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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늑대 (suk78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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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설일 : 2005/06/24
 


 


사상 최악의 대재앙으로 일본 열도가 바다 밑으로 가라앉는다는 재난 SF 영화 일본 침몰과 북한 반란군의 일본 본토 기습이라는 충격적 이야기를 그려 화제가 되고 있는 무라카미 류 원작의 반도에서 나가라는 …

일본이 처하게 되는 위기의 소재에 있어서는 접근법을 달리하고 있지만 그러한 위기의 상황을 초래하는 근본적인 원인에 있어서는 목소리를 함께 하고 있는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그것은 바로 …


미국이 일본을 버린다면, 일본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 하는 측면 입니다.




먼저 반도에서 나가라의 스토리 설정을 살펴보기로 하죠.



이 작품의 발단은 미국의 대통령이 중동 민주화 실패를 시인하면서 시작됩니다. 그렇게 되자 직후에 달러가 폭락하게 되는데, 미국의 국채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일본은 자국의 연쇄적 경제 파탄을 막기 위해 이를 팔려고 하지만 미국의 강압에 의해 팔지 못하죠.


결국 미국의 승인 없이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일본은 달러 폭락의 후폭풍을 그대로 맞아 버려 엔화가 폭락하는 사태 발생, 너도나도 엔화를 팔려고 내놓는 과정에서 자국의 경제 기반이 하나, 둘 붕괴되기 시작해 다시 미국에게 찾아가 낑낑거려 보지만 …


재정이 파탄난 일본이라면 더 이상 이용가치가 없다고 판단한 미국은 뻔뻔스럽게도 일본을 찬밥 대우하며 오히려 일본 농가의 가축사료인 미국산 옥수수 가격을 3할 가까이나 올리고, 당당하게 중국에게 무기를 파는가 하면 북한과 평화 협정을 위한 교섭을 시작하죠.


원작 소설에 나와 있는 표현을 그대로 인용하자면 “언제나 미국에게 꼬리를 흔들며 충견 역할을 다해 왔는데, 먹이를 주기는 고사하고 대신 몽둥이로 얻어맞은 꼴을 당했다.”가 되어 버린 것입니다.



자, 그렇다면 이런(미국이 일본을 버린) 상황이 정말로 찾아 온다면 …
일본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그나마 지금까지 일본이 국제 사회에서 버팅길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돈의 힘 때문이었는데, 미국이 외면해 버린 상황에서 돈까지 없어져 버린다면.. 일본이 아파서 병상에 누워 있을 때 위문을 갈 나라가 과연 몇 나라나 있을까요?



무라카미 류의 반도에서 나가라는 앞으로 일본이 맞이하게 될 최대의 위기는 이대로 가다간 국제 사회에서 일본이 고립될 수 있다는 것이고, 지금부터라도 주변국에 사과하고 반성하지 않으면 그러한 위기가 당면했을 때 일본을 도울 나라는 없다는 점을 역설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그런데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아마존 재팬 독자 서평을 살펴보던 중 일본 침몰의 원작 소설 후편을 보지 못해 아쉬워하는 한 일본인 독자의 리뷰를 볼 수 있었는데.. 놀랍게도 그 내용이 반도에서 나가라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었죠.




비록 일본침몰의 속편 일본표류는 햇빛을 보지 못했지만, 견해를 조금만 바꿔보면 더 이상 작가를 귀찮게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일본은 이미 오래 전부터 국제사회와의 전략적인 줄다리기 없이는 존립할 수 없는 고립된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굳이 지질학적인 대변동을 들이댈 필요도 없이, 정치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침몰 직전인 상황 하에서, 다름 아닌 우리들 자신이 실제로 소설의 속편 속에 살고 있는 건지도 모르니까 … 

 2001/4/7  리뷰어: new no2



 

매우 의미있는 리뷰가 아닐 수 없는데, 그렇다면 반도에서 나가라 보다 30여년 전에 벌써 이같은 주제를 이야기하고 있었던 일본 침몰은 대체 어떤 작품일까요?




반도에서 나가라가 일본이 놓인 국제 역학 관계에 의한 경제적 재앙을 소재로 하고 있다면 코마쯔 사쿄의 일본 침몰은 이보다 더 직접적인 자연 재해에 의한 일본의 대위기를 그리고 있는 작품입니다.


일본인들이라면 누구라도 근원적인 공포감을 가지고 있는 일본 열도의 침몰 설을 밀도 높은 과학적 고증으로 현실감을 끌어 올리고 그에 비례하는 만큼의 극악 공포를 이미 33년 전에 심어준 것도 모자라서 올해 다시 영화로 리메이크 되었는데요.



일본 열도의 9/10가 수장되고 840만 명의 국민만이 선택(?)되어 해외로 도피하지만 나머지 1억 160만 명은 탈출에 실패해 일본 사회 전체를 절망의 끝에 몰아넣었던 이 작품에서도 …

일단 일본은 어떻게해서든 미국이 자신들을 구해줄 것이다라는 안일한 생각들을 품고 있는 대목이 나오죠.(자국 영토가 바다 속에 가라앉고 있는 상황에서도 말입니다;;;;;;;)


때문에 이 작품을 보게 되면, 일본 국민들이 진정(!)으로 절망하는 장면은, 타도코로 박사가 일본이 338일 뒤에 침몰한다는 사실을 밝혀내는 장면보다도 미국이 일본을 포기했다고 말하는 장면이 몇 배나 더 과장된 절망감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다급해진 일본은 국제 사회에 땅 좀 빌려달라고 여기저기 손을 벌리지만, 평소 미국을 제외하곤 인심이라는 것을 쌓아놓지 못한 일본의 손을 잡아줄 나라가 과연 몇 나라나 있을까요?



결국 총리(고이즈미 겠죠..ㅋ)가 직접 이 나라 저 나라 찾아가서 무릎 꿇고 빌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에까지 몰리게 되고, 급기야 중국에까지 부탁하러 가다가 지진에 의한 폭발에 휘말려 그야말로 비명횡사;;;;;; (정말이지 자국 총리를 저런 식으로 보내 버리는 히구치 신지 감독 정말 대단해요~!)





물론 이번에 다시 리메이크된 영화 일본 침몰은 1973년판 오리지널 버전 보다는 할리우드식으로 개작한 부분(초난강의 브루스 윌리스화.. ㅋㅋ)들이 많아서 원작의 메시지가 적날하게 드러나지는 않았습니다만,


마지막에 타카모리의 대사에서처럼 일본이 과거를 반성하고 지금부터라도 주변 국가에 덕을 쌓아 놓지 않는다면 이러한 대재앙이 왔을 때, 일본을 쳐다봐 줄 나라는 결코 없다는 것을 똑같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자, 그렇다면 과연 일본은 정말로 반성하고 있을까요?


정치계의 보수 우익들이 주기적으로 망언을 일삼고 있습니다만, 그러한 정치적 발악들은 무시해 버리고 일반적이고 평범한 일본인들은 일본 침몰의 저러한 메시지를 과연 어떻게 받아드리고 있을까요?


그런데 정말 재미있게도 그에 대한 평범한 일본인의 반성을 이번엔 반도에서 나가라의 독자 리뷰에서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오랫만에 소설가로서 무라카미 류씨의 대작을 즐겼습니다. 그동안 저자가 묘사해 온 일본이라고 하는 국가에 대한 이미지는 이번에도 문맥 안에 표현되고 있습니다만, 이번에 저자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이전까지와는 다른 무엇인가가 있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사상이나 개념을 여기서 피력하는 것은 조심스럽습니다만, 이웃나라인 한국이나 북한, 그리고 중국 등이 과거의 역사를 꺼내 일본과 대치할 때, 솔직히 저는 언제나 그것은 외교카드로만 유효한 것들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 정도로 일본이 심한 일을 했는지?’, ‘일본은 대의를 가지고 아시아에 진출한 것이기에 결과적으로 좋은 일도 있으면, 나쁜 일도 있었지 않을까?’정도의 생각. 처음부터 침략을 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라는 생각 말입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까 그 정도의 대의는 이 소설 속에 그려진 북한군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들에게도 재정 파탄으로 고립된 일본을 자신들이 해방 시켜 주겠다는 대의가 존재하니까요. 오히려 현재의 일본 정부보다도 심플하고 명확한 비전입니다.


하지만 이 대의에는 폭력이라는 강압적 통제 수단이 전제됩니다. 정의든, 악이든, 폭력을 전제로 한 통치를 다른 사람에게 휘두르는 것은, 자신들이 말하는 대의가 아무리 훌륭한 것일 지라도 피점령자에게 있어서는 정신적, 육체적인 고통 이외에 아무것도 아닌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시대 배경도 다르고, 일방적인 판단이나 편견은 피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만, 자신은 올바르다고 생각되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 있어서는 올바르지 않을 수도 있다는 너무나 당연하지만 간과하기 쉬운 진실. 그리고 저자가 말하는 커뮤니케이션의 어려움이라고 하는 것을 실감하면서 끝까지 단번에 읽어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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