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비 오는 날에
한 사람의 얼굴 가슴에 담아보지 못한 사람은 가을비 오는 날 그 가는 울음소리를 듣지 못하지
한 번도 미움을 가져보지 못한 사람은 가을비의 깨끗함을 알지 못하지 외롭다 누구에게 말해 본 적 없는 사람은 가을비 오는 날 온몸 젖어들지 못하지
떠나는 자의 뒷모습을 바라본 적 없는 사람은 이 가을비 오는 날 마음 문 열고 가을비 속을 걷지 모하지
그 사람의 손 맞잡을 수 없었던 날처럼 가을비 오는 날엔 향짙은 찻잔속에 텀벙 빠지며 젖은 골목길 모퉁이를 돌아 그 사랑의 이름을 부르며 멀리 떠나야 하지
글, 이정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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