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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설일 : 2007/02/20
 

여성의 삶을 바꾼 책 50권
데보라 G. 펠더 지음, 남인복·윤규상 옮김
부글북스, 446쪽, 1만5000원

#1. 1879년 12월, 헨릭 입센의 희곡 『인형의 집』이 출간되자 유럽은 충격에 휩싸였다. 한 비평가는 “노라(여 주인공)가 결혼 생활을 뒤로 하고 문을 쾅 닫았을 때, 수많은 가정의 벽이 흔들렸다”고 선언했다. 인형처럼 순종적인 아내와 엄마로 살아온 노라가 자아를 찾겠다며 남편과 아이들을 떠나는 장면은 두고두고 뜨거운 논쟁의 대상이었다. 급기야 각종 사교 모임은 “인형의 집에 관한 이야기는 하지 말아달라” 당부하고 나섰다.

#2. 1949년 프랑스. 대학 교수 몇몇은 시몬느 드 보부아르의 『제2의 성』을 “도저히 읽을 수 없다”며 연구실 밖으로 던져버렸다. 저자의 친구였던 알베르 카뮈조차 “프랑스 남자들을 웃음거리로 만들었다”고 공격했다. 그러나 “여성은 태어나는 게 아니라 여성으로 길러지는 것”이라는 이 책을 읽은 여성들은 스스로를 ‘시몬느 드 보부아르의 아이들’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이는 1960, 70년대 여성운동을 되살리는 불씨가 됐다.

이처럼 ‘여성의 삶을 바꾼’ 책들에는 기막힌 사연들이 넘쳐난다. 책 자체도 당시에는 도발적이었지만, 책을 낳은 저자의 비범성, 책을 둘러싼 사회의 반응도 끊임없는 이야깃거리가 된다. 이 때문에 소설가이자 잡지 편집자인 저자가 사회에 끼친 영향 등을 고려해 직접 선정한 책들의 요점과 비평을 담은 이 책은 흥미진진하달 수 있다.

저자는 중세부터 현재까지, 각종 장르를 망라했다. 1400년대, 존경할 만한 여성을 소개하며 여성혐오사상에 도전장을 던진 전기물 『숙녀들의 도시』부터 1990년대 발표된 대중소설 『브리짓 존스의 일기』까지 나온다. 영화로도 유명한 ‘브리짓 존스의 일기’는 “여성으로서 자립심과 모든 남성에게 전부이고자 하는 애처로운 소녀의 욕망 사이에서 현대 여성이 어떤 식으로 동요하는지 포착했다”는 비평이 흥미롭다.

또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안네의 일기』는 여성의 강인함, 희망을 보여준 점이, 『보바리 부인』은 여성의 내면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점이 평가받았다. 홀로코스트를 그린 『숄』, 옥스퍼드대 여자대학이 배경인 탐정소설 『대학 축제의 밤』, 『제인 에어』에서 다락에 갇혔던 미친 여자에게 말을 하게 한 『넓은 사르가소 바다』도 이 책이 알려주는 보석들이다.

특히 여성학에 관심이 없었던 이들에게는 생소할 책들이 많다.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는 “강간은 충동적 범죄가 아니라 여성을 육체의 정복으로 다스리려는 남성들의 권력 주장”이라고 말하며, 『나는 것이 두렵다』는 여성의 성적 환상을 너무 솔직하게 다뤄 출판사 식자공이 작업을 거부했다는 일화가 있다. 베티 프리단의 『여성의 신비』, 케이트 밀레트의 『성의 정치학』은 거의 고전에 속한다. 뉴욕 타임스가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책 70권 중 하나로 꼽은 나오미 울프의 『미의 신화』는 “미에 대한 집착이야말로 남성이 권력을 요구하는 여성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이며, 여성이 사회적 능력 성취에 쓸 자원을 고갈시키며 아름다워지려는 ‘제3의 근무’를 하게 만든다고 갈파한다. 그러나 울프는 자신의 미모 때문에 “아름다워지려는 여성들을 아름다운 여성이 비난한 꼴”이라는 평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언급한 책들이 어떻게 여성의 삶을 바꾸었는지 구체적 설명이 부족하고, 전체적으로 흐름이 매끄럽지 않은 게 아쉽다. 영미 쪽 작품이 대다수이고 문학 장르 중 시를 뺀 점도 한계다. 욕심 많은 독자라면 직접 그 여백을 채워나갈 법도 하다.


백일현 기자<KEYSME@JOONGANG.CO.KR>// 이미지 컴퍼넌트 사이즈 조절try{var oContent = document.getElementById("articleImage");if(oContent){for(var nIdx=0; nIdx 250){oContent.getElementsByTagName("img")[nIdx].width = 250;}}}} catc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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