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키핑(Charles Keeping/1924-1988)
찰스 키핑은 우리 나라에 '창너머'로 처음 소개되었는데 나는 이 작품을 이지유 씨가 쓴 '그림책 사냥하기'라는 책에서 처음 알게 되었다. 표지와 그림책의 일부만 소개되었는데 전 체가 아닌 부분만 봤을 때는 굳이 책을 보고 싶지 않았다. 보여줄 책도 많은데 어린 아이에게 이런 강한 그림까지 보여줄 필요는 없을 것 같아 읽고 싶은 책목록에서 일찌감치 접어두었었다.
그러다가 독서도우미 오프라인 회의가 끝나고, 보던 책을 선물로 주셨을 때 아이들 데리고 오느라 늦게 가보니 2~3권 만 남아 있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어 남은 책을 들고 와보니 그중에 한 권이 찰스 키핑의 '조지프의 마당'이었다. 표지부터 범상치 않아 혹시나...했는데 역시나 이 작가의 작품이었던 것이다. 마치 그림에 글이 딸려 있는 것 같은 글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충격적이면서도 암울한 그림들.
그런데 그런 강렬한 그림에서 얘기하는 내용은 의외로 따스하고 가냘프다. 그러면서도 내면에 숨겨져 있던 기억들을 건드리는 것 같은 묘한 느낌을 받았다. 당장 '창너머'가 궁금해졌다. 도서관으로 달려가 살펴보니 편견없이 바라본 그 책을 보면서 나는 어린 시절의 나를 찾아내고 있었다.
더 이상 그림의 형식이나 무게같은 것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리고 이 작가가 궁금해졌다. 도대체 찰스 키핑이란 사람은 누구일까?
찰스 키핑은 1924년 영국 런던의 람베스라는 허름한 동네에서 신문배급업자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어린 시절 그다지 뛰어난 것 없는 아이였던 키핑은 다만 그림을 좋아하여 아버지가 가져다주는 가판 포스터 뒷면에 그림을 즐겨 그리곤 했습니다. 평범했던 그의 삶은 그러나 여덟 살 되던 해 아버지가 죽고 이어 할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남으로써 깊은 상처를 안게 되었습니다.
열네 살에 학교를 그만두고 인쇄소에서 조판공으로 일하던 키핑은 2차대전 중이던 열여덟 살 때 군에 입대하였는데, 군 생활 중에 머리 부상을 입어 한동안 정신병 증세에 시달렸으며 이 경험은 완치된 뒤에도 그의 내면에 어두운 그늘을 드리웠습니다.
1946년 전역을 한 뒤 리젠트 스트릿 폴리테크닉이라는 미술학교에 들어가 낮에는 가스 검침원 일을 하고 밤에는 그림 공부를 하며 3년 만에 학교를 마쳤습니다. 석판화와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한 키핑은 1952년부터 일간지「데일리 헤럴드」에 만화 연재를 시작으로 일러스트레이터의 길에 들어섰으며 이후 200여 권의 책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1966년 그림책 『검은 돌리』의 출간을 시작으로 평생 22권의 그림책을 쓰고 그렸는데, 대부분 자신의 어린 시절이나 급속한 현대화 과정 속 대도시의 변화 한가운데 놓여 있는 어린이들의 내면 또는 자기 내면의 어린이를 그린 작품들입니다.
빼어난 조형성과 색감, 깊은 주제의식으로 ‘어린 독자에겐 너무 어렵고 깊은 심리적 접근을 하는 것이 유일한 흠’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키핑은 『찰리와 샬롯데와 황금 카나리아』(1967)와 『노상강도』(1981)로 케이트그린어웨이 메달을 두 차례 받았으며, 1988년 뇌종양을 앓는 가운데도 작업에 몰두하다가 예순여섯 살의 나이로 그의 작업실에서 삶을 마감했습니다.
찰스 키핑의 어린 시절과 그림책
"사람들은 내게 어린이를 얼마나 염두에 두고 책을 만드느냐고 묻곤 한다.
글쎄, 아주아주 조금. 누구도 그럴 수가 없다.
만일 누구를 위한 책인지 생각하면서 시작한다면 시작부터 길을 잃고 말 것이다."
-찰스 키핑-
찰스 키핑은 십대 시절 적어 두었던 자신의 시를 기반으로 하여 이 그림책을 만들었습니다. (난해하기로 소문난 그의 그림책답게 이 책 역시 쉽게 접근하기 어렵습니다. 작가 자신 역시 자기 작품의 그러한 경향을 알고 있었지요. 해서 찰스 키핑은 아이와 함께 그 그림책을 볼 부모나 교사 같은 어른들이 길잡이가 되어 주길 기대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부모가 자녀에게 들려주고 싶어 하는 이야기는 밝고 따뜻하며 기쁨과 즐거움을 주는 이야기입니다. 삶의 긍정적인 면을 들춰내어 보여주려고 하지 죽음이나 슬픔이나 병듬과 같은 부정적인 면은 굳이 들추어 보여줄 것이 없다고 생각하며 그런 상황에 닥치더라도 아이가 그것에 감정적으로 맞닥뜨리기 보다는 우회하여 돌아가기를 바랍니다. 일반적으로 그렇다는 이야기이지요. 하지만 실제 삶에서 아이들은 길에서 난 사고를 목격할 수 있고, 뉴스로 전달되는 전쟁과 가난, 질병에 관한 소식들을 피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죽음이 초래하는 이별 역시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영원히 피할 수 없는 일이지요.
찰스 키핑은 아이들이 겪는 그런 경험들을 숨기고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그는 독자들이 결코 선호하지 않는, 특히 부모가 자녀에게 들려주고 싶어 하지 않을 만한 이야기들을 그림책으로 그려냈습니다. 아마도 찰스 키핑은 자신의 그림책을 통해 아이들이 느낄지도 모르는, 그리고 자신이 어린 시절 느꼈던 어두운 감정이나 두려움을 표현하고자 했던 데에는 어린이들이 자신의 그림책을 읽음으로써 그러한 감정을 극복하는 데에 도움이 되고자 해서일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실제로 독자를 안심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찰스 키핑이 그림책에서 자신의 어린 시절 경험을 조금 어둡게 표현했다고 해서 그의 어린 시절이 불행했던 것은 아닙니다. 작가의 아내인 레나테 키핑은 ‘유년기는 그의 모든 것이었다. 그가 만든 모든 책이 그 시절에서 나온 것이고, 보통 그는 가능한 최대한 그 때에 살던 방식대로 하려고 애를 썼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찰스 키핑은 부모의 사랑을 받으며 행복한 유년기를 보냈고 그 시절을 아주 잘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시절의 기억 가운데에서도 어린 아이가 겪을 수밖에 없는 성장통을 잘 기억하는 이였기에, 그 경험을 토대로 이 그림책을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출처 : 사계절출판사>
찰스 키핑의 작품들
찰리와 샬롯데와 황금 카나리아(1967년)
케이트그린어웨어 메달 수상
찰스 키핑 저/박정선 역 | 시공주니어 | 2000년 01월 한 아이가 이층 거실에 앉아 창으로 거리에서 일어나는 일을 지켜보면서 느끼는 감정이, 독특한 구도와 움직임을 통해 읽는 이에게 그대로 전달되는 독특한 책. 무겁고 어두워서 으스스한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주변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책으로, 괜찮은 책으로 칭찬받을 만하다.
찰스 키핑 글,그림/서애경 역 | 사계절 | 2005년 02월
빈터가 생긴 후 스콧과 웨인은 그 곳에서 공을 차고 놀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빈터에 서커스가 들어섰습니다. 두 아이는 집에 달려가 돈을 마련한 뒤 천막으로 들어갔습니다. 공연이 시작도 되기 전에 바라본 서커스단 사람들과 동물들의 모습은 기대와 달라 보였습니다. 하지만 먼저 놀이기구를 타고 나서 공연을 보자 어릿광대, 말, 외줄타기, 공중그네, 사자, 코끼리의 곡예는 정말 환상적이었습니다. 천막이 걷힌 후, 빈터는 텅 비고 다시 쓸쓸한 놀이터가 되었지요. 웨인에게는 정말 그랬고, 스콧은 이 빈터를 늘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는 곳으로 생각합니다.
찰스 키핑 글,그림/서애경 역 | 사계절 | 2005년 05월 그 도시에는 변두리로 돌아 나가는 찻길이 있고, 찻길 아래에 지하도가 있습니다. 이 지하도를 지나노라면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혼자 춤추고 노래하는 길거리 가수 새미 스트리트싱어를 만나게 됩니다. 새미는 지금 아주 행복하답니다. 한때 인기 스타가 되려고 이 곳을 떠났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그게 어찌된 일이냐면......
조지프네 집 마당에는 생명 있는 것이라고는 없습니다. 어느 날 조지프는 마당에 놓인 고물을 조그만 나무 한그루와 바꿉니다. 바닥 돌을 드러내고 나무를 심습니다. 비가 내리고 햇볕이 내리쬐고 눈이 내리고 계절이 바뀌어 갑니다. 드디어 나무에서 꽃이 핍니다. 조지프는 너무나 예쁘고 사랑스러워 꽃을 꺾어 듭니다. 하지만 꽃은 이내 시들어 버립니다. 다음에 꽃이 피었을 때는 벌레와 새와 고양이가 조지프네 마당으로 찾아듭니다. 조지프는 그 짐승들이 자기가 사랑하는 나무를 위협할까 봐 그것들을 내쫓고 나무를 외투로 감싸줍니다. 그러나 나무는 곧 시들어 버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