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어학 이야기를 한다고 했다.
많은 잎들을 영어로 옮기면 many leaves가 될 것이다. "많"에는 m과 n이 있고, many에도 그렇다. 마찬가지로 "잎"과 leaf는 닮은 것 같다. 한국어와 영어는 같은 뿌리에서 나왔나? 이 단어들은 정말로 연관되어 있을까?
이럴 때 먼저 확인해 봐야 할 곳은 Online Etymology Dictionary이다. 한국어의 계통은 알려진 것이 별로 없는 것과 달리, 영어의 계통은 아주 잘 알려져 있다. 위 사이트는 온라인에 있는 영어 어원 사전 중에서는 가장 괜찮은 것으로, 진짜 책으로 출판된 어원 사전들의 내용만 실려 있어서 가짜 어원들에 속을 염려가 적다. 현대 영어가 한국어와 비슷해 보인다고 해도, 고대 영어 형태가 영 딴판이라면 그러한 비교는 포기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영어 단어가 비교적 새로 생긴 단어이고, 다른 인도 유럽 언어들에 대응하는 형태가 없다면, 그러한 비교 역시 포기해야 한다.
다행히도 many는 인도 유럽 공통 기어(Proto Indo-European, PIE로 줄여 쓰기로 한다) monogho에 소급함을 알 수 있다. leaf는 PIE leup에 소급한다. 다행히도 두 단어 모두 매우 오래된 어원을 갖고 있고, 영어에서 새로 생긴 단어는 아니다.
마찬가지 이야기를 한국어 쪽에도 할 수 있다. 최소한 중세 한국어 형태를 확인하고, 가능하다면 터키어, 몽골어나 일본어에서 사촌 뻘이 되는 단어를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터키어 사전이나 몽골어 사전이 있다면 좋겠지만 집에 그런 게 있는 사람은 아주 드물테고, 괜찮은 온라인 자료는 Webster's Online Dictionary, Rosetta Edition이다. 전세계 100여개 언어의 단어들을 조금씩이지만 다 갖고 있다. 어차피 이런 언어간 비교에 쓰이는 단어들은 비교적 기본적인 단어들이기 때문에 대개는 충분하다. 일본어야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을 테고, 네이버 한일사전 정도면 차고 넘친다.
many와 "많"에 대해서는 따로 글을 적었다. (UTF-8 인코딩이다.) 아마 온라인 자료만으로는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잎"은 다행히 Rosetta Edition에서 찾을 수 있지만, 알타이어의 음운 대응을 모르는 채로는 찾기가 쉽지 않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몽고어 навч와 터키어 yaprak이 중세 한국어 "닢"과 대응한다. (키릴 알파벳으로 된 몽고어를 로마자로 적으면 navch가 된다.) 몽고어의 ch와 터키어의 rak은 나중에 붙은 접미사이며, 남은 어간 niph, nav, yap의 조상 형태는 *liap이 된다. 그런데 이것은 PIE의 leup에 정말로 대응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어-영어 비교에서는 가운데 모음이 "이"인 것이 눈에 띄었지만, 사실 이것은 거의 우연의 일치이고, 자음은 zero/l, ph/f로 오히려 다르지만 (ph는 우리말의 ㅍ을 이렇게 적었는데, h는 유기성(aspiration)을 나타낸다) 조상 형태로 올라가면 l-p로 일치하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가 한국어로 "많은 잎들"을, 영어로 "many leaves"를 이야기할때, 어쩌면 우리는 몇천년, 어쩌면 만 몇천년 전에 "managa lapa"라고 말했던 사람들의 후예라는 것을 드러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