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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나의 Sheecha, 항에게.
항- 너의 블로그의 편지를 보고 어찌나 기뻤는지. 너는 알까? 너의 편지와 같이 첨부된 몬드리안의 그림을 오늘도 멍하니 바라보다가 퍼뜩- 너에게 답장을 써야하겠다고 느꼈어. 이렇게 늦어버린 답장을 용서하렴. 워낙 내가 느리잖아. 그래, 가을이네. 그리고 10월이다. 하늘이 높아졌어. 분명 어제와 같은 하늘일텐데 왜이리 달라보이는지...서운할 정도야. 반쯤 옷을 벗어야하는 여름보다는 당연히 가을이 더 좋지만, 요즘의 추위는 달갑지만은 않아. 개들은 뛰어놀아야 하는 시기인건 맞는 것 같은데 나는 자꾸 긴긴 동면준비를 하는 것만 같애. (너는 견가문을 버리고 고양이로 나는 곰으로????) 그나저나 너와 처음으로 오래 떨어져서 지냈던 여름이 엊그제같은데, 벌써 그 계절은 훌쩍 지나갔다. 학교는 재미있어? 일교시의 러쉬로 이른 시간에 일어나 1시간이나 걸리는 학교까지 가는 지하철 속에서 꾸벅꾸벅 졸고있을 너를 상상며 가끔 나는 혼자 웃는다. 일주일에 적어도 한 번은 너를 보고싶은데, 3시간의 거리는 야속하게만 느껴져. 그래도 같은 나라 안이라서 보고싶을 때 전화하고 문자 할 수 있음에 감사해. 네가 일본에있을 땐 혼자 '보고싶어 보고싶어!' 라고 외치며 수많은 밤을 외로워했어. 항은 언제나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질문들, 적절한 이야기를 들고 나를 찾아와. 이번에 들려준 <드림스파이>의 이야기도 나에게 필요한 것이었어. 나의 깊이없음에 후회하고 있었거든. 다양한 곳에 관심이 있다는 것이, 다른 말로는 얄팍한 깊이의 관심이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누구에게 무엇을 추천하고, 무엇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는 것이, 즉, 좀 아는 '척' 하는 나의 행동이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끄덕- 끄-덕 100이 되기 위한 한 걸음의 1이니까, 영영 아닌 0은 아니니깐 조금의 자신감은 가져도 되겠지? 히히- 항과 셸은 언제나 나의 1순위야. 언제나 나의 정신적 지주이고. 한없이 흔들거리며 환상 속에서만 살고있던 나의 귓방망이를 여러 말들과 질문들로 사정없이 때려준 너희가 없었으면 나는 여전히 원더랜드에서 피터팬과 뼈를 묻고싶어하는 '웬디'의 상태였을지도 몰라. (셸이 요즘 내 말이 험해(?)졌대 ㅋㅋ 요즘 선택하는 단어들이 좀 bold한 건 맞는 듯 ㅋㅋㅋㅋ) 내가 힘들어한,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던 여러관계들과도 화해하고 타협할 수 있었던 것도 너희 덕분이고, 꺼내기 힘들어하는 나의 어두운 면을 조금이라도 내비칠 수 있는 것도 너희뿐이니, 난 참 너희가 고마워. (난 지금 같은 반 아이들과 밥을 먹게되어 나를 너희에게 떠맡긴 선아에게도 고마울 지경이니 헤헤-) 굉장히 두서없이 하는 말도 알아들어주는, 정신없이 이리저리 휘저으며 돌아다녀도 따라와주는 네가 좋다. 너와 같은 공간, 같은 시간에 존재한다면 침묵마저 좋아져. 부드럽게 안마해주는 너의 마음도 좋고, 믿어주는 그 마음도 좋다. 그냥 좋은 것 투성이이니 우리 정말 결혼이라도 해야하는 거 아닌지 고민 좀 해봐야겠다. ㅋㅋㅋㅋ 새로운 한달이 시작되었고 우린 곧 만날테다. 그러니까 아가- 그때까지 일교시의 압박을 견디면서 일찍 일어나. [언니가 부탁이 있는데 잘 들어주어 밥은 천천히 먹고 길은 천천히 걷고 말은 천천히 하고 잠은 빨리 자고 기상도 빨리 하고 네 책상 위에 '천천히&빨리' 라고 써 붙여라 눈 잠깐만 감아 봐요. 언니가 안아 줄게. 자 눈떠!] ← 요즘 읽고있는 '인연'이란 책의 패러디 ㅋㅋㅋ 10월 1일 전주에서 웡. p.s Sheecha는 네가 내가 선물로 준 책에 나오는 아사바스칸 인디언어야. 뜻은 '친구'. 먼지 안 내려앉도록 꺼내보고 쓰다듬다보니 저 단어도 익숙해지고 좋아지더라. 히히. p.s 2 그림 보는 능력없는 나는 너에게 차마 그림은 보내지 못하겠고 내가 좋아하는 사진작가인 (물론 너도 아는) 호시노 미치오 사진과 요즘 내가 듣고 있는 음악을 동봉할게.

내가 올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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