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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같은 삶, 하나님이 만드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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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뉴욕이라는 책을 읽다

2006.04.05 01:38 | Melon | timelast

http://kr.blog.yahoo.com/timelast/631 주소복사

이번 이야기는 책 이야기이다. 영화에 대한 책이고, 뉴욕에 대한 책이다.

최근 며칠간 나를 부끄럽고 서글프게 만든 책이며,
뉴저지에서 뉴욕 포트 어써리티 터미널로 향하는
 166번 버스 안에서 잠시나마 배시시 웃게 만든 책이며,
최근 몇 개월 새에 읽은 책중에 적어도 내게 가장 영향력을 끼친 책이며,
영화를 무엇보다 좋아하던 그 어떤 젊은 날을 떠올려야 했던 책이며,
밤새 잡지 기사를 마감하며 글을 쓰던 그 4년의 내 기억을 책장과 함께 펼쳐야 했던,
뉴욕이라는 내가 일하고 있는 이 도시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했던,
그리고 조금전에 한국의 지인에게 인터넷으로 추가 주문해서 선물을 보낸 책이다.

이 책의 이름은 '안녕, 뉴욕'이다.

--
책 이야기에 앞서 먼저 알려주고 싶은 두 가지.
하나는 이 글이 퍽 길어질 것 같다는 사실
또 하나는 어제부터 시작된 서머타임제도와 조금저에 먹은 감기약의 효과로,
약간 내가 졸리고 그로 인해 오타와 비논리와 횡수가 결합된 글이 나올 수 있다는 사실.

--
"How do I say 'Good morning' in korean?"
한국말로 굿모닝이라는 아침인사를 어떻게 해?

여기와서 가끔 아침인사를 하다보면 한국인인 내게 물어보는 동료들의 질문이다.
글쎄.. 사실대로 "밥먹었니?"라고 보릿고개 시절 인사를 가르쳐줘야 할까?
"실은 우리는 시간대 별로 다른 인사가 거의 없어."라고 말해주어야 할까?
결국 사실대로 말했다.

"Annyeong, that's same everytime, morning, and evening"
"Strange, How do you say "Bye"?

이런 낭패가 있나, 우리는 헤어질때도 안녕이라고 말하지 않는가..
길게 돌아왔지만 내가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안녕 뉴욕'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것은 Bye인가? Hello 인가?
책을 다 읽고도 난감한 문제이다.
이 책의 저자는 911을 계기로 적금도 깨고 보험도 깨고
뉴욕에 네일아트 아르바이트를 하러 와서 day tripper로 생활을 하고
결국 400여 일 후에 쿠바로 떠나며 글을 마감한다.
그녀는 뉴욕에 How are you? 라고 물어보는 것일가? Bye 라고 말하는 기분으로
제목을 붙인 것일까?


--

실은 이 책을 나의 yes24 관심리스트에 둔 것은 연초 한국으로 출장을 다녀온 후였다.
11월과 12월 뉴욕의 생활을 볼품없이 보내고는
장님 코끼리 다리 더듬듯 생활하지말고 어떻게든 뉴욕의 모든 곳곳을
다녀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이 도시와 관련된 책을 찾았었고
그래서 발견한 책이 이 책 '안녕 뉴욕'이었다.
게다가 이 책은 자칭 영화애호가라는 나에게 걸맞게 뉴욕+영화 라는 공식을
갖고 있는 책이었다. 그 결과 책을 받기 전까지만 해도 여행안내서
혹은 영화이야기책이 아닐까 기대를 하고 있었다.
이런 기대가 나중에 완전히 지금은 바뀌었지만 말이다.

자, 문제는 이 책을 어떻게 구매하는가였다. 물론 여기 뉴욕의 맨하튼 32가에 가면
한국책을 파는 서점이 있지만 모든 한국책의 가격은 정가에 2배 혹은 3배라는 스티커가
책 뒷면 가격표에 붙어있기 때문에 여기서 이 책을 사는 것은 바보같은 일이었다.

운이 좋았다. 마침 여기 출장오는 교회 후배가 있었다.
누나의 집으로 배송을 시키고 그녀가 이곳 뉴욕으로 책을 가져오기 기다렸다.
그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지만 언제나 책의 배송을 기다리는 것은 설레고 지루한 일이었다.

자연스럽게 나보다 책을 먼저 받아본 누나의 반응이 먼저 메신저로 전해졌다.
"세헌아, 이 책 재밌더라, 너처럼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좋아할 것 같아"
그런가보다 했다. 누나가 한 발짝 더 나간다.
"야, 나는 이 저자가 너랑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 사귀면 좋겠더라, 너랑 생각하는게 비슷해"
우리누나 또 웃기기 시작한다 싶었다. 동시에 책을 잘 고른것 같다는 다행스러움을 갖게 되었고 누나는 책을 후배편으로 보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후배의 반응이 재미있다.
"오빠, 이 책 어떻게 산 거에요?"
"응, 왜"
"책이 오빠의 누나로부터 왔길래 조금 봤는데 재미있어요"
"아 그래 비행기타고 가져오면서 먼저 조금 봐도 된다. 오면서 보렴"

다들 왜 이럴까? 내 머리 속이 궁금하다며 씨티촬영을 해보라던, 좀 더 거슬러올라가
대학을 진학할 때 '남자는 아주 글을 잘 쓰지 않으면 갈 생각을 말라"며
내가 국문과를 못가게 했던 국문과 출신의 우리누나가 이 책과 저자를 좋다고 하더니,
내가 어떤책을 주로 읽는지 - 아마 내가 체 게바라와 민족경제론, 시간의 역사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면 의아해 할 - '교회' 후배가 이 책을 재밌다고 했다.

결국, 맨하튼 렉싱턴 애비뉴의 후배 숙소 앞 다이너에서 이 책을 받아들었다.
불과 이 글을 쓰기 3일전의 일이다.
그날 밤 뉴저지로 돌아오는 버스안에서부터 오늘 아침까지 나는 이 책에 매료되었다.
단숨에 절반을 읽어버렸다.

하지만 갑자기 이 책을 빨리 읽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번에 다 읽어버리자니 너무 아까웠다.
더 중요한 이유는 맨하튼의, 뉴저지의 주말 봄볕이
내가 이 책을 붙들고 방안에 앉아 있는 꼴을 보게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마 이 책의 작가가 164쪽과 165쪽에서
"그러니까 나에겐 진정 최악의 시즌이 온 것이다. 도저히 이 따뜻한
빛을 나두고 어두컴컴한 극장 안으로 들어가고 싶지안 않다"라고
용기있게 영화를 배신해야 했던 그 순간을 털어놨던 것처럼
내가 이 현명한 책을 조금더 오래 붙들 수 있도록 하나님은 나에게
며칠전부터 비가 올 것이라고 떠벌이던 워너브라더스 11 채널의 TV 날씨 예보를
보기좋게 한방 먹이셨다.
지난 주말은 봄햇살을 찰랑거리는 플레어스커트입은 아가씨의 무릎에 눈길이 가듯
결코 부지불식간에도 무시할 수 없는 최고의 봄날이었다.

하지만 맹세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생처음 보는 소호의 거리와
그리니치 빌리지와 이스트 맨하튼의 부두를 돌아다니며
연신 셔터를 누르면서도 마음은 가방속의 이 책에 가 있었고,
또 다른 절반의 내용을 기대하고 있었다.

--
이 책이 결코 여느 여행책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채는 데는 그리 오랜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오히려 이 책의 처음 몇 챕터는 마치 안정효의 헐리웃키드의 생애를 보는 듯 했다.
작가는 스타카토 같은 문장으로 뉴욕과 맨하튼에 흔적지워진 (이런말이 사전에 있는지
모르겠지만) 영화를 크리넥스 뽑아내듯 뽑아내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첫 챕터에는 짐 자무시!!!를 만나는 장면으로 시작되며,
두번째 챕터에서는 뽑아내기 솜씨의 절정을 발휘하여
26페이지부터는 우디알렌의 라디오 데이즈와 브로드웨이를 쏴라를 맨하튼 34가 에잇
애비뉴에 놓여져 있는 호텔 뉴요커 건물에서 찾아내며,
파크 애비뉴의 그랜드 센트럴 역에서 우먼 인 더 윈도우를 찾아내며,
소호에서 스코시즈의 흔적을 찾아내며, 비열한 거리의 리틀 이탈리아를 언급하며,
워킹앤 토킹의 주인공들이 누볐던 카페를 찾아낸다.

적어도 내게 이 장면은
 이 책의 말미에 있는 섹스 앤 더 시티의 명소들을 소개하는 권말부록 챕터보다
더욱 흥미진진하며, 이 챕터의 앞부분에서 이미 말했던 것처럼
남들 다 찾는 세렌티피티와 타임스퀘어와 엠파이어 스테이트빌딩을 이야기하는 것보다
몇십배 값어치 있는 트리퍼Tripper의 궤적이었던 셈이다.

잠깐짬깐, 이게 끝이냐고? 결코 그렇지 않다.
이러한 스태디켐 때로는 핸드헬드 촬영만큼의 꼬볼꼬불한 그녀의 워킹은
두번재 챕터를 넘어 이 책 전반에 펼쳐져 있다는 사실은
새우깡 한봉지에 만족하려 했던 꼬마에게 종합선물세트를 내미는 것 만큼의
행복한 카타르시스가 아닐 수 없었다.

그녀가 기록한 영화들을 모조리 보지 않아도 좋았다.
그녀가 가 본 뉴욕 맨하튼과 롱아일랜드 저 멀리의 등대는 내가 가보지 않았고
앞으로도 가볼 자신이 없었지만, 그래도 좋았다.
나처럼 혹은 그녀처럼 혹은 어딘가의 누구이건,
만약 그 또는 그녀가 영화를 좋아한다면, 이렇게 총천연색의 느낌으로 나열된
낱말 묶음만을 보고도 아드레날린이 솟는다. 선수(?)들은 혹은 선수를 동경하는
이들은 이걸 아주 잘 안다. 그녀가 책 전반부에서 클레어 데인즈를 로이어 맨하튼에서
만났다고 하고 팀 버튼을 책 후반부에서 만났다고 할 때마다 덩달아 환호하기도 하고,
심지어 부러워 죽을 것 같은 상황에 한숨을 내쉬는 것으로 만족해야만 한다.


글쎄말이다. 이 책은 영화를 말하는 책이었다. 뉴욕은 그 어느 지점이었고
그녀는 현실과 영화의 공간과 시간이 뒤죽박죽되어있는 이 뉴욕의 자기장을
영화를 사랑하는 펼쳐보이고 있었다.
혹은 물론 그런 의도는 없엇겠지만. 마치 장날이면 찾아오는 야바위꾼이
순진한 촌놈을 속인 바로 그 순간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자신이 뒤집어 놓은
그 화투패를 펼쳐보이고 있었다. 이것은 당하는 이에겐 고통이지만,
지켜보는 바람잡이와 제3자에겐 화려한 쾌감 그것인 셈이다.

--

이제 잠시 숨을 돌리자. 아직도 나는 이 책에 대해 할 말이 많다.
그러기 위해 이 책의 평범한 재밋거리들을 소개하여 뒤에 소개할 이 책의
매력의 에피타이저 노릇하도록 만들어 보아야겠다.

이 책에는 영화 속에 나왔던 뉴욕 곳곳의 영화적 장소와
시네마테크와 영화 관련 정보들을 그야말로 실용서적 못지 않은 솜씨로
펼쳐놓고 있다. 예를 들어 위대한 유산에서 에단호크와 기네스 팰트로우가
키스하는 그 분수대같은 음수대의 위치와
첨밀밀의 장만옥과 려명의 그 티비보는 장소를 알아내 소개하는 집요함과
내가 다니는 회사 바로 옆 브라이언 파크에서 여름이면
(아뿔싸 나는 그때 독일에 있을 때이군) 일주일에 한번씩 야외 영화가
상영된다는 이야기와, 나도 몇달전부터 써먹기 시작한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공짜로 영화를 즐기는 법과 그 죄책감에 대한 피가 되고 살이되는 팁까지
생생하게 설명해 놓고 있다. 아 나보다 먼저 이런 죄책감을 느낀 사람이 있단 말이군.
사실 나는 조만간 42가나 32가의 amc 극장에서
원초적본능 2와 아이스에이지와 스파이크 리의 인사이드맨을 하루에
티켓하나로 끝장내려는 용의주도한 계획을 세우고 있지 않은가!!

--

결국 이 책의 나머지 절반은 이 글을 쓰는 오늘 아침에 버스안에서 다 읽어버렸다.
그리고 난 알아챘다. 그녀는 결국 영화를 이야기했고 뉴욕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녀가 인간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것을 발견하는 데는 이 책에서 가장 만족스럽지 않은 그 자신에 대한
고백을 읽으면서부터였다.
앞서 이야기를 했듯 이 책의 저자는 씨네21의 기자로 일하다가
911 사건을 보면서, 허망한 것들보다는 '자신에게 존재하는 시간들에게 투자하겠다'는
순정만화적 동기로 적금을 깨고 보험을 깬 후, 뉴욕으로 건너왔다고 한다.

나는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저자의 불법체류 신분이 궁금했다.
그도 그럴 것이 도대체 젊은 여자가 400여일간 비자신분의 만료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받는 여행비자는 6개월이상 체류하면 안되고 취업을 해선 안된다).
미국의 제도하에서 불법을 저지르면서 영화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여기 이렇게 머물러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라는 것이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를 지배하는 짓누름이었다.

여러차례 내가 지인들에게 말했던 것처럼 한국의 30대 전문직 미혼 여성들이
얼마나 가족 부양으로부터 자유로우며, 자기 자신을 위해서만 살아갈 수 있는
주객관적 토양이 갖춰져있는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또하나의 책이라고
생각되는 구석이 다분했다. 게다가 네일가게에서 손톱과 발톱을 다듬어주는
일을 하면서 '불법의 신분'으로 살아가는 것을 희희낙낙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녀가 덜컥 먼저 이 이야기를 꺼내버렸다.
그녀는 연재하던 블로그의 독자로부터 남겨진 당돌한 비난을 받았음을 고백한다.
"한국에서 기자를 하던 사람이 뉴욕에 와서 네일가게에서 손톱 다듬는 일"을 하면서
그런 것을 미화시키고 있다는 비난이 그 독자의 비난이었단다.
어쩜 나랑 이렇게 비슷하냐, 그 독자. 장하다.

이 작가는 이에 대해 "심장에 손을 얹고 솔직히 말해 10분의 1정도는 이것이 영구적인
직업이 아니기 때문에 불평없이 받아들이고 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하루의
노동이 없으면 ... 손님들이 주는 몇달러의 팁이 내가 영화를 볼,
DVD를 구입할, 빵을 살 돈을 제공한다면 나는 내 노동이 부끄럽거나 구차하지 않다.
사기치는 것이 아닌 이상, 세상의 모든 노동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신성하고
이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왕지사 하는 일이라면 나는 그것을 즐기고 싶다"라고
답을 했다.

솔직히 말해 만족스럽지 않다. '사기치는 것이 아닌 이상'이라고 했지만
그녀는 미국 이민법상 사기아닌 사기를 치고 있다. 그리고 그녀가 자신을 위해
뉴욕으로 건너간 만큼 나는 그녀가 남을 위해 얼마나 잘 살고 있는지
의예 나의 공격적인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여러번 말했듯 나는 여기에서 흑인과 백인과 스페니시들의 발을 닦고,
손톱을 다듬어 주는 아저씨 아줌마들과 한집에서 산다.
주인 아줌마도 그렇다. 이들은 그들의 노동에 대해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내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그리고 그 독자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이러한 노동이 신성하지 않다는 것을 말하려는게 아니다.

화가 난다는 것이다. 생존을 위해 백인엄마와 함께 들어와
발을 내밀고 오십이 넘은 우리집 주인아줌마에게 2천원 팁을 내미는
꼬마의 고사리 손을 바라보고 있는데 이 여자는, 이 작가는 영화를 보기 위해,
뉴욕을 만끽하기 위해 일을 하고 있으니 얼마나 둘은 다른가.
 
그래서 이 점은 이 책의 가장 불만스러운 부분이 되었다.
처음엔 이 점이 그나마 이 멋진 책에서 내가 느낀 열등감에 대한 보상심리가
아닐까도 생각해 보았지만, 적어도 난 이 부분에 있어서만은
그녀에게 동조할 필요도 없으며, 적어도 한발짝 비껴서 그녀를, 이 책을
보겠다고 생각했다. 왜냐면 나는 그녀를 이 책으로밖에 모르기 때문이다.

그녀도 살기 위해 그들의 손톱을 만졌다고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어쩌면 그녀에겐 믿는구석이 있었고 (뉴욕에서 내내 시네21에 기고를 했고,
지금 현재 시네21 기자로 복귀했다), 적어도 삶의 여유에 있어서만큼은
절실한 나머지 불법체류자들과는 달랐으므로
그의 뉴욕에서의 직업과 생활의 이야기는 얼핏 뉴욕과 미국생활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독자에게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다.

에잇, 또 시작된, 결국 상상력에 근거한 작가에 대한 나의 날카로운 비판은
가라앉히고 이 책을 다시 이야기해 보자.
---

그녀는 이책에서 많은 영화를 이야기하고 있고 그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이야기하고 있다. 흔히 알려지지 않은 영화들이
뉴욕의 어느 시네마떼끄에서 필름폴럼에서 틀어진 것을
소개하는 척하고 있지만 잠시 후 그녀는 그곳에서 틀어진 영화들 속의
주인공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다큐멘타리에 대해 이야기하면 더욱 그녀의 시선은 또렷해진다.
코니 아일랜드에 대한 이야기가 그랬고
영화 속 미소년에 대한 이야기가 그렇고
마틴 스코세지에 대한 그녀의 배려가 그랬고
브라이언 파크의 야외 상영을 이야기하면서 프로비던스라는 곳의 소극장의
할아버지 가수를 이야기하는 장면이 그랬다.
찰리채플린에 버금가는 헤럴드 로이드를 소개하는 것도 그랬다.

뭘 그랬냐고?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단 말이다.
30이 넘으면서 내가 고른 많은 책들 중 내 기억을 후려치는 글들은
바로 그런 글들이었다.


---------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이 책중에 184쪽부터 펼쳐지는
'그대 탈출을 꿈꾸는가'라는 챕터가 가장 좋다.
한국에서 초등학교 교사를 때려치고 뉴욕으로 건너온 작가의
고등학교 친구 이야기로 챕터는 시작된다.
작가는 우리 독자들이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다르지 않게
그 친구의 직업이 주는 '방학'이라는 한방을 갖고 있음을 부러워했다.
아무튼 그녀의 친구인 또 다른 그녀는
'죽기전에 절대 안 나온다는 그 직장-교사'를 때려치고 뉴욕으로 여행을 왔단다.

여기까지 말을 꺼내고 그녀는 영화이야기를 끄집어낸다.
영화 일렉션과 영화 미드나잇 카우보이 이야기,,
둘다 뉴욕에 대한 이야기이다.

"모든 걸 잃은사람에겐 어떤 일이 생길까? 그가 일해왔던 모든 것,
집에서 쫓겨나고 사회에서도 제명당하면, 그렇다면 어떻게 살 수 있을까?
과연 어디로 갈 수 있을까?"
"뉴욕이지" (영화 일렉션 중에서)
...
뭔가 심상찮다. 그리고 그녀는 영화 미드나잇 카우보이의
(개인적으로 나도 이 영화를 좋아하는데)
존보이트와 (안젤리나 졸리가 하나도 안 닮은 아빠), 더스틴 호프만을 꺼내집는다.
이들도 텍사스에서 탈출구를 찾아 뉴욕으로 왔다. 그리고 비럭질을 해서
마이애미로 가고 가다가 호프만은 죽는.. 그 슬픈 영화 이야기를 꺼낸다.

내 주변에도 탈출을 꿈꾸거나 심지어 보잘것없는
나를 단지 여기와있다는 이유로 부러워하는 이들이 있다.
난 잘 모르겠다 이들에게 뭐라고 답을 해야 하는지.
그녀도 썩 잘 아는 것 같지는 않으나 이 책에선 자기 이야기로 그 답을 대신한다.
이 대답 때문에 난 이 챕터가 좋다.

"어쩌면 나 역시 도시를 , 뉴욕을 나의 트러블 가득한 삶의 탈출구로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때는 어디라도 떠나고 싶을 만큼 지쳤고, 어디를 가도 여기보다는 나을 것 같았다. 물론 그것이 뉴욕 행을 결심한 절대적인 이유는 아니엇지만 잠재의식 밑바닥에 그게 전혀 없었다고 부정할 수 없다" (187쪽~188쪽)


얼마나 솔직한가? 적어도 뉴욕에, 여기에 혹은 서울에서도 어딘가로 떠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끄덕거리는 대목일 것이다.

"그렇게 뉴욕에 왔고, 이곳의 사계절을 모두 보고야 말았다. 모든 것이 즐거워만 보이는 이곳에서 그 어느때보다 가장 나에게 집중하는 삶을 살게 되엇지만, 어쩌면 나는 문제 많고 골치 아픈, 그래서 정상적이고 일반적인 관계라고 부르는 것에서 도피해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무균실에 살고있는 나는, 안전하지만 그만큼 외롭다. 물론 지금 이 순간에도 너무나 많은 이들이 무균실로의 탈출을 꿈꾼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188쪽)

것봐라. 그녀도 남들이 탈출을 꿈꾼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점잖게, 하지만 매우 슬프고 비관적으로, 결정적으로 내가 느끼는 것과 거의 일치하게 이 길고 긴 여행과 탈출을 꿈꾸는 이들에게 답한다.

"그러나 이 도피처에서의 휴식은 잠시 뿐이다. 언제가 문을 열고 그 오물투성이 세상에 몸을 비비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 앞에 이 방으로 들어가기 전 벗어놓은 무거운 짐짝들이 무거운 짐짝들이 떡 하니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더 무거워졌는지도 모를 일이다. 어쨌든 살아가기 위해선, 다음 발걸음을 옮기기 위해선 그것들을 다시 짊어질 수 밖에 없다 버릴 곳도, 숨길 곳도, 도망갈 곳도 없다. 영원히 잠들지 않는 한, 이 삶에는 탈출구가 없다"(188쪽)


How sad!!

영원히 잠들지 않는 한 없단다. '떠남'은 해결이 되지 못한다. 이것은 이 책의 전반에 걸쳐 그녀가 '영화'와 '뉴욕'이라는 두 소재를 이용해서 털어놓는 가장 솔직한 고백이었다.
이것은 정직해서 마음에 와닿았으나 반면 너무너무 슬픈 고백이었다.
......

이런, 너무 격해졌다. 내 감정이 격해졌다.
할 수 없다.
그녀에게 아무도 불쌍해하지 않는 실제로는 외로운 뉴요커의
구원을 기대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리고 몇 챕터 후에 책은 마무리 지어진다.

눈오는 날 흐린 하늘 아래서 코카콜라를 벌컥벌컥 마셨을 때
목구멍의 고통과 가슴 속의 저리는 그 느낌이 든다.
작가는 따뜻하게 뉴욕과 영화를 바라보려고 이 책을 썼는지 모르겠으나,
또 다른 뉴요커는 알싸한 느낌으로 책을 마무리 지을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 느낌 때문에 이 책을 마음에 들어하는 지도 모르겟다.
----

이제 길고 긴 이 책 이야기를 마무리져야겠다.
사실 이 유치한 독후감은 아주 챕터하나 하나마다
내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싶을 지경이었는데
아무래도 건전한 회사 생활도 해야 하니 이정도에서 마무리를 지어야겠다.

대부분의 블로깅 독자가 그럴수밖에 없듯 작가의 양해없이 저렇게 책을 인용하고
이렇게 책을 소개하는 것이 무례한 일일 수 있겠으나
언젠가 작가가 이 글을 보고 뭐라고 하기전까진 이런 식으로 이 책을 이해하고 싶다.

게다가 벌써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오른 한국의 두 명의 지인에게
인터넷으로 주문해서 선물을 해 버렸다.
그들은 책을 받고 나서 아마 이 글을 읽을 것이다.

놀랍게도 나는 서울에 있는 탈출을 꿈꾸는 내 지인들과
영화를 이글을 쓰는 나에 대한 애정만큼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그들의 생일마다
이 책을 기꺼이 선물하고 싶다. 혹시 받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생일과 주소를 내게 알려주기 바란다.
조금 비싼 책이지만 내가 선물해 줄테니..
(단, 이 책 작가도 말했지만 공짜 좋아하면 대머리된다. 능력있으면 스스로 사봐라).
아무쪼록 작가가 이 대목을 보고 나의 무례한 인용을 눈감아 주길 바란다. 
책을 벌써 3권이나 사줬는데..

사줬지만 그래도 이 생면부지의 작가에게 조금 미안하긴 하다
일일이 소개해줬으면 좋을 대목들을 내가 이렇게 소개하지 않고
무책임하게 넘겨야 하니 말이다. (그대신 이 글을 읽은 내 블로그 방문자들이
사볼 테니까 더 좋은건가?)

작가가 보낸 뉴욕의 400일처럼 나 역시 150여일을 이미 보내고 있다.
남아있는 기간이 얼마일지 모르지만 이 책의 이야기들이 한구석에 계속 있을 것 같다.

ps. 기를 쓰고 작가 블로그를 찾아내 트랙백을 뻔뻔하게 달아놨다. (사실 어렵지 않았다)
http://blog.cine21.com/lucie/30001

ps. 작가처럼 영어를 잘하면 (그녀가 영어를 잘한다는 가정하에) 좋겠다.
영화도 막힘없이 잘 알아보고 말이다.

**** 2006.04.05  10:32

[귓속말 입니다.]

**** 2006.04.05  10:33

[귓속말 입니다.]

timelast 2006.04.05  11:47

먼저 보낸 두명은 생일과 무관하게 보낸거에요. 그냥 책과 어울리는 사람 두명에게 보냈음.

답글쓰기
**** 2006.04.05  13:24

[귓속말 입니다.]

도토리냠냠 2006.04.08  16:56

글을 가져가도 될까욤?

답글쓰기
timelast 2006.04.08  21:17

그,,근데 그 비밀같은 도토리님 페이지에 숨겨놓으실거죠? 그럼 뭐.. 아니면 참조기능을 이용하셔두 될 듯..도토리님도 한국에 계시면 책을 보내드리구 싶건만. 다른 책 하나 보내드릴까요 주소 알려주시면 보내드립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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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냠냠 2006.04.10  14:13

앗! 어찌 아셨징?
요즘 위시리스트 맹글고 있거든요.
혹시나 보이게 놓으면 timelast님 방에서 가져왔음을 꼬옥 밝힐께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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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으로의초대 2006.04.15  22:50

오늘에서야 멀리서 보내 준 책을 읽었네 ㅋㅋ 예상한대로 펴자 마자 책을 단숨에 읽어버렸다 ㅋㅋ 잠깐 동네 서점 의자에 앉아, 그리고 봄볕이 너무 좋아 한강에 인라인 타러 나갓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불켜진 버스안에서, 그리고 이 글을 쓰기 전 컴퓨터 앞에 앉아 책을 읽으면서 형 생각이 많이나더라, 그곳, 뉴욕에서 지내고 있는 있는 형은 어떤 마음일까, 모습일까, 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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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elast 2006.04.15  22:53

인라인타는구나 잘했다. 내 생각 나면 얼렁와라 부활절 달걀도 많이 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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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으로의초대 2006.04.15  22:54

이 책을 쓴 사람에게 영화와 삶이 별개가 아니듯, 형에게도 이 책은 형의 삶과 별개가 아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이 책이 불러 일어키는 '공감', '공명'을 누구보다도 형이 많이 느끼지 않았을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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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으로의초대 2006.04.15  22:57

ㅎㅎ 접속해서 읽고 있었구나 ㅋㅋ 그러게, 형이 워낙 잘 써 놓아서, 길게~ ㅋㅋ 책에 대해서 더 말하긴 그렇구... 다른 것보다도 만약 내가 그곳에 간다면 꼭 해보구 싶은 게 생겼는데, 바로 ㅋㅋ 야외영화상영회에 가보는 것! 영화 <시네마천국>에도 나왔던 모습인데 커다란 건물 벽에 영사기를 쏴서 함께 모여 영화를 보던 그 장면, 생각난다 말이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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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으로의초대 2006.04.15  23:00

암튼 건강하게 잘 지내구, 즐겁게 생활하구 ^__________^

추신. 책 제목에도 쓰였지만 우리말 <안녕>은 참 묘한 단어야 ㅋㅋ 만나서 반가울 때도 <안녕>, 헤어지게 돼 섭섭할 때도 <안녕> ㅋㅋ 한국에서 뉴욕을 꿈꾸고, 뉴욕에서 또 쿠바를 꿈꾸고 있는 저자에게 <안녕 뉴욕>은 둘 다겠지? 반가움과 섭섭함이 뒤섞여 있는 그런 안녕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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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elast 2006.04.15  23:05

쿠바 가야지 코리, 안그래? 그리고 영사기에 그렇게 보는건 부산영화제에 한번 가보길.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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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깔마뇨 2006.04.23  15:26

저 이책 다 읽고나서 이 글을 다시 읽어야겠습니다
저도 사진만 보고 글은 아직 안읽었거든요
왠지 단번에 읽으면 무지 아까울거 같더군요.

이 포스트도 제가 책을 다 읽은 다음에 다시 읽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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