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즐겨찾기 | 블로그홈 | 바로가기 바로가기 | 로그인
-Out of the Question-
블로그  |  사진갤러리  |  동영상갤러리 방명록  |   즐겨찾기 추가
이룰수없는꿈 (sldkfjspace)
프로필     
 인기도 :
 이 블로그 점수주기
전체 글보기(278)
알림판
키노의 여행 팬픽
키노의 여행 분석
키노의 여행 그림
여행자의 이야기
오늘 전체
방문자 21 87685
구독자 0 3
댓글 0 151
참조글 0 0
HanRSS 로 구독하기Fish 로 구독하기
최근 댓글 전체보기
그런 자세한 설정을 아..
그럼 본명은 뭔가요?...
성능이 별로여서 다행일..
아무래도 중의법인듯 하..
굉장히 주관적이지만, ..
다녀간 블로거 더보기
- alsrb8959
- x04ji
- evabjalb
- 야자나무
- dbs8534797
2009 12월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개설일 : 2004/02/27
 





"......."


키노의 눈에 들어온 시체의 얼굴은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살아 숨쉬며 키노와 대화를 나누었던 젊은 전사의 것이었다. 키노가 머물렀던 부족의 사람들이 '이것'이 살아있었을 때에는 '늑대어금니'라고 불렀었다. '늑대어금니'라고 불리기 전에는 '울댄스'라는 이름을 갖고 있었다.


"......."


말라붙은 피가 얼굴 여기저기에 엉겨 붙어있는 시체는 결코 평온한 죽음을 맞이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었다.


키노는 고개를 약간 숙이고 조용하고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죽은 자의 명복을 빌어줬다.


"아는 사람인 것 같군."


말위에 타고 있는 남자가 말했다. 키노는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어디서 발견하셨죠?"



"이곳에서부터 남서쪽으로 가면 계곡이 하나 있다. 그 계곡의 입구 근처에서 발견했다."


키노는 즉각 등을 돌려서 에르메스에게 다가갔다. 남자가 키노의 등뒤에서 외쳤다.



"그곳으로 갈 생각인가 여행자여?"


키노는 남자의 물음에 전혀 다른 대답을 했다.


"부디 좋은 곳에 묻어주시길 바랍니다."


남자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에르메스에게 돌아온 키노는 재빨리 올라타고 거칠게 시동을 걸었다. 그리고 급작스렇게 가속하며 그 자리에서 출발했다. 붉은 흙먼지를 길게 남기며 남자가 알려준 방향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무슨 생각이야 키노? 갑자기 왜 그래?"


키노는 에르메스가 묻는 말에 대답하지 않고 대신 이렇게 말했다.


"가는 도중에 주위에 누군가 있는 기척이 느껴지면 바로 알려줘. 알겠어 에르메스?"


한참을 달리다 보니 남자가 알려준대로 황량한 붉은 대지에 깊은 낭떠러지가 마주보고 있는 거대한 계곡이 보였다. 계곡 이라고는 해도 물 한방울도 보이지 않는 말라붙은 곳이었다.


"이곳이군."


"왜. 그 전사들이라는 작자들 붙잡고 왜 죽었는지 알아보려고? 이렇게 넓은 황야에서 무슨 수로 찾으려고 그래?"


"그 사람들은 북동쪽으로 가고 있었고 아무도 만나지 못했다고 했어. 그렇다면 부족 전사들은 아마도 북서쪽으로 가고 있을 가능성이 가장 크겠지."


"휴..키노의 말이야 그럴듯 하지만 그들이 거짓말이라고 했다면 아무 의미가 없는 예상이라고."


에르메스의 항변에도 불구하고 키노는 곧장 방향을 북서쪽으로 잡은 뒤 똑바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얼마나 긴 시간을 모토라도 운전에 소비했는지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기 때문에 확실하지 않았지만 점점 태양이 머리 위에서 넘어가지 않고 있었기에 오후 무렵정도로 짐작될 뿐이었다.

쉴 생각 없이 오로지 달려가기만 하는 키노에게 에르메스가 나지막하게 말을 걸었다.


"앞쪽에서 말과 사람들. 10여명 정도 되는군."



그 말을 듣자 키노는 에르메스의 속력을 한층 더 높혔다.


머지않아 키노의 눈에도 말을 타고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이 들어왔다. 별로 가까이 갈 필요도 없이 그들이 키노가 만났던 부족의 전사들이라는 사실은 쉽게 알 수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키노가 상관할 문제는 아니잖아. 키노 때문에 그 남자아이가 죽은 것도 아니고. 괜히 참견했다가 위험에 처하면 어쩌려고?"



"....."



"모르겠다. 그냥 조심하라고 할 수 밖에 없겠군."



거의 한숨을 쉬다시피 하는 에르메스를 세우고 키노는 땅위로 발을 내딛었다. 언제라도 오른손으로는 캐논을, 왼손으로는 숲의 사람을 뽑을 수 있도록 대비하면서였다. 말을 타고 있던 전사들도 키노를 알아봤는지 말 머리를 이쪽으로 향하고 나란히 섰다. 모두들 칼이나 도끼, 창, 활 같은 무기들을 갖추고 있었다.

그들 중에서 선두로 나서며 키노에게 말을 걸어온 자는 키노도 본 적이 있는 '곰발톱'이라고 불리는 전사였다. 그는 여전히 무표정한 태도로 말했다.


"우리 부족을 방문해주셨던 여행자 님이시군요. 비록 저희 사정 때문에 가시는 길을 환송 못해드렸지만 이렇게 다시금 만나게 되니 무척이나 좋은 일입니다."


"그렇군요. 그런 것 같네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키노도 전사들도 별로 우호적인 분위기로 다가서지는 않았다. 곰발톱이 계속 말했다.


"이렇게 만나게 되었으니 같이 쉬면서 차라도 한잔 하시는게 어떻습니까 여행자님."


하지만 키노는 곰발톱의 요청을 거절했다.


"아뇨. 필요없습니다. 그것보다...'늑대어금니'라고 불리던 그는 어디갔죠? 그도 같이 출발했다고 들었는데."


곰발톱은 눈을 가늘게 뜨면서 태연하게 대답했다.


"아. 그는 독자적으로 정찰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 떠났습니다. 출발한지 얼마되지 않았기 때문에 돌아오려면 꽤나 오래 걸릴 것 같군요."


키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전 갈길이 바빠서 지금 출발해야 겠군요."


"안전한 여행길 되시길 빕니다. 접대해드리고 싶었지만 바쁘시다니 어쩔 수 없겠지요. 우리 부족을 찾아주신데 대해서 감사드리며 안녕히 가십시요."


키노는 그들에게 등을 보이지 않는 채로 뒷걸음질로 에르메스에게 돌아왔다.
에르메스에 앉은 뒤 시동을 걸고 키노는 곰발톱에게 들릴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실은 이곳으로 오기전에 다른 부족의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그렇습니까."

곰발톱은 여전히 무표정하게 대답했다.



"그래서 어디서 만나셨습니까. 알려주시면 좋은 정보가 될것 같군요."


"이곳에서부터 남동쪽에 있는 계곡 입구에서 북동쪽입니다."


"아. 그렇군요. 지금 바로 쫓아가야 겠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뭔가를 가지고 있더군요."


"무엇을 말입니까."


"어떤 사람의 시체입니다."



"......."



"당신이 방금전에 보냈다는 바로 그 사람입니다."


곰발톱은 조금도 반응하지 않았다.


"왜 그랬죠? 어째서 그를 죽게 한 겁니까?"


"알고 싶으십니까. 여행자님."


곰발톱이 천천히 말했다.


"모든걸 알고 나면 어쩔겁니까. 그를 위한 복수라도 하실 겁니까?"


키노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뇨. 그럴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이유가 알고 싶을 뿐입니다."


"그렇다면 알려드리지요. 허나 모든 걸 알게 된 이후에는 다시는 돌아오지 마시길 바랍니다. 우리 부족을 방문해주신 여행자님을 저희 손으로 처리하기는 싫습니다."


키노는 그러겠노라고 대답했다. 곰발톱은 차분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여행자님도 아시다시피 이 땅은 모든 게 부족합니다. 먹을 것도 마실 것도 귀중한 가축도 부족합니다. 오로지 붉은 모래만이 가득할 뿐입니다. 이런 곳에 새로운 전사가 나타나 자신의 소유를 늘리려한다면 다른 모든 이들이 괴롭게 됩니다.


그는 그의 부모처럼 어린 나이에 우수한 재능을 보였습니다. 그가 큰 공적이라도 세우면 그에게 많은 것을 줄수 밖에 없고 그것은 다른 부족원들에게 위협적입니다.

그는 그의 능력과는 별개로 가족도 없고 아무런 혈연, 인연이 없습니다. 그의 존재는 부담될수 밖에 없는 겁니다.


그래서 제거했습니다. 우리의 것을 지키기 위해서."


"...그뜻은 당신 뿐만 아니라 모두의 것이겠죠?"


곰발톱은 부정하지 않았다.


"나를 포함한 족장님과 모두의 뜻입니다. 그에게는 안타까운 일이겠지만 그의 능력이 그를 죽인 것입니다."


"흠. 이제 알겠어. 빨리 '처리'하기 위해서 일부러 전사로 인정했군. 조금이라도 미숙할때 손쉽게 제거하기 위해서."

에르메스가 냉랭하게 한마디 했다.


"이제 의문을 푸셨습니까 여행자님? 부디 바라컨대 이 붉은 황야의 세상을 외부의 가치관으로 함부로 판단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아뇨. 당신들의 행동은 전혀 특이한 게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이곳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도 흔한 일입니다. 자주 있는 일입니다."


키노는 곰발톱의 말에 오히려 가볍게 대꾸했다.


"알겠습니다. 이제 저는 다시 여행을 떠나야겠습니다. 당신의 말대로 다시는 돌아올 일이 없을겁니다."


"부디 몸 조심하시길 여행자님."


그렇게 말하면서도 마지막까지 키노와 전사들은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키노는 막 출발하려는 곰발톱에게 한마디 던졌다.



"그렇다면 그의 부모도 그런식으로 '처리'된겁니까?"


곰발톱은 고개를 깊이 숙였다. 그의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단지 그의 말만 들려왔다.


"이 붉은 황야는 희생없이는 살 수 없습니다."


"그리고 당신들은 희생 위에서 축제를 벌이구요."


키노는 서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전사들은 말에 올라타고 동쪽으로 달려갔다.

모두가 사라진 뒤 핏빛을 띈 붉은 황야에 거칠은 모래 폭풍이 불어닥쳤다.
모래폭풍이 휘몰아치면서 모토라도의 바퀴 자국도 말들의 발자국도 모두 사라졌다.


그날의 대지도 여전히 붉었다.








다음날 아침, 해가 뜨기 시작할 무렵. 검은 침묵에 잠겨 있던 붉은 황야가 떠오르는 태양에 의해서 자신의 붉은 색을 되찾기 시작할때 키노는 여느 날처럼 눈을 떴다. 모든 게 무사한지 확인하고 적당한 운동과 패스에이더 연습을 하고 난 뒤 키노는 천막 밖으로 나갔다.


밖에는 벌써 일어나 가축들을 돌보거나 망을 보거나 물을 나르고 있거나 그밖의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 중에는 철창을 다루는 연습을 하던 울댄스도 있었다.


"간밤에 잘 잤는지? 생각보다 일찍 일어났군."


"그쪽도."


"해가 뜰때 눈도 같이 뜨는 게 전사다운 모습이지."


한참 창술을 연습하던 울댄스는 연습을 끝내고나자 이마에 맺힌 땀들을 손등으로 훔치면서 키노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사실은 난 어젯밤 잘 못잤어. 전사가 되었다는 사실에 너무 흥분되어서..지금도 가슴이 두근거려."


"어쩐지 눈이 빨갛더라. 하지만 안색은 좋아보이네."


"전사가 된 이상 가깝든 멀든 언젠가는 적대시하는 이웃 부족과 싸우게 된다...그러니 미리 항상 최고의 몸 상태를 유지시켜야해."



키노와 울댄스가 대화를 나누고 있을대 근처에 어떤 남자가 다가왔다. 키노도 어제 봤던 '곰 발톱'이라는 칭호를 가진 전사였다. 곰 발톱은 어제처럼 여전히 표정 변화 없이 말했다.




"늑대 어금니, 젊은 전사여."


"무슨 일인지. 곰 발톱."


"이제 곧 전사들이 소집된다. 오늘 아침내로 서쪽 방향으로 정찰을 나갈 것이다. 그러니 되도록 빨리 모든 무장을 갖추고 말을 준비시키고 족장님에게로 모이도록 하라. 이게 내 용무의 전부다."


"알겠다. 곧 가지."


곰 발톱이 말을 끝내고 그들에게서 멀리 떨어져나가자 울댄스는 어깨를 한번 으쓱거리며 말했다.

"원칙적으로는 전사들끼리 모두 평등하다고 하기 때문에 나이와는 관계없이 서로에게 반말을 써도 괜찮다고 하지. 족장님만은 예외지만 말이야."


"그런데..정찰이라니?"


"그런 전사들을 모아서 주기적으로 다른 부족들의 상황을 살펴보는 것을 말하는 거야. 한번 나가면 며칠씩 걸리지."



"알았어. 몸 조심해."


"헤헷. 별로 걱정할 필요 없어. 별로 위험한 일은 아니니까."


울댄스는 시간이 별로 없으니 빨리 서둘러야 겠다며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덧붙였다.


"아마 지금이 우리가 만날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겠지. 그러니까 미리 작별 인사를 해두겠어. 키노도 앞으로 여행할때 몸조심하도록 해. 만나서 즐거웠다. 그럼 안녕."


그 말을 끝으로 그는 키노 앞에서 떠났다.




----


"뭐야 벌써 떠나게?"


자신의 천막으로 돌아온 키노는 에르메스를 깨우고 서둘러 자신의 짐을 정리해서 챙겨넣기 시작했다. 여느때보다 급하게 서두르는 키노에게 에르메스가 잠이 반쯤 덜깬 목소리로 물었다.


"그래 늦어도 아침중에는 출발하려고."



"난 상관없지만. 한 나라마다 3일씩 머문다는 키노의 규칙은 어쩌고?"


"별로..나라하고 하기도 뭐하고 오래있어봐야 딱히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지는 않아."



"이상한데. 평소의 키노 답지 않아."



키노는 출발 준비를 끝마치자마자 곧바로 부족장에게 찾아가 떠나겠노라고 알렸다. 언제나 그 자리에서 앉아있는 듯한 족장은 노인 특유의 목소리로 말했다.


"오랜만에 찾아온 손님이신데 벌써 떠나려 하시다니, 편치 않은데라도 있는건가. 아니면.."


"아닙니다. 단지 일찍 출발하는게 제 습관이기 때문에."


옆에 있던 에르메스가 키노에게만 살짝 들릴 정도로 아주 작게 속삭였다.


"거짓말."


"그래도 소중한 손님이시니 가시더라도 뭐라 선물을 드려야겠네. 내 미리 말을 해놓을테니 조금만 있다가 약소한 것이지만 받아가시게나."

족장이 말했다.


조금 기다리고 있으니 족장이 말한대로 부족원중 한 사람이 말린 고기와 마실것이 들어있는 꾸러미를 키노에게 주었다. 키노는 감사의 뜻을 전한뒤 꾸러미를 짐가방 속에 집어 넣었다.
그리고 에르메스에 올라타고 시동을 걸었다. 몇몇 부족원들의 환송을 뒤로 한채 그곳을 떠났다. 울댄스를 비롯한 전사들은 이미 한참전에 떠난 뒤였다.


키노의 앞에는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고 붉은 황야만이 펼쳐져 있었다. 인상적인 붉은 빛으로 가득한 끝없는 황야는 피빛 바다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매혹적인 광경이었다. 그러나 키노는 그 광경에는 무심한채로 오로지 모토라도 운전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그런데 키노, 길은 알고 가는거야?"

"그래 알고 있어. 서쪽으로 가기만 하면 돼."


"서쪽이라. 언제나 서쪽이군. 해가 지는 방향이야."




얼마나 달렸는지 정확히 알수 없을 때였다. 태양이 바로 머리위쯤에서 떠있어 그림자가 거의 지지않은 시간대였다. 에르메스는 한참 운전에 몰두해있던 키노에게 말을 걸었다.


"말을 탄 사람들, 꽤 많군. 10여명 정도 될까?"


"어느 쪽?"


"이대로 서쪽으로 가다보면 마주치게 될 꺼야."


"내 생각에는 오늘 아침에 떠났다던 전사들 같아."



"만나볼꺼야?"


"글쎄.."


키노는 잠깐 생각하는듯이 운을 뗐지만 바로 대답했다.

"위험하지는 않을테니 만나볼까."


에르메스의 말대로 키노가 향하고 있는 방향에서 말을 타고 있는 사람들의 형상이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키노는 에르메스의 속도를 살짝 줄여가며 자신이 가지고 있는 '캐논'과 '숲의 사람'이 제대로 있는지 확인했다.


"탄환, 안정장치, 장전상태. 전부 이상없군."


그러는 사이 눈 앞의 황야 가운데 갑자기 솟아오른듯한 말과 사람들의 형상이 점차 또렸하게 보였다. 그쪽에서도 키노와 에르메스를 발견한 듯 질서를 갖춘 대형을 이루었다.


더욱 더 가까이 다가서자 키노는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니군. 그 부족 사람들이 아니야. 뭔가 달라."


키노는 에르메스를 안전할만큼 먼거리에서 멈추고 오른손은 캐논의 손잡이을 지긋히 움켜쥐었다. 언제라도 꺼내서 쏠 수 있도록 대비를 하자 그쪽에서도 말들을 세우고 키노를 바라보았다. 약 15명 정도. 모두들 말을 타고 있었다. 말 중에는 사람을 태우지 않은 말도 하나 있었다. 다들 창이나 칼, 활, 손도끼 같은 무기를 가지고 있었으나 무기를 노골적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말을 탄 사람들의 모습은 키노가 만났던 부족원들과 거의 흡사했지만 그들은 머리카락을 길게 기르지도 않았고 피부에 색을 칠하지도 않았다. 그들은 모두 머리카락을 짧게 깎아놓고 귀나 코에 둥그런 철제 장신구를 달아놓았다. 그들 중 우두머리로 보이는 선두에 있던 한 남자가 키노에게 조심스레 말을 걸어 왔다.


"경계할 필요는 없다 여행자여. 우리는 비록 이웃 부족들과 싸우고 있기는 하나 길을 가는 여행자에게까지 적대적이지는 않다. 해를 끼칠 생각은 없으니 싸울 필요도 없다."


키노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래도 손을 패스에이더에서 떼지는 않았다.


"당신들도 정찰을 하러 나온 것인가요?"


이번에는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하다. 아마 그대는 우리의 적인 이웃 부족과 먼저 만난 것 같군. 우리는 아직 그들의 정찰대와는 만나지 못했으나."



"아직 만나지 못했다는데 '저것'은 뭐죠?"


키노가 왼손을 들어 가리켰다. 키노가 가리킨 쪽에는 사람이 타지 않고 있는 말 한마리가 있었다. 정확하게는 가죽 같은 것으로 쌓여있는 사람만한 무언가가 말 등위에 얹혀 있었다. 그리고 그 무언가에서부터 붉은 방울이 조금씩 땅에 떨어지고 있었다. 완전히 가죽으로 쌓여있지 않은 한쪽에는 '사람의 발'인듯한 기다란 것이 툭 튀어나와 있었다.


"제 생각이 맞다면 '시체'인것 같은데."


"통찰력이 있는 여행자군."


남자가 약간 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 당신이 옳다. 저것은 시체다. 그러나 우리 부족원은 아니다. 우리가 죽인 것도 아니다. 붉은 황야에 버려져 있는 누군가의 시체를 우리가 발견했다. 우리는 절대로 시신을 내버리지 않는다. 그게 설혹 우리의 적이라고 할지라도. 반드시 땅에 묻어 흙으로 되돌려 보낸다. 저 시신도 그렇게 할 것이다."


"그럼 누구의 시체인지 모른다는 것이군요."


"누군지는 모르지만. 이웃 부족, 우리가 적으로 삼고 있는 부족원임은 확실하다."


키노는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았으나 남자의 말에 순간적으로 눈동자가 흔들리는 동요의 흔적을 남겼다. 남자는 그것을 바로 알아보았다.


"아무래도 궁금한 모양이군 여행자여. 어쩌면 그대와 만났던 적이 있는 자일지도 모르지. 누구인지 확인하고 싶은가? 불안한 의구심은 깊은 슬픔보다도 더욱 안좋은 감정이니. 원한다면 시신의 얼굴을 확인시켜 주겠다."


키노는 조금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알겠어요."


"조심해. 키노. 함정일지도 모르니까."


에르메스가 조용히 충고해주었다. 키노는 에르메스에서 내려서 시체가 얹혀있는 말까지 천천히 다가갔다. 조금도 경계심을 늦추지 않은 채로 언제라도 캐논을 꺼내서 사격할 수 있도록 오른손으로 캐논 손잡이를 쥐고 있었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말을 타고 있는 자들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무기를 꺼내들고 있는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마치 키노에게 관심이 전혀 없는 듯한 모습이었다.


키노는 말에 가까히 다가가 시체를 감싸고 있는 가죽을 조심스레 들쳐보았다. 가죽으로 쌓여 있고 흘러내리는 피로 더럽혀져 정확히 알아보기는 힘들었지만 이 얼굴은 키노가 분명히 알고 있는 사람의 것이었다.





(계속)


핏빛의 나라
-Sacrificial feast- (2)




에르메스의 끊임없는 궁시렁거림을 무시할수가 없어서 결국 키노는 울댄스에게 말했다.


"저..나도 그게 궁금한데 알려주실 수 있나요?"


울댄스는 흐믓한 웃음을 지으며 키노의 청을 받아들였다.


"좋아. 그렇게 나온다면 친절하게 알려주지. 그런데 말이야. 너와 난 보아하니 나이도 비슷한 것 같은데 굳이 존댓말을 쓸 필요는 없어. 나는 그런 거 불편하니까."


키노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선 '의식'이라는 것은 '전사'가 되기 위한 과정이지. 몇 가지 복잡한 순서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아까 전에 봤듯이 늑대 나 곰, 승냥이 같은 야생 육식 동물을 혼자 힘만으로 사냥해서 그 증거를 가지고 오는 거야. 그러면 부족장이 사냥한 동물의 흔적으로 '전사'의 칭호를 내려주고 부족원 모두에게 '전사'임을 인정 받지."


"그럼 '전사'라는 것은?"


키노가 다시 물었다.


"'전사'는 말 그대로 싸우는 사람이야. 싸울 수 있는 권리와 싸워야 하는 의무를 동시에 지녀. '전사'가 아닌 사람은 싸울 수 없어. 어른이 된다면 거의 필수적으로 '전사'가 되어야 하지. 이 붉고 거칠은 황야에서 살아남으려면 최소한 그 정도는 되어야 하니까. '전사'는 결국 어른이 되었음을 인정받은 것이기도 하지."


"그랬었구나. 잘 알겠어."


울댄스는 문득 시선을 서쪽 하늘을 향해 돌렸다. 울댄스와 키노가 대화를 나누는 동안 어느덧 태양이 산 너머로 넘어가 사방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런 시간을 너무 지체한 것 같은데. 난 이제 내 부족원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야 겠어."


울댄스는 그렇게 말하고 손가락 두개를 입에 넣고는 긴 휘파람 소리를 내었다.
고음의 휘파람 소리가 황야로 퍼져가고나서 얼마지나지 않아 어디선가 말 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멀리서 갈색 털을 가진 건장한 말 한 마리가 달려 오는 모습이 보였다. 갈색 말은 울댄스 옆에 다가오더니 얌전하게 멈춰섰다. 울댄스가 올라타기를 기다리는 듯 했다. 울댄스는 힘차게 땅을 박차고 올라 말에 탔다.


"키노와 에르메스도 원한다면 우리 부족을 방문해도 좋아. 비록 가진게 많지 않고 척박하지만 간만에 지나가는 여행자에게 쉴 자리도 마련해주지 못할 만큼 각박하지는 않으니까 말이야."


  
----


"그래서 역시 가기로 했어."


"뭐가 '그래서'야."


앞장서서 말을 달려가는 울댄스의 뒤를 적당히 속도를 조절하며 따라가는 키노와 에르메스는 간간히 대화를 나눴다.


"쉴 자리를 준다는데 혹한거군. 키노다워."


"아무리 황량하더라도 야생 동물들은 위험하니까."


"야생 동물이라. 이런 황야에서 사람도 사는데 동물 정도도 당연히 살고 있겠지."


"삶은 어디서든지 계속 될 수  있고 그래야만 한다고 그러지. 사람이든 동물이든."


"그거 스승님이 했던 말 같은데."



앞서 가던 울댄스가 손을 들어 앞을 향해 가리켰다.

"저기 봐! 이제 다 왔어! 저곳이 우리 부족이 머물고 있는 곳이야!"



키노가 울댄스가 가리키는 쪽을 보니 커다란 천막 여러개와 소와 말 같은 가축 수십여마리가 주위에 있는 게 보였다. 그리고 몇몇 사람으로 보이는 형상이 일어서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게 보였다.


"예전처럼 이상한 차를 강제로 먹이려 들지만 않았으면 좋겠는데."


"그렇지. 박살나서 땅에 묻혀버릴뻔 했던 것도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 않아."


"나쁜 기억은 떠올리고 싶지 않지만 조심은 해야겠지."


키노는 자신의 허벅지에 언제나처럼 들어있는 캐논과 허리 뒤에 차고 있는 숲의 사람을 확인했다.
그러는 사이에 어느새 울댄스는 말을 세우고 내렸다. 키노도 울댄스를 따라서 에르메스를 멈추고 내렸다. 에르메스가 쓰러지지 않도록 사이드 스탠드를 세운뒤 울댄스 뒤를 따라 걸어갔다.

"잠깐만 기다리고 있어. 에르메스."

"조심하라고 키노."


몇몇 부족원들이 신기한듯이 울댄스의 뒤를 따라가는 키노를 쳐다봤으나 곧 큰 흥미는 없는 듯 제각기 있던 장소로 돌아갔다. 울댄스도 그런 그들에게 딱히 관심을 두지 않았다.

키노는 울댄스를 뒤따라가면서 이 부족이 거주하는 장소를 살짝 둘러보았다. 부족장이 쓰는 커다란 천막이 가운데, 그 옆에 여러가지 목적으로 쓰이는 회관과 같은 천막. 그리고 그 2개를 중심으로 원형으로 다른 부족민들의 천막이 세워져 있었다. 부족민들이 타고 다니는 말들은 큰 천막 바로 옆에, 울댄스의 말도 거기에 묶어 두었다.

울댄스가 부족장의 천막을 향해 걸어가는 중 얼마 남지 않은 거리를 두었을 때였다. 뒤에서 누군가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여, 울댄스 벌써 돌아왔군. 꼬박 일주일쯤 걸릴 줄 알았는데."


울댄스를 부른 것은 큰 키에 건장한 체격을 가진 남자였다. 그도 울댄스처럼 길게 기른 머리를 땋아서 장식을 하고 있었으며 얼굴에는 검은색으로 무늬를 그려놓았다. 그의 주위에는 그와 비슷한 연령대의 남자 여럿이 같이 있었다.

울댄스가 그들을 힐끗 쳐다보더니 비웃음지으며 말했다.


"뭐, 난 운이 없다고 해야지. 병들고 늙은 늑대를 찾기가 어렵더라고. 그래서 아무놈이나 만나는데로 후딱 해치우고 왔지."


"아하. 그래서 지나가는 여행자 붙잡고 도와달라고 한건가? 아니라고 우겨대겠지만 안봐도 뻔하군. 수치스러운 놈."


남자가 키노를 가리키며 크게 웃었다. 울댄스는 순간 표정이 굳어졌지만 계속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여우 새끼 잡는 것보단 힘들었어. 만약 나도 여우 새끼 따위나 잡았다면 여행자한테 도움을 청할 필요도 없는데."


그러는순간 남자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얼굴이 일그러지며 분노를 표하더니 뿌득하는 이를 가는 소리가 들렸다.


"너 이 자식, 어디까지 뚫린 입이라고 지껄이는거냐."


"미리 말해두지만 네 쪽이 먼저 이죽거리며 시비를 걸었어. '여우 꼬리' "


여우 꼬리라고 불린 남자와 그 주위에 있던 다른 남자들도 험악한 인상을 지었다. 분위기가 일순 거칠어졌다. 단호한 표정으로 여우꼬리를 노려보는 울댄스의 옆에서 키노는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때 키노와 울댄스 뒤에서 누군가 다가왔다.

"그만들 해라. 울댄스, 여우꼬리."

뒤에서 다가 온것은 여우 꼬리보다 약간 작은 체구의 남자였다. 아직 젊어보였지만 울댄스보다는 적어도 10살이상은 나이 많아 보였다. 표정 변화 없이 침착하고 차분한 말투 였지만 굉장히 무게감이 있게 들렸다.


"울댄스는 '의식'을 끝마치기 위해서 부족장님에게 가던 중이었다. 그런 그를 붙잡고 있어야 할만큼 아주 중요한 일이라도 있는건가? 여우꼬리?"


"아...'곰 발톱'..."


여우 꼬리는 언제 화를 냈었냐는듯 금방 당황한 표정을 짓더니 황망히 등을 돌려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여우 꼬리와 같이 있던 남자들도 그와 함께 서둘러 사라졌다.

"고마워요. '곰 발톱' 도와줘서."

곰 발톱이라고 불린 사내는 여전히 표정 변화 없이 그러나 한결 부드러운 말투로 대답했다.


"네가 돌아왔다는 말을 듣고 오늘 중으로 되도록 빨리 의식을 끝내는 게 좋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다. 네가 여기서 시간을 너무 지체하면 부족장과 모두에게 결례가 되니까."


곰 발톱은 그렇게 말한 뒤 울댄스에게 손짓하며 따라오라고 하였다.


"설마해서 말하는 것인데 그 여행자가 의식에 관여하지는 않았겠지?"


"물론이죠. 그냥 돌아오는 중에 우연히 만났는데 마침 날이 저물때라서 우리 부족이 있는 곳에 하룻밤 머물게 하면 좋을 것 같아서.."

곰발톱이 눈동자를 돌려서 키노를 쳐다보았다.

"여행자에게 친절을 베푸는 것은 올바른 일이지....그리고 의식에 관해서는 너를 믿겠다."


곰발톱은 부족들의 천막 중 가장 큰 부족장의 천막안에 들어갔다. 키노와 울댄스도 곧 같이 들어갔다.


"여기에서 다들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 곧바로 '의식'을 끝낼테니. 네가 가져온 증거를 족장님에게 부여주도록 해라."


곰발톱이 말하자 울댄스는 갑자기 매우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다급하게 말했다.

"아차. 그거 아직 말에 실어놓았는데 가져오는 걸 잊었어요! 죄송합니다! 빨리 가져올께요!"


그러고선 울댄스는 엄청난 속도로 밖으로 뛰어나갔다. 곰발톱은 그런 울댄스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더니 키노에게 말했다.


"그럼 당신은 잠깐 동안만 밖에서 기다려주겠소? 이 의식은 외부인에게는 보여주지 않게 되어있으니."

"알겠습니다. 그럼 밖에 나가있죠."

키노가 순순히 천막 밖으로 나가려 하자 천막 안에서 어떤 늙은 자의 목소리가 키노를 불러세웠다.

"기다리게나 여행자여. 굳이 나가있을 필요가 없네. 원한다면 여기 있어도 좋아."

"족장님?"

곰발톱이 놀란듯 되묻자 족장님이라고 불린 늙은 자의 목소리가 다시 말했다.



"애초에 우리 부족을 방문하는 여행자가 거의 없어서 의식을 보지 못했던 것뿐이지 일부러 못 보게 했던 것은 아니니까. 게다가..."


족장의 말이 일순 끊겼다. 그리고 다시 이어졌다.


"의식의 순간에 같이 있었다면 의식의 끝까지 같이 있어도 상관없겠지."


곰발톱의 무표정한 얼굴에 약간 변화가 있었던 것 같았지만 그는 공손하게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족장님."


그는 키노를 향해 말했다.


"여행자님? 원한다면 여기에 있어도 좋소. 족장님이 허락하셨으니. 허나 마지막까지 조용히 있어주시오. 방해가 되지 않도록."


"네. 그럼 여기에 있도록 하죠. 가만히 있겠습니다."

키노는 낮은 한숨을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게 내쉬며 천막 안에 적당히 자리잡고 앉았다. 주위를 둘러보니 아마도 족장으로 생각되는 몸집이 작은 노인이 가운데에 그리고 그 주위에 다른 나이든 자들이 둥글게 앉아있었다. 천막안이 어두워서 그들의 얼굴은 확실하게 보이지 않았다. 잠시 후 울댄스가 자루 더미를 들고선 천막안에 헐레벌떡 뛰어들어 왔다.


"자! 여기 증거를 가지고 왔습니다! 오래 기다리셨나요?!"

"숨부터 고르거라. 울댄스."


곰발톱이 전속력으로 달려와 숨이 턱까지 차올라 흥분해있는 울댄스를 진정시켰다.


일단 숨을 고른 울댄스는 자신이 가져온 자루-늑대이빨과 발톱과 가죽이 들어있는-를 족장 앞에다 내려놓고 열어보았다. 그리고 뒤에 물러서서 무릎을 꿇고 앉았다. 족장은 주름살투성이의 손을 뻗어서 자루 안에 들어있는 것들을 모두 꺼내놓았다.

족장은 피가 말라 붙어있는 늑대 이빨과 발톱과 가죽을 내려놓고 말없이 있었다. 

"수가 좀 많군?"

조용히 있던 족장이 마치 혼잣말 하듯 갑자기 말하자 울댄스는 놀라서 되물었다.

"네?"

족장이 다시 말했다.

"한 마리가 아니었나?"

"네, 3마리였습니다."

"혼자서 동시에 3마리를?"

"네, 그렇습니다."

"다친 곳은?"

"없습니다."


울댄스와 족장 사이에 짧은 문답이 여러번 오갔다. 그리고 또 다시 침묵이 계속되었다.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 울댄스와 대조적으로 족장은 가만히 앉아서 뭔가를 생각하는 듯 지켜보고만 있었다. 시간이 더욱 흘러서 족장이 마치 잠들어버린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너무 조용히 있는듯 싶을때 느닷없이 입을 열었다.

"울댄스를 우리 부족의 '전사'로 인정한다. 앞으로 그의 전사의 칭호는 그가 해낸 업적에 따라 '늑대어금니'로 정하겠노라."


족장의 말이 떨어진 순간 울댄스의 얼굴에는 이루 말로 표현하지 못할 환희와 더불어 그것을 이 엄숙한 자리에서는 억지로 드러내지 않으려는 노력이 교차된 복잡한 표정이 떠올랐다.

키노는 그때까지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날 밤 늦게 부족에서는 아주 오랜만에 방문한 여행자를 환영하는 축제이자 부족에서 새로운 젊은 전사가 탄생한 것을 축하하는 축제가 함께 열렸다.

부족원들의 천막 사이 넓은 자리에서 거대한 화톳불이 피워지고 붉은 불길이 넘실거리며 크게 타오를때 부족원들이 모두 모여 그 주위에 둥그렇게 앉았다. 키노는 부족원들 사이에 에르메스를 데리고 와서 적당히 자리 잡았다.

여행자인 키노와 새로운 전사인 울댄스를 환영하는 뜻에서 부족내의 '전사'들이 화톳불 주위를 돌며 전통적인 춤을 추었다. 흔들리는 불꽃과 일렁이는 그림자에 어울리는 춤사위가 키노와 에르메스 앞에서 선보여졌다.

무슨 의미인지는 쉽게 이해되지 않았으나 그들의 열정과 호기로움에 키노는 춤을 구경하는데 몰입했다. 한참 보고 있을때에 울댄스-이제는 '늑대어금니'라는칭호로 불리는 젊은 전사-가 어느새 옆으로 다가와 앉았다. 울댄스는 앉으면서 키노에게 훈제된 고기 덩어리가 올려진 접시와 진해보이는 차 한잔을 권했다. 키노는 그것들을 받았다. 울댄스는 그런 키노를 바라보면서 조용히 말을 걸었다. 


"내가 이렇게 빨리 '전사'가 될 수 있었을 줄은 나도 몰랐어."


"그래? 어째서?"


키노가 아니라 에르메스가 재빨리 대답했다.


"사실 의식을행하는 것은 적어도 나보다 2~3살은 더 먹고 나서 하는게 관례였어. 그러니까 내가 이 나이때에 의식을 치뤘다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야."


"오호..그런데 어쨌건 의식은 잘 치뤘잖아?"


이번에도 에르메스가 말했다. 울댄스는 머리를 좌우로 흔들면서 대답했다.


"우리 부족은 전통과 관례를 아주 중요시하고 있어. 내가 사냥에 성공했을지라도 경험 부족이라느니 증거 부족이라느니 이유를 갖다붙여서 족장님이 허락하지 않으면 전사가 될수 없는 거야. 그래서 우리 부족의 분위기 때문에라도 나는 전사가 되지 못할것 같았는데."


"그럼에도 전사가 되고 싶어한 이유는 뭐지?"

이번에는 에르메스 대신 키노가 되물었다.


"우리 부족의 규율상 오로지 '전사'의 칭호를 받은 사람만이 자기만의 가축을 가질 수 있고 자기만의 천막을 가질 수 있고 결혼을 할 수 있고 자식을 낳을 수 있어. '전사'가 되지 않는 이상은 아무런 힘도 없고 무엇도 가질 수가 없지."


"전사가 되어서 제대로 된 한 인간으로 인정받고 싶었던 모양이네."


에르메스가 딱 잘라서 말했다.

"아니야. 전사가 되는게 끝이 아니야."

울댄스는 단호하게 말했다.

"전사가 되는 것은 단지 첫번째 단계일뿐이야. 나는 전사가 되어서...그래. 내 부모님들처럼. 위대한 전사셨던 아버님과 어머님의 뒤를 따르고 싶어. 아버님의 칭호는 '사자심' 어머님의 칭호는 '호랑이눈'이었지. 그 칭호 그대로 이 황야에서 가장 사납고 거칠며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맹수들을 물리치셨어. 내 어린 시절 기억속에 남아있는 부모님은 누구보다도 강하고 거대해보였지. 하지만 부모님은 이웃 부족들과 전투에서 용감하게 싸우다가 장렬하게 전사하셨어. 아버님도..어머님도.."


"..........."



"그래서 나는 전사가 되어서..부모님처럼 되고 싶어. 아니! 부모님을 뛰어넘고 싶어! 부모님처럼 죽지는 않을꺼야! 지금의 이 부족은 작고 가진것도 없지만 내가 용감하게 앞장서서 다른 부족들을 물리칠꺼야. 그리고 언젠가 대족장의 자리에서서 다른 부족들을 굴복시키고 우리 부족을 누구보다도 강대한 부족이 되도록 이끌어 나갈꺼야. 전사로써 인정받은 것은 이제 시작일 뿐이야. 지금까지의 나는..단지 부모잃은 애송이라서 모두에게 무시받는 존재였지만. 두고 봐..모든 게 달라질꺼니까."


"그렇군. 이제야 알겠다."

"부모님을 뛰어넘는 것이라..."

키노는 잠시 운을 띄며 무언가 생각에 빠졌다. 그런 키노에게 이번에는 울댄스가 질문을 던졌다.


"키노는 어째서 여행을 하고 있는 거지? 나처럼 부모님을 따라가고 싶은건가? 아니면 부모님과는 정반대의 길을 가고 싶은건가?"


"아니, 그저. 나는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있는 것 뿐이야. 여행을 하고 싶을 뿐이고."


울댄스는 키노의 대답에 웃으면서 다시 물었다.

"하고 싶은 것을 하는게 당연하잖아. 내 말은 하고 싶은 것을 함으로써 무엇을 얻고자 하는거냐 이거지. 키노는 여행을 하면서 어떤게 좋은 거지?"


"....설명하기는 까다롭지만. 새로운 것을 본다. 못 먹어본 것을 맛본다. 매일 다른 곳에서 아침을 맞는다. 이런게 좋아서 인것 같아."


"새로운 것. 이라 항상 변화를 겪는 걸 좋아하는 건가."


"글쎄. 좀 더 자세하게 말하자면 항상 변화하는 것을 보면서 나 자신을 거기에 비춰보인다고 해야할까. 가끔가다 내 자신이 너무 한심스러워질때, 바보 같다고 여길때, 이기적인 인간이라고 생각될때, 그럴때마다 다른 나라에서 살아가는 다른 사람들의 다른 풍경들이 너무나 아름답게 여겨져. 소중하게 여겨져. 분명히 그런 것 때문에 나는 여행을 계속 하고 있어."


"흠...."

울댄스는 뭔가 생각하는 듯 하다가 머리를 긁적이면서 말했다.


"잘 모르겠군. 하지만 왠지 멋진 이유인것 같아. 그럼 지금의 이곳도 아름답게 보이는거야?"


"그래. 어느 다른 곳에 비해서 전혀 모자람 없이 아름다워."


"우리들은 이곳에서 태어나서 이곳에서 살아가다 이곳에서 죽어가기 때문에 평생 이 황야에서 나갈 일이 없어. 우리의 삶을 보내는 이곳을 아름답다고 말하지만 정말 아름다운 것인지 아니면 이곳밖에는 없으니까 아름답다고 하는 건지는 모르지. 하지만 키노 같은 여행자가 그렇게 말해주니 정말로 아름다운 것 같아. 고마워."


"후...나같은 모토라도는 풍경 같은 건 신경안써. 나에게 아름다운 건 달리기 좋게 넓고 포장된 길이 깔려 있는 곳을 말하는 거야."


가끔가다 에르메스의 뾰로통한 한 마디와 함께 키노와 울댄스는 오랫동안 대화를 나눴다.


커다랗게 타오르던 화톳불이 마침내 그 기세가 껶여지고 춤추던 전사들도 더 이상 없을때 축제는 끝을 맞이했다. 밤하늘에 뜬 달도 꺾여져 갈때가 되어서야 키노와 에르메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잠자리가 마련된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잠자리에 들기전 마지막으로 패스에이더를 점검하던 키노는 갑자기 짐꾸러미를 뒤적이더니 언제나 가지고 다니는 휴대식량을 꺼냈다.


"왜그래 키노, 배고파?"


에르메스가 묻자 키노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저녁에 먹었던 게 생각보다 부족하네."

"이 부족 사람들 아주 현명해. 키노의 먹성을 눈치채고 일부러 적게 주다니."


휴대 식량 몇 조각을 삼키던 키노는 에르메스의 연료통을 슬쩍 걷어차주었다.


"아아. 너무하네."


에르메스의 볼멘 소리를 뒤로 하고 키노는 잠자리에 들었다.






(계속)





 



키노의 주변은 온통 붉은 빛이었다. 땅 자체도 그위에 길게 드리운 그늘도 하늘에 떠있는 구름도 하늘 자체 마저도 붉었다. 마치 온 세상을 핏빛으로 물들인듯한 광경이었다. 키노는 높은 언덕 배기에서 붉은 장관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참동안 말없이 보고 있었다.


"멋진데. 이런 광경은 처음 보는것 같아."

갈색 코트를 두르고 은테 고글을 쓰고 있는 키노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흙 자체에 산화철이 포함된 것 같군. 게다가 늦은 저녁때라 태양빛의 파장이 길어져 붉은 노을이 생겨났고. 말 그대로 붉은 세상 그 자체인걸."


키노 옆에 세워져 있는 에르메스가 자신만의 감상을 내뱉었다.



"그건 그렇고."


키노가 살짝 얼굴을 찡그리며 덧붙였다.


"아릅답기는 한데 불길해보이기도 하네. 이 광경에 한껏 빠지면 자기도 모르게 어느새 황량한 벌판에서  빨간 미라가 되어버릴지도 몰라. 재빨리 가는게 좋겠지."


그러고선 키노는 에르메스에 올라타서 서둘러 시동을 걸었다.


"그런데 애초에 경치를 감상하고 싶다면서 애써 언덕으로 올라간것은 키노 아니었던가?"


에르메스가 말했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핏빛의 나라
-Sacrificial feast-





서서히 지평선 너머로 저무는 붉은 태양을 향해 세찬 먼지를 휘날리며 키노와 에르메스는 서쪽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노을이 사라져가고 하늘에 검푸른 어둠이 몰려와 밤이 멀지 않았음을 알려줄 무렵, 에르메스가 뭔가를 발견하고 키노에게 말을 걸었다.


"서쪽 방향에 인간 1명."


"거리는?"


키노가 묻자 에르메스는 곧바로 대답했다.


"약 800쯤 되겠군. 하지만 이쪽이 그쪽을 습격한다면 몰라도 그쪽이 이쪽을 습격하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

"그럼?"

"지금 그 인간은 한창 싸우고 있는 모양이야. 이런 척박한 곳에서도 존재하는 늑대들하고 말이야."


"..."


키노는 말없이 있다가 에르메스의 속도를 한층 높혔다.

"무슨 바람이 분거지? 키노 같은 여행자가 스스로 나서서 도움을 주려고 하다니."

"글쎄..만약 그 사람을 도와준다면 이곳을 보다 빨리 빠져나갈 수 있을지도 모르지. 우선 조심은 해야겠지만."

"필요에 의한 선행이란 말이군."



 모토라도를 운전하는 키노의 시야에 방금전 에르메스가 설명해주었던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한 인간과 한 짐승이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인간은 겉보기에 많아야 10대 중반 정도의 소년이었다. 검은색 머리카락을 길게 땋아서 장신구를 달아놓고 얼굴에는 붉은색과 녹색으로 무늬를 그려놓고 한 자루의 철창을 들고 싸우고 있었다.

상대는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놓고 있는 야생 늑대였다. 원래는 한마리가 아니라 세마리였는듯 피를 흘린채로 쓰러져있는 두마리가 주위에 쓰러져있었다. 남은 한마리도 심하게 다쳤는지 발을 절뚝거리며 고통스러운 울부짖음을 내고 있었다.


에르메스의 속력을 서서히 줄이면서 가까이 접근하는 키노에게 느닷없이 창을 꼬나쥐고 있던 소년이 크게 호통을 쳤다.

"거기 당신! 이 싸움에 끼여들 생각하지마! 이건 나 혼자만의 싸움. '의식'을 치르는거다!"


".....무슨?"



"에이잇! 어쨌건 상관하지마!"


소년의 큰 목소리에 키노는 멀직히 떨어진 곳에서 에르메스를 세우고 싸움을 지켜보았다.



"무안하지?"


에르메스가 핀잔주듯 말하자 키노는 그대로 에르메스를 한대 쥐어박았다.


싸움의 끝을 보는데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포효하며 거칠게 달려드는 늑대에게 자세를 낮추며 창 끝을 그대로 늑대의 하복부에 정확하게 꽃아버리면서 소년은 싸움을 마무리 지었다.

"휴우..."


늑대들이 모두 죽었다는걸 확인한 소년은 창을 등에 차고 허리춤에 끼여 있던 손칼을 꺼내서 늑대 하나 하나의 가죽과 발톱과 이빨을 적출하기 시작했다.

"이건 늑대들에게 습격당한 게 아니라 처음부터 늑대들을 습격한 것 같군."

에르메스가 그렇게 말하자 키노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나저나 말 좀 붙여야겠는걸."


키노는 에르메스에서 내려서 정신없이 늑대를 해체하고 있는 소년에게 다가갔다. 소년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기척을 느끼자 하던 일을 끝마치고 일어섰다.

"아까전에 갑자기 소리쳐서 미안. 이건 나에게 너무나도 중요한 일이었거든."


먼저 소년이 말을 꺼내며 멋쩍어했다. 거기에 키노에 대답했다.


"사정을 몰랐으니 어쩔수 없었지요. 당신에게 중요한 일을 방해했다면 오히려 제가 미안합니다."


"괜찮아. 여행자같은 외부인들은 이런 걸 잘 모를테니까. 그런데 의외로군. 여기를 지나가는 여행자는 거의 없는데. 무슨 일로 이런 황량한 벌판에 오게 된거지?"


"그냥 이곳을 지나가던 중이었지요."


"사실은 길을 몰라서 헤매다가 들어온 것이지만." 


에르메스가 끼여들어 한 마디 하자 키노는 에르메스의 연료통을 가볍게 걷어차버렸다.



"아하..하긴 이 붉은 황야에 오가는 여행자라면 길을 모르고 들어왔거나 고생을 자처하는 독특한 취미가 있거나 둘중의 하나지."

소년은 손에 묻은 늑대의 피를 마른 헝겊으로 닦아내고 자신의 손칼과 창을 챙겼다. 그리고 잠깐 무언가 생각났는지 키노를 향해 돌아보며 말했다.


"그러고보니 내 소개가 늦었군. 내 이름은 '울댄스' 이 근처에 있는 부족의 일원이자 이제 곧 한 사람의 '전사'로써 인정받을 자이지."


"제 이름은 '키노' 그리고 여기의 제 파트너 모토라도는 '에르메스'라고 합니다."


"잘 부탁해. 울댄스. 내가 바로 세계제일의 모토라도 에르메스야."


"그래 잘 부탁한다."



에르메스는 곧바로 울댄스라고 자신을 소개한 소년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전사'라는 게 뭐지? 그리고 아까전에 '의식'이라고 했는데 그게 늑대 사냥과 무슨 상관? 여기 근처에 있는 부족은 어디? 그 부족에 모토라도 정비사는 있어?"


울댄스는 질문을 던져대는 에르메스를 향해 손을 내저으며 웃었다.


"궁금한게 많은 모토라도군. 그런데 알려주기는 싫어."



"아아 뭐야 대체."



에르메스가 실망한듯 한숨을 내쉬자 울댄스가 키노를 가리키며 말했다.


"하지만 이쪽의 아가씨가 궁금해한다면 알려줄수도 있지만."



그러자 키노는 약간 휘청거렸다.


"이봐 키노. 궁금해죽겠어. 빨리 알려달라고 해봐!"


"지금 그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잖아!"


키노는 다그치는 에르메스를 윽박질러 조용히 시켰다.






(계속...)




 

보고서의 나라

-Eye Of Beholder-







출입국 관리소 동문 지부에서 외국인 단기 체류자 신규 명단-


총 1 명



입국시 신고명 : 키노

겉보기 연령 : 10대 중후반

신장 : 중간키

인상 착의 : 검은 재킷, 검은 바지, 흰 셔츠, 챙과 속대 달린 모자 착용, 짧고 검은 머리카락, 마른 체구

주의점 : 다수의 패스에이더와 흉기로 중무장 상태, 화약 및 인화물 다량 소지, 입국 심사시 살인 경험 유무 질문에 있다고 답함.

그 외 특징 : ‘에르메스’ 라고 부르는 모토라도 (주 : 이륜차, 하늘을 날지 않은 것을 가리킴) 탑승



상기 명 인물은 지극히 위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판단되며 국내 치안에 치명적인 위협을 가져올만한 행동을 언제든지 할 수 있다고 판단됨. 모토라도를 소지하고 있음으로 도주시 신병 구속에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에상되므로 지속적인 감시 활동이 요구









외국인 관리소에서 외국인 범죄 전문 대응반에 긴급 공문 하달 -


금일자 외국인 단기 체류자 신규 명단 인원중 ‘키노’라는 이름의 여행자을 감시 대상으로 지정하고 위험 등급을 청색으로 상향 조정함. 숙소 위치 파악하고 24시간 감시원과 미행전담원을 배속 할 것. 패스에이더 및 날달린 흉기를 다량 소지하고 있음으로 신중하게 대처할 것.







외국인 범죄 전문 대응반의 야간 감시팀 중간 보고 -


현재 감시 대상은 낙후된 지역의 저가형 호텔에서 머물고 있음. 야간 감시 결과 별다른 징후 발견 안됨. 단 일출 직후 즉시 기상하여 격투 훈련과 패스에이더 수입하는 모습이 목격됨. 전투원으로써 매우 숙달되어 있다고 판단됨. 44구경 핸드 패스에이더와 자동식 핸드 패스에이더, 그리고 소음기와 저격 장비가 포함된 분리형 라이플 패스에이더를 소지하고 있음을 확인.






외국인 범죄 전문 대응반에 ‘키노’ 전담팀 구성 완료 보고 -


야간감시팀의 보고에 의거하여 ‘키노’전담팀을 즉각 구성하고 ‘키노’에 대한 위험 등급을 황색으로 상향 조정함.


감시 대상은 현재 숙소에서 벗어나 모토라도를 타고 다니며 관공서, 공공시설, 유적지 등을 답사하고 있음. 테러 활동에 앞선 사전 답사 활동으로 생각되지만 당일 아침에 패스에이더 및 각종 화기를 점검하였음으로 즉각 테러 활동을 벌일 수 있음에 주의하라.


주간 감시팀에 상황 발생시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현장 통제 권한을 부여하고 팀원마다 패스에이더로 중무장시킬 것.








‘키노’ 전담팀 소속의 주간 감시조 중간 보고 -


감시 대상은 중식 이후 상점가로 이동, 물품 구입을 하고 있음. 이하는 감시 대상이 구입한 물품들을 사후 확인하여 작성한 목록임.


작은 사이즈의 흰색 셔츠 2벌

짧은 길이의 전투용 나이프 1개

칼날 갈이용 숯돌 2개

22LR 탄환 40발

44구경 납탄 20발

고폭성 액체 화약 3병

모토라도용 연료 5통


상기 물품들은 폭발물로 활용 가능한 인화성 물질과 패스에이더 탄환임으로 지극히 위험지수가 높다고 판단됨.







‘키노’ 전담팀에서 각 소속 팀원들에게 명령 하달 -


감시 대상은 테러 활동이 적합한 장소를 찾기 위해 사전 현장 답사를 하였고 테러에 필요한 폭발물과 패스에이더 탄환을 충분히 구매한 것으로 판단됨. 감시 대상의 체류 기한은 익일까지이므로 금일 새벽 또는 익일 아침에 행동 개시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됨. 이에 ‘키노’의 위험 등급을 적색으로 상향 조정함.


대 테러 전문 전투원들을 3인 1개조로 편상하여 총 5개조를 ‘키노’ 추적 임무에 할당. 위험 징후 발견시 즉각 제압도 허용함. 필요시 야간 기습으로 제압할 것.




“키노, 인기가 무척 좋은 것 같은데?”


“무슨 말이야 에르메스.”


“어제 저녁부터 뒤를 따라오는 사람들이 있어. 키노도 진작 눈치챘겠지만. 오늘은 더 늘어났더군.”


“그러게. 다들 패스에이더까지 갖고 있는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할까.”


“한판 할꺼야. 키노?”


“나라안에서 그러는 건 위험하고 저쪽도 일단 먼저 공격할 의도는 없는 것 같으니 일단 출국할때까지 그냥 두자. 하지만 혹시 모르니까 준비는 철저히 해둘까.”







‘키노’전담팀 소속의 야간 감시조 중간 보고 -


감시 대상은 취침전 패스에이더 정비와 격투 훈련을 실행. 관측 결과 44구경 핸드 패스에이더를 파지한채로 취침하는 것으로 확인. 야간 기습 의도를 의식하는 것으로 생각됨. 감시 대상이 폭발물을 이용한 함정 설치을 했을 가능성도 간과할 수 없으므로 진압 작전은 수행하지 않는게 좋다고 판단함. 진압 작전에 투입 대기 중인 전투 요원 교체 요망. 목표 대상의 활동 계속 감시 중.







“한밤중까지 지치지도 않고 기다리고만 있군. 애써 키노가 부비 트랩까지 깔았는데.”


“습격하지 않을 꺼라면 이 나라를 떠난 후에도 가만히 있었으면 좋겠어.”








‘키노’ 전담팀 소속의 주간 감시조 긴급 보고 -


감시 대상 이동 개시. 숙소에서 이탈하여 서쪽 성문 방향으로 이동중. 예상 이동 방향으로 병력 증원 요청. 저격조 배치 바람.







보안관리국에서 ‘키노’ 전담팀에 긴급 명령 하달 -


이 시간부로 ‘키노’ 전담팀은 보안관리국의 직할 소속이 되어 보안국장의 명령에 따른다. 경찰 및 경비대 병력 100명을 추가로 배속시키고 모든 요원들에게 패스에이더와 방탄 장비를 지급한다. 현 시간 부로 감시 대상을 목표 대상으로 전환한다. 출입 관리국 서문 지부에 특공대 3개조를 즉각 배치하라. 잔여 전투 가능 요원은 보안국장의 명령에 따라 목표 대상의 예상 이동 방향에 배치한다. 목표 대상의 테러 징후가 파악될 경우 즉각 사살할 것을 허락한다.






“굉장한데? 아예 가는 곳마다 기다리고 있어. 골목길에서 옆차선의 차안에서 저멀리 빌딩 옥상에서 상점 창가에서 가로수 뒤쪽에서 전부 키노를 노리고 있는데?”






“....신경쓰지말고 최대한 빨리 나가자.”





서문 지역에 배치된 ‘키노’ 전담팀에서 보고 -


목표 대상은 이상 징후 없이 출국 심사에 응함. 소지품 검사 및 심문에서 여타 특이 사항이 발견되지 않았음으로 출국을 허가함. 추적팀을 재편성하여 계속 미행했으나 목표 대상은 그대로 서쪽으로 이동함. 위험 요소 전무.

위험 등급 하향을 건의함






‘키노’ 전담팀에서 보안관리국으로. 목표 대상에 대한 최종 보고 -


외국인 관리 번호 K090401024 통칭 ‘키노’는 자국에 대한 테러 및 강력 범죄 활동을 염두에 두고 다량의 패스에이더와 흉기, 폭발물을 소지한채로 입국하였으며 철두철미하게 현장 답사를 하고 필요 물품을 구매하는 등 치밀한 계획을 세우는 대범함을 보였다. 그러나 외국인 범죄 전문 대응반에서 즉각 전담팀을 편성하고 철저하게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여 목표 대상이 감히 함부로 범죄를 저지르지 못하게 압박하였기에 ‘키노’는 계획을 포기하고 출국할 수 밖에 없었다고 생각된다. 이 사건은 가장 성공적인 테러 예방 대책을 보여줬다고 평가받을만 하며...(하략)...






보안관리국에서 모든 부처에 공문 하달 -


.....(상략)...자칫 거대한 테러 행위가 발생할수도 있었던 일에 소속원들이 모두 협력하고 하나가 되어 불행한 일을 미리 예방할 수 있었던 점에서 높게 평가하는 바이며 앞으로도 이렇게 완벽한 대비태세를 갖추고 활약하기를 바라는 바이다. 팀원들의 노고를 치하하는 의미에서 모든 팀원들에게 포상금 지급과 일주일간의 단기 휴가를 허가하기로 결정한다. 이상.







“정말이지. 끈질기게 따라붙더군. 심지어 나라밖까지 쫓아와선 말이야.”



“공격할 의도는 없었던 것 같은데 대체 왜 그랬을까?”



“키노보고 빨리 나가달라는 유언의 압력 아니었을까?”



“그거....무언의 압박?”



“그래. 그거 말이야.”



“난 아무것도 잘못하지 않았는 걸.”



“대신에 물건값을 싸게 쳐준다고 온갖 것들을 마구 사들였잖아. 옷. 식량. 탄약. 연료.”



“누릴 수 있을때 누리는 건 당연한 일이야.”



“대신에 저 나라 사람들 입장에서는 굉장히 불편하고 손해나는 일이니까 되도록 빨리 나가달라는 의미에서 그런거 아니야?”



“읏..그러면 앞으로는 에르메스가 고장나도 수리될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빨리 출국이나 해야겠군.”



“물론, 키노가 모토라도 부품을 싸게 사들인건 절대 나쁜 짓이 아니라구.”




[ 1 | 2 | 3 | 4 | 5 | 6 | 7 | 8 | 9 ] 다음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