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밖에서는 한 번도 행복한 적 없었다”-마리린 몬로
| » 1954년 2월 한국을 방문한 마릴린 먼로가 미군들 앞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
삶.
나는 두 갈래로 나뉜 곳에 서 있다.
강추위 속에서도 쓰러지지 않는다.
모진 바람을 견뎌내는 거미집만큼
강하다.
불안하게 매달려 있지만
어쨌든 견뎌내는 거미줄.
언젠가 그림에서 본 색깔을 띤
구슬 같은 빛-아아 삶이여
그들은 너를 속여왔다.
당시 그녀가 그린 그림도 사후 공개되었는데 하나는 교활하면서 관능적인
자태를 뽐내고 있는 여성이고, 다른 하나는 초라한 옷에 발목께로 흘러내린
양말을 신은 조그만 흑인소녀를 그린 그림이다. 전자는 겉으로 드러나는
자아이고 후자는 그녀의 어두운 자아다.

먼로는 1962년 8월5일 36세라는 젊은 나이에 자신의 집 거실에서
벌거벗은 시체로 발견됐다. 당시 부검을 했던 의사는 약물과다복용이
직접적인 사인이라고 했다.
“사람들은 날 상품으로만 여긴다”
세상을 유혹한 여자 마릴린 먼로’에는 리처드 메리먼 기자가 ‘라이프’지에
실은 먼로의 마지막 인터뷰가 실려 있다. 기사에는 구구절절 그녀가 겪었던
삶의 피로가 절절하게 드러나 있다. 우선 먼로는 스타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토로했다.
“유명해지는 순간, 성숙하지 못한 인간본성들과 마주하게 된다.
인기는 부러움이라는 감정을 유발한다. 그들은 내가 유명하니까
나한테 다가와 무슨 말이든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늘
사람들의 무의식과 마주친다. 몇몇 배우 혹은 감독들은 나에 관한
이야기를 신문기자에게 한다.
나와 키스하는 것이 히틀러와 키스하는 것 같다는 어떤 배우의 말을
적은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이 바닥에서는 서로가 서로를 너무 시기하는 것 같다.
…나는 진실하게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사람들의 환상 속에 머무는 건
기쁜 일이지만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
나는 나 자신을 상품으로 여기지 않지만 많은 사람들은 나를 그렇게
여긴다.
…때때로 사람들은 저녁모임에서 내가 분위기를 밝게 만들어줄 것이라
기대하며 나를 초대한다.
나는 순수한 목적으로 초대받지 못한다. 단지 장식품이다.”
그녀가 은둔생활을 할 즈음 이뤄진 이 인터뷰에서 먼로는 인기의 허망함에
대해 깊은 통찰력을 보여준다.
“남들에게 매혹적으로 보이거나 섹시하게 보이는 게 스트레스는 아니다.
그로 인해 벌어지는 일들이 스트레스다. …인기라는 건 어디까지나
일시적이고 불완전한 행복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매일 먹어야 하는
음식하고는 다르다. 인기로 허기를 채울 수는 없다. 조금 따뜻하게는
해주지만 그것도 한순간이다. …지금껏 받은 인기는 언젠가 시들해질
것이다. 인기는 변덕스럽다. 지금껏 경험한 바로는 그렇다.
그래서 그것에 연연하며 살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혹자는 먼로를 남성중심주의 사회가 낳은 희생양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먼로는 자신의 성공과 야망을 위해 자신의 몸과 성적 코드가 먹혀들 수 있음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고, 그것을 철저히 이용해 마침내 모든 것을 가졌다. 하지만 성취가 주는 것에는 ‘기쁨’도 있지만 ‘슬픔’도 있다. 세상과의 접속이 쉬울수록 세상으로부터 버림받기도 쉽다는 것, 미디어가 지배하는 현대사회에서 ‘스타’를 꿈꾸는 모든 사람이 져야 할 숙명임을 그녀는 이미 오래전에 간파하고 있었다.
허문명│동아일보 국제부 차장
‘참고도서’
‘세상을 유혹한 여자 마릴린 먼로’
‘이미지와 환상’
‘요부 그 이미지의 역사’
‘마이 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