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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만나게 되어 영광 굴비이다. 순결한 인터뷰가 TV와 관계없는 사람과 인터뷰해보기는 처음인데 내가 워낙 당신의 팬이라 한번 인터뷰해보고 싶었다.
고필헌 오 그런가, 고맙다.
먼저 가장 잘 알려진 당신의 작품 <애욕전선 이상 없다>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어쩌다 그렇게 퍼포먼스하러 가는 바바리맨의 스텝 같은 발랄한 작품을 그리게 되었나?
고필헌 처음에 신문사에서 <아색기가> 같은 성인 코드의 만화를 요구했다. 연재 시작하고 처음 3개월 동안은 반응이 꽝이어서 잘릴 위기가 있었는데 동료 만화가가 ‘넌 대사로 웃기는 게 더 웃겨’ 하고 충고를 해줘서 그대로 따랐더니 반응이 조금씩 좋아지기 시작하여 지금까지 왔다.
나도 가끔씩 무단으로 빌려 쓰는 주옥 같은 대사들은 어떻게 나오는 건가? 그렇게 끊임없이 쏟아지다 보면 한계가 올 법도 한데.
고필헌 대사는 머릿속에서 나오는 게 반이고 나머지는 친구들이 하는 이야기나 읽은 책 등에서 영감을 얻어 쓴다. 한계는 매번 찾아오는데 그럴 때면 통장을 본다. 돈이 없으면 저절로 열심히 일하게 된다. 특히 공과금의 압박이 무섭다.
나는 한계가 올 때면 방대한 스케일의 카드값을 보는데 여러모로 비슷한 점이 많은 것 같다. 취미도 B급 공포영화를 좋아하고 분유를 즐기는 등 공감가는 부분이 많은데 추천하고 싶은 영화가 있다면?
고필헌 <이블데드>를 권하고 싶다. 워낙 호러 영화를 좋아해서 대학교 때는 친구들과 직접 찍어보기도 했다. 학교 화장실을 가짜 피 범벅으로 만들어놓고 촬영했는데 청소하는 아줌마한테 걸려서 엄청 혼났었다.
혼날 만하다. 그런데 분유는 씹어 먹나 녹여 먹나? 본인은 숟갈로 퍼서 씹어 먹는 걸 즐기는데.
고필헌 난 노멀하게 물에 타 먹었다. 요새는 좀 건방져져서 분유 끊고 우유 마신다.
나도 이빨에 자꾸 껴서 끊을까 생각 중이다. 하여튼 이렇게 무얼 하든 특이한 당신인데 만약 만화가가 되지 않았다면 지금쯤 무엇을 하고 있을 것 같은가?
고필헌 스물아홉 살까지는 요리사였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만화가의 길로 들어서려 했는데 부모님의 반대로 어쩔 수 없이 대학을 가게 되었다. 그래서 별 흥미도 없는 학교 기왕 가는 거 여자 많은 과 가자 그래서 식품영양학과를 택했었다. 덕분에 군대도 취사병으로 복무하고 졸업하고 나서도 쭉 요리의 길로 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날 문득 ‘이건 아니다’ 싶어 때려 치우고 원래 하고 싶었던 만화의 길로 입문하여 지금까지 왔다.
와, 정말 멋진 일대기인 것 같다. 그렇게 오랜 시간 숙성발효하여 만든 작품들이라 독자들의 반응이 더 좋은 것 같은데 기억에 남는 리플에는 어떤 것이 있었나?
고필헌 음, 웹상에 오르는 응원이나 답 글 들은 모두 내 에너지의 근원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마음에 드는 리플은 ‘작가님 잘생겼어요.’
참으로 감동적인 리플인 것 같다. 그런 리플 계속 받으려면 앞으로도 잘해야 할 텐데, 앞으로의 계획은?
고필헌 12월 25일에 친분 있는 만화가 서른일곱 명이 모여 공연을 가질 생각이다. 사실은 전부터 해오던 거였는데 이번에 내가 총연출을 맡게 되어 좀 바쁘게 일하고 있다. 또 영화 작업도 준비하고 있는데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만화가를 기본으로 두고 여러 가지 다양한 일을 하고 싶다.
그렇게 다방면에 재주가 있는 당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나 감명 깊게 본 작품에는 어떤 것이 있나?
고필헌 지금은 아니고, 예전의 팀 버튼을 좋아했었다. 그도 애니메이터 겸 만화가 출신으로 영화감독이 된 사람이라 여러모로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감명까지는 아니고 재미있게 본 작품으로는 <멋지다 마사루> <짱구는 못말려> 같은 작품이 있는 것 같다. 원래 강풀 만화처럼 이야기가 연재되는 시리즈를 싫어하기 때문에 앞서 말한 만화처럼 단편으로 이어지는 게 좋다.
엇, 싸이에 들어가보니 강풀 씨와도 친한 것 같은데 그렇게 말해도 되나?
고필헌 친하기보다는 친한 척하며 서로 묻어가는 사이다. 특히 요새 강풀이 좀 유명해져서 내가 좀 많이 묻어가고 있다.
흐흐, 나도 우리 PD에게 좀 묻어가려고 하는데 잘될지 모르겠다. 어쨌든 지금까지 인터뷰 고마웠다. 마지막으로 당신에게 가장 메가쇼킹했던 에피소드 하나만 이야기 하고 끝내자.
고필헌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군대를 취사병으로 복무했는데 가끔은 내무실에서 샤워하기 싫어서 식당에서 샤워하기도 했다. 그날도 조리실에서 샤워하던 중 알몸으로 비누칠 하고 있었는데 대대장에게 딱 걸렸다. 덕분에 나체로 군장 매고 연병장을 돌았던 기억이 난다. 쇼킹했다기보다는 시원했던 기억이다.
(글) KMTV 제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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