

작가 소개청소년 및 일반인을 위해 쉽게 풀어 쓴 독서 가이드를 제시한, 문화평론가 박민영
  • 1969년 서울 출생. 경기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필자은행 대표 및 도서출판 우물이 있는 집 편집장으로 일했다. 전국대학생문학연합 의장을 지내고 '오월문학상' 시 부문 수상을 하는 등 학창 시절부터 독서와 문예 활동을 활발히 해왔다. 해마다 100권이 넘는 책을 읽어온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청소년 및 일반인을 위해 동화, 에세이, 영화비평, 사회비평과 같은 여러 장르의 글을 써왔다. 저서로 <책 읽는 책>, <행복한 중용>, <즐거움의 가치사전>, <논어는 진보다>, <논어로 배우는 한자>, <공자 속의 붓다, 붓다 속의 공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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