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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설일 : 2005/07/11
 

배병우"소나무사진은 제 전부죠,하지만…"
모처럼 덕수궁 석조전에 꼭 어울리는 사진들이모였다. 바로 사진작가 배병우의 사진들이다. 작가의 트레이드 마크인 ‘소나무’ 연작을 필두로, 고즈넉한 창덕궁과 알함브라궁전을 찍은 사진들이 나란히 내걸렸다. 조선 궁궐 속 당당한 돌 건축물에, 동서양의 아름답고 기품 있는 궁전사진들이 한데 어우러지며 청신한 미감을 뿜어낸다.

새벽녘 뽀얀 안개 속 경주 남산의 ‘튼실한 소나무’들을 마치 수묵화처럼 찍은 사진으로 명성을 얻은 배병우(59,서울예대 교수) 작가가 대규모 작품전을 서울 덕수궁미술관에서 연다. 아직 회고전을 열기엔 좀 이른 나이(유난히 열(熱)이 많은 이 작가는 앞으로도 찍을 게 ‘창창’하게 많다고 되뇐다)지만 국립현대미술관(관장 배순훈)은 오는 10월 1일부터 12월 6일까지 서울 덕수궁미술관 전관에서 ‘배병우 회고전’을 개최한다. 전시에는 배병우의 초기작부터 스페인 문화재관리국 요청으로 찍은 알함브라궁전 사진까지 총 97점의 사진이 공개된다.




배병우의 사진은 안개 자욱한 소나무 군락을 한편의 회화처럼 찍은 사진이 너무나 강력하게 각인돼 다른 사진들은 별반 조명된 적이 없다. 가수 엘튼 존이 그의 소나무 사진을 사들여 화제가 된 이래 ‘배병우’하면 자연발생적으로 소나무 사진이 떠올려진다. 실제로 배병우는 20여년간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소나무 사진을 무수히 찍어왔다. 이제는 소나무만 봐도 품종을 알게 될 정도로 소나무박사가 됐다. 한 외국인은 그의 소나무 사진을 가리켜 ‘우주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며 찬탄을 머금기도 했다.

그 역시 ‘소나무 사진’을 자신의 ‘전략적 아이템’으로 꼽으며 한민족의 강인한 생명력을 흑백톤의 소나무 사진 속에 꾹꾹 눌러담고 있다. 가로, 세로 비율이 2:1에 가까운 린호프 파노라마 카메라를 매고 경주 남산은 물론 가야산, 양산 통도사, 함양 일대까지 아름드리 소나무 군락은 거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다. 굵고 당당한 소나무 줄기들이 파노라마처럼 넓고 신비롭게 펼쳐지는 그의 소나무 사진은 전세계적으로 많은 팬을 만들었다. 배병우 작가의 열렬한 팬이자 후원자인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사장을 필두로, 벨기에의 필립 왕세자, 프랑스 명품기업 까르띠에, 시슬리화장품, 스페인 의류업체 망고 등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하지만 배병우에겐 소나무 말고도 다른 작업들이 의외로 많다. 전남 여수 출신인 그는 자신이 나고 자란 여수의 풍광을 담은 바다와 바위, 부드러운 능선의 오름 등을 꾸준히 카메라에 담아왔다. 특히 여수 바닷가와 바위들을 무덤덤하게 찍은 일련의 연작들은 자연의 울림을 깊이 있게 담아내는 배병우의 빼어난 역량이 잘 반영돼 있다.

이번 회고전에는 이들 다도해, 돌, 오름 사진 외에 창덕궁과 스페인 알함브라궁전의 정원 사진이 대비되듯 내걸려 눈길을 끈다. 궁궐 사진은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에 해당된다. 당초 덕수궁미술관에서 전시를 열게 된 것도 ‘한국 궁궐과 스페인 궁궐을 석조전에서 나란히 대비시키면 좋을 것같다’는 생각에서 비롯됐다. 그러다가 미술관측에서 “기왕이면 소나무, 다도해, 오름 등 다른 연작들도 함께 선보이자”고 해 전시가 회고전 성격으로 커진 것.




배병우 작가가 알함브라 궁전 사진을 찍게 된 것은 지난 2006년, 동양 사진가로는 최초로 스페인 마드리드의 티센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한 것이 계기가 됐다. 당시 그의 작품을 본 스페인 문화재관리국 관계자가 "알함브라를 찍어달라"고 제안해와 3년간 무려 15회나 스페인을 오가며 궁전 곳곳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리곤 올 7~9월 알함브라궁전 내 국립박물관에서 ‘영혼의 정원-알함브라와 창덕궁’전을 개최해 호평을 받았다. 창덕궁과 알함브라는 각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동서양의 유서 깊은 궁궐로, 배병우는 이들 정원의 감춰진 속내를 특유의 와이드 구도(가로 275, 세로 153cm)로 섬세하면서도 드라마틱하게 담아냈다.

박영란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 “한국 고유의 미감과 조형 언어를 바탕으로 역사적 배경과 문화가 다른 이들을 너끈히 소통시키는 배병우 작가의 진면목을 이번 전시를 통해 확실히 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전시기간 중 작가와의 만남, 교사 초청 강연회 등 다양한 부대행사가 곁들여진다. 한편 작가는 경남 함양의 재단법인 아름지기의 한옥체험관에서도 조촐하나 더없이 운치있는 한옥사진전(연말까지)을 연다. 02-2188-6000(덕수궁미술관) 02-733-8374(아름지기)
이영란 기자(yrlee@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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