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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 맑은 가을 날씨 몇 번 이어지면서 당신이 지어놓은 문자들의 함정 속에서 아득히 나의 가지가 이르는 곳 눈부신 절망이란 이파리만 투툭 나부낀다.-감나무에 9월이 닿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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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 흥. 바람의 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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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설일 : 2004/11/18
 

멋. 흥. 바람의 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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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e Erde etc.
2008/05/09 오전 6:44 | 멋. 흥. 바람의 넋

»Die Erde«
© DIE ZEIT, 08.05.2008 Nr. 20

Ein Gedicht von Günter Herburger

Ihre Baggerseen sind blau,
bevölkert von Walen.
Ein paar Kontinente treiben einher,
als hätten Morcheln sich verabredet
für einen Zusammenschluss.

Blut tropft aus den Fingernägeln
mehrerer Sonnen, deren Folterwerkzeuge
wir noch nicht kennen.

Tierzeichen gibt es dort oben nicht,
eher Gardinen, die auseinanderstieben,
als wären Hühnerhöfe explodiert.

Familien und Fersengeld tauchen auf,
beschützt von Distelwäldern,
in denen Milchkännchen
den Zeitpfeil, verirrt im Dickicht,
in die falsche Richtung tragen.
Er schreit wie ein Gänserich.

Günter Herburger: Der Kuss

A 1 Verlag, 2008; 112 S., 16,40 €

닭곰탕을 먹으며
닭은 조류이다, 명목상.
- <닭의 닭에 의한 닭을 위한 사전>에서

무가 빠진 닭곰탕을 먹는다, 나는 “무가 빠졌어요!”라고
속으로 외친다. 항의한다. 항거한다. 속으로. 그러나

다 먹는다. 내게 주어진 밥, 내게 주어진 닭, 살, 내
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뱃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肉化된 닭의 언어들. 내일은 찜이 되거나 죽이 될, 아니면
또 탕이 될 소망들, 희원들, 목놓아 새벽을 부르던-
부르다 지쳐 쓰러진 닭도 있었다, 그러다 죽어간 닭도 있었다, 미처
닭인 줄도 모르고 죽어간 닭도. 그러나
그걸 기억하는 닭이, 동족의 울음과 통곡이 새벽을 가져오리라
믿는 닭이 어디에 있으랴!

무가 빠진 닭곰탕은 무가 빠진 닭곰탕일 뿐이다.
빠진 건 빠진 거고 있던 건 닭곰탕. 이젠
그마저 밥상에 없다.
“없는 건 없는 거다.” 나는 속으로
중얼거린다. 이젠 목젖이 붓는 소리
들리지 않고 새벽은 조용조용히 온다.
새벽은 조용조용히 항의하며 조용조용히 항거한다.
덕분에 그날이 그날이다-
(우리는 너무 많은 닭고기를 먹은 것일까?)

-로쟈의 창고 주인장



이영광

나무들은 굳세게 껴안았는데도 사이가 떴다 뿌리가 바위를 움켜 조이듯 가지들이 허공을 잡고 불꽃을 튕기기 때문이다 허공이 가지들의 氣合보다 더 단단하기 때문이다 껴안는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무른 것으로 강한 것을 전심전력 파고든다는 뜻이다 그렇지 않다면 나무들의 손아귀가 천 갈래 만 갈래로 찢어졌을 리가 없다 껴안는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가여운 것이 크고 쓸쓸한 어둠을 정신없이 어루만져 다 잊어버린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이글거리는 포옹 사이로 한 부르튼 사나이를 有心히 지나가게 한다는 뜻이다 필경은 나무와 허공과 한 사나이를, 딱따구리와 저녁 바람과 솔방울들을 온통 지나가게 한다는 뜻이다 구멍 숭숭 난 숲은 숲子로 섰다 숲의 단단한 골다공증을 보라 껴안는다는 것은 이렇게 전부를 다 통과시켜주고도 제 자리에, 고요히 나타난다는 뜻이다

이영광, 『그늘과 사귀다』, 랜덤하우스코리아

그녀에게

- 박정대

고통이 습관처럼 밀려올 때 가만히 눈을 감으면 바다가 보일 거야
석양빛에 물든 검은 갈색의 바다, 출렁이는 저 물의 大地

누군가 말을 타고 아주 멀리로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모습이 보일거야
그럴 때, 먼지처럼 자욱이 일어나던 生은 다시 장엄한 음악처럼 거대한 말발굽 소리와 함께 되돌아오기도 하지

북소리, 네 심장이 고동치는 소리를 들어봐
고독이 왜 그렇게 장엄하게 울릴 수 있는지 네 심장의 고동소리를 들어봐

너를 뛰쳐나갔던 마음들이 왜 결국은 다시 네 가슴속으로 되돌아오는지
네 가슴속으로 되돌아온 것들이 어떻게 서로 차가운 살갗을 비벼대며 또다시 한 줄기 뜨거운 불꽃으로 피어나는지

고통이 습관처럼 너를 찾아올 때 그 고통과 함께 손잡고 걸어가 봐
고통과 깊게 입맞춤하며 고독이 널 사랑할 때까지 아무도 모르는 너만의 보폭으로 걸어가 봐

석양빛에 물든 저 검은 갈색의 바다까지만
장엄한 음악까지만

출처 : 아무르 기타, 문학과사상사,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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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나를 위해 한 일
2008/05/06 오후 6:18 | 멋. 흥. 바람의 넋

# 여기 있는 자중에 가장 하찮고 작은 자에게 당신이 한 일

예수는 천국과 지옥의 판별기준으로 여기 있는 자중 가장 하찮고 작은 자에게 네가 한 일이라고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 말씀은 일반 교회의 금과옥조로 여겨지고 자주 두루 뭉실하게 설교되곤 하지만 그 뿐이다. 개인주의적, 기복주의적, 철저한 가족중심 인간의 이기적인 삶의 상황에 이 말씀은 그저 내가 정하는 만큼의 이웃들, 내 식대로 작고 보잘 것 없는 자들을 임의대로 저울질하거나 기분날 때 동냥하거나 나아가 대물림하는 가난의 철학을 논하다가, 그들의 무지와 게으름을 탓하고 더욱더 나아가 약자와 빈자와 신의 저주받은 자들이 세상에는 언제 어느때나 있었다, 있었고, 그건 자연법이 아닌 신율이라고 우기게까지 하고 만다.


내가 배가 고플 때

당신은 인도주의 단체를 만들어

내 배고픔에 대해 토론해주었소

정말 고맙소

내가 감옥에 갇혔을 때

당신은 조용히 교회 안으로 들어가

내 석방을 위해 기도해주었소

정말 잘한 일이오.

내가 몸에 걸칠 옷 하나 없을 때

당신은 마음속으로

내 외모에 대해 도덕적인 논쟁을 벌였소.

그래서 내 옷차림이 달라진 게 뭐요?

내가 병들었을 때

당신은 무릎 꿇고 앉아 신에게

당신과 당신 가족의 건강을 기원했소.

하지만 난 당신이 필요했소.

내가 집이 없을 때

당신은 사랑으로 가득한 신의 집에 머물라고

내게 충고를 했소

난 당신이 날 당신의 집에서 하룻밤 재워 주길 원했소.

내가 외로웠을 때

당신은 날 위해 기도하려고

내 곁을 떠났소.

왜 내 곁을 떠났소.

왜 내 곁에 있어 주지 않았소?

당신은 매우 경건하고

신과도 가까운 사이인 것 같소.

하지만 난 아직도 배가 고프고,

외롭고,

춥고,

아직도 고통받고 있소.

당신은 그걸 알고 있소?


작자 미상 (뉴욕 맨하탄의 흑인 거지)

류시화의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52-53쪽

- 난 당신에게 아무것도 구하지 않았었다 당신들끼리 잘 먹고 잘 살고 잘 자식 낳고 유구만년 부귀영화 누리시다가 천국에서도 금과 은 자리 잘 차지하고 누리시라고 길을 떠났을 뿐이다.
당신은 자신을 속이듯 날 일회용 종이컵처럼 슬쩍 임의대로 제 욕심 차리고 버리려고 했고,
당신은 날 아무도 돌보지 않고 내버려진 사람이니
노동력과 성을 임의대로 제 욕심 채우는만큼 써먹고 내버릴 수 있는 기계부품처럼 취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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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 여인, 달..
2008/05/02 오후 9:30 | 멋. 흥. 바람의 넋

-= IMAGE 1 =-

인디언 그림 중

곰,
여인,
달.
어미 자궁안에 잠든 듯
서로 둥글게 감싸안은,
감싸여 안겨있는 형상과
투박한 향토색의 질감이 던져주는
아련한 집단무의식의 원형은 무엇일까
과연
그 실체에 우린 서로 닿아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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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홀소리 여행 ․ 0 」
2008/04/22 오전 12:53 | 멋. 흥. 바람의 넋

홀소리 여행 ․ 0 」

언어 이전의 나라에서 얼핏 불어오는
영혼의 모음, 아기의 옹알이 안에는
순결한 모음들 출렁인다. 내가 아기 곁에서
원시의 모음을 발음할 때 벌써
내 몸 안에 도도히 흐르는 흰 강물소리
내 혈맥이 뒤돌아 가 닿는 처음의 자리
그곳에서 만나는 싱싱한 모음의
강줄기를 따라
저 아득한 원시의 길 없는 길에서
길을 찾아
말을 찾아
오늘도 나는 그대에게로 간다

- 김길나 "홀소리여행" (서정시학 시인선 23)에서

- 6달 혹은 10달 먹은 아가들이 옹알옹알
엄마 옴마 하는 게 들린다.
모든 게 떠나고 잊혀진 듯
이국 작은 허름한 간이역사에서
푸르른 녹음을 막 지나쳐가는
3월 아직 매서운 바람이
그대에게도 느껴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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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배병우의 소나무
2008/04/22 오전 12:44 | 멋. 흥. 바람의 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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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이게 그림이 아니라 사진이라는데 놀랐다.
정든 이들이 멀리서 손인사를 건네고 있다는 느낌을 왜 받는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왜 흑백사진 소나무에서 이토록 화사한 봄날 기운이 물씬 풍기고 있는지
나를 찾아가듯 다시 제대로 보아야 했다.

모질게 그 땅을 떠나기 직전 잠시 들렀던 경주 남산에서 마주쳤었던
이름 모를 소나무들이 나를 먼저 알아보았다.
길다라한 이 곳 소나무들과 다른
두루뭉실한 우리 소나무를 다시 만나니 남몰래 반가움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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