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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설일 : 2004/06/28
 


사비나의 소설
풍혈
風穴 [29]




 소대혁은 택시에서 내려 코트 깃을 여미며 빠른 걸음으로 인사동 골목 안으로 들어섰다.
빌딩 숲 뒷골목에 아직도 옛날 한옥이 숨어 있다시피 남아 있는 중에서 취향醉
鄕 이라는 간판이 보였다.

대혁은 닥나무 껍질이 꺼뭇꺼뭇하게 보이는 초배지로 도배를 한 작은 방으로 안내되었다.

퇴근 후에 바로 온다던 최박사는 꽤나 시간이 흘러서야 들어왔다.
"아, 밖에 눈이 옵니까?"
"응, 제법 오는데.....소반장 오랜만에 보니 더 훤해졌어!"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아는 대혁은 손으로 이마를 쓸어 올리며 말했다.

"뭐 저만 그런 것도 아닙니다!"
"허허허...그런가? 그런데 갑자기 날 보자는 이유가 뭔가?"

그때 종업원이 들어와 주문을 마치고는 대혁이 정색을 하고 입을 열었다.

"지난여름에 일어났던 변사사건이 아직도 가닥이 안 잡혀서요. 용의자들은 몇 명 잡았지만 다 헛다리만 짚었습니다. 그래서 선배님께 자문을 좀 받으려고..."

"허허허... 역시 그랬군. 그 처음 소장 말하는 거 아닌가?"
"예, 사인이라도 정확히 알아야 하는데.....그게 왜 정확히 안 나옵니까?"

"이 사람 무슨 소리야? 사인이야 심장마비라고 정확히 썼을 텐데?"
"그거야, 선배님. 죽은 사람은 다 심장마비지요. 아니, 심장이 마비되지 않고 잘 뛰고 있다면 그게 어찌 사망입니까?"
"허허허... 듣고 보니 그렇군! 자네 경찰하지 말고 철학을 해야 할 사람이네."

식탁에 음식이 차려지기 시작했다.
전골이 끓기를 기다리며 두 사람은 소주를 마셨다.

대혁의 대학선배인 최박사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사체부검에는 베테랑이었다. 대혁이 답답한 마음에 최박사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최박사는 기다렸다는 듯이 퇴근 후에 한잔 하자고 했던 것이다.

술잔이 몇 순배 오가자 찌개가 끓기 시작하고 두 사람은 묵묵히 식사를 했다.

"소반장 마라톤 이야기 아나?"
밥 한 공기를 거뜬히 비운 최박사가 담배를 꺼내 물면서 뜬금없이 마라톤 이야기를 꺼냈다.

"그야 알지요."
"마라톤이 말이야, 처음 그리스에서 시작하게 된 동기에 대해서도 들어 본 적이 있겠지?"

"아, 그거야....어떤 병사가 40여km를 달려와서 승전보를 전하고 죽었고, 그래서 그 를 기념하기 위해서 마라톤이 시작됐다. 뭐 이런 얘기 아닙니까?"

"잘 아네, 그런데 말일세. 중요한 점은 그 병사의 사인死因일세, '우리 아테네는 이겼다!' 이 말 한마디를 하고는 죽었어요. 왜 죽었느냐? 그도 심장마비로 죽었지."

최박사는 말을 끊고 담배를 입으로 가져갔다.

"그럼, 왜 그 병사의 심장이 마비 되었느냐? 인간이 40km를 달리면 누구나 심장마비가 오는 것은 아니란 말이지. 그렇다면 아예 마라톤 종목은 생기지도 않았겠지. 문제의 핵심은 그 병사가 그만큼 달렸을 때에 그의 체력이 한계점에 왔기 때문이라는 거지."
"그야 그렇지요."

때아닌 마라톤 이야기와 빙~ 돌려 말하는 최박사의 의중을 몰라 대혁의 대답은 어정쩡 할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사람의 육체만 그런 것이 아니라 정신세계도 마찬가지예요. 사람이 희로애락을 느낄 때에도 자신을 컨트럴 할 한계를 넘으면 심장이 멎지! 그걸 찾아보게! 그 소장이 무엇 때문에 자신의 생명의 한계를 넘었는가?"

알 듯도 하지만 뭐라 집히는 것이 없는 대혁이 멀거니 최박사의 얼굴만 쳐다보자 최박사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리고 말일세, 자네 전화를 받고 내가 한길도의 시신을 다시 보았네. 그런데 하체 검사를 세부적으로 하면서 ....죽기 전에 성행위의 가능성이 있었네."

"넷? 그게 사실입니까? 아니 그걸 어째서 당시에는 몰랐답니까?"
"시신이 물에 잠겨 있었고..... 세척을 하였는지 아주 깨끗하여서 당시 검시의가 간과한 모양이지."

"아하~ 그것 참!"
대혁이 생각지도 않은 사항에 얼떨떨해 있는데 재떨이에 담배를 비벼 끄면서 최박사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성행위로도 한계를 넘을 수 있지."
"하하하....선배님도."
"왜 그러나? 설마 복상사腹上死를 모르 지야 않겠지?"

"그럼, 그 두번째 죽은 이창우도 같은 결과입니까?"
"그게....이창우 시체는 너무 물에서 불고 시간이 경과 되어서 알 수가 없었네."

소대혁은 머릿속에서 반딧불처럼 깜빡이는 무언가를 감지했다.



다음날 아침 소반장은 출근 하자마자 지창국을 불렀다.
"저번 수안보 그 아가씨 좀 찾아 봤나?"
"그 때.... 그 양혜연이는 전혀 종적을 찾을 수가 없는데요."

"그럼 말야, 지형사 그 아가씨를 보기는 했나?"
"아 그럼요. 고형사랑 둘이서 틀림없이 보았습니다."

그러자 고선희가 냉큼 말을 이었다.
"반장님, 아주 미인이었어요! 키가 165 정도는 되겠고요. 나이는 스무살 전후? 이목구비가 뚜렷하면서도 고전적인 분위기가 풍기는 아가씨였어요."

"음, 그러면 전기호 소장 좀 연결해 봐."
"준공식이 끝났는데 전소장이 여기 아직 있을까요?"
"아, 댐으로 하던 본사로 하던 어떻게 찾아 봐."

전화를 받은 전기호는 소대혁이 자기소개를 하자 의외로 반겼다.
"오늘 좀 뵐까요?"
"예, 좋습니다."



을지로의 한 카페에서 소반장은 전기호와 마주앉았다.
소반장이 보기에 전기호는 아직도 30대로 보일 듯이 젊고 활기가 있었다.

181cm인 자기와 키가 비슷해 보이고 고생을 전혀 모르고 자라 좋은 교육을 받고 대기업에 들어가 탄탄대로를 달려가는 당당한 남자의 여유가 느껴졌다.

소반장이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꺼냈다.
"저, 이것은 조사는 아닙니다. 단지 좀 집히는 데가 있어서 여쭈어 보는 거니까 어려우시더라도 아주 솔직하게 답변 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아, 예, 말씀만 하십시오. 제가 협조 할 사항이라면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잔을 내려놓으면서 전기호는 선선하게 대답하였다.

도무지 무엇 때문에 소반장이 자기를 보자고 하는지 가늠이 되지 않아서 그의 선량해 보이는 눈이 호기심으로 아이들처럼 반짝였다.

"지난 9월 2일 수안보의 연정에 놀러 가셨을 때.....그날 밤 호텔에서 동침했던 아가씨에 대하여 아시는 대로 말씀해 주십시오,"

전기호의 얼굴에 일순 당혹감이 스쳤다.

아무리 같은 남자끼리라고 하더라도 함부로 묻고 대답하기에는 역시 껄끄러운 사안이었던 것이다.

"우리가 소장님을 보호차원에서...."
"아, 예, 그건 이해합니다."
변명하는 소반장을 전기호가 손을 들어 제지했다.

"이해하여 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런데 그 다음날에 소장님께서 몸이 불편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 아가씨에 관해서 아시는 대로만 좀 말씀해 주십시오. 아주 작은 문제라도 괜찮습니다."

전기호는 굳은 얼굴로 술잔을 입술에 대고 천천히 마셨다.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면서 술은 그냥 무의식중에 흘려 넣는 것 같았다.

마치 천천히 마셔서 시간이 초과되면 말하지 않고 넘어갈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듯이 그렇게 뜸을 드리고 마시더니 잔을 내려놓으면서 가만히 한숨을 내 쉬었다. 좀처럼 입을 열고 싶지 않은 눈치였다.





***

사비나의 소설 풍혈風穴 [28]




 도현이 얼른 일어나서 벽에 달력을 들여다보았다.
보름이면, 아직 12일이나 남았는데....

"금성지서에는 내가 알아보라고 전화 했으니 곧 연락이 오겠지,
그 얘기는 그쯤 하고 최순경은 오늘 계산리로 해서 양평리 일대 좀 돌아보고 오게."

청풍면 일대는 수몰을 앞두고 반 이상이 이사를 가버려서 전쟁을 치른 동네처럼 삭막하게 변했다.
지붕이 늘어지고 담벼락도 무너지고, 깨진 항아리며 버리고 간 집기들이 골목에까지 뒹굴었다. 
 
도현은 오토바이를 몰고 들판을 달리면서 수리시설이 잘 되어서 이모작을 하던 옥토에 풀들이 키를 넘게 자란 것을 보면서 남다른 감회에 젖었다.

상전벽해桑田碧海라더니....그야말로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로구나.

계산리 이주 실적을 돌아보고 점심을 먹고 가라는 이장의 만류를 뿌리치고 재빨리 오토바이에 몸을 실었다.

오늘은 좀 제대로 알아봐야지...

그간 공무에 바빠서 마음 한 켠에 묻어 두었던 궁금증들을 오늘은 꼭 풀어야겠다고 다짐하며 자갈길을 달렸다.

양평 이장 유재철을 만난 것은 12시가 가까이 되어서였다.

양평은 청풍읍내 보다 빈집들이 더 많았다.
농사꾼들은 가을걷이를 끝내고는 바로 서둘러서 이사를 떠나 내년 농사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도현은 공적인 대화가 끝나자마자 평소에 알아보고 싶었던 질문을 시작했다.
"이장님도 영화라고 아시지요?"
"아~ 아다마다요. 나도 여기서 나서 자랐습니다."

40대 후반의 키자 작은 이장은 영화네 살던 곳이 어디쯤이냐고 묻자 당장 가보자고 서둘렀다.

"바로 요 위니까, 점심 밥 지을 동안에 잠깐 다녀옵시다."
10여분을 걸어서 작은 개울을 하나 건너자 해 묵은 감나무 한 그루가 서 있는 밭이 보였다.

"여깁니다. 여기가 영화네 살던 집터입니다.
우리 동네 사람들은 영화네 모녀가 너무 예뻐서 귀신이 시기를 해서 그리되었다고들 말했지요."


감나무와 뒤뜰에 앵두나무 한 그루, 그리고 밭둑에 놓여있는 거뭇거뭇한 돌들만이 여기가 집터였다는 흔적일 뿐 주춧돌들도 남아있지를 않았다.

"들으니 이 동네에 영화와 함께 학교에 다닌 사람들도 있다고 하던데요."
"예, 이 동네에 한명이  있었고요. 그리고 아랫말에 정진사댁 손자가 있었지요."
"아, 그렇군요. 그 사람들은 지금 잘 살고 있나요?"


이장은 손사래를 치며 강하게 부정을 했다.
"웬걸요. 이 동네 살던 신재명 씨는 왜정 말기에 징용에 끌려 나가서 돌아오지 못했답니다. 사망통지서도 못 받았으니 생사를 알 수는 없다지만 해방이 되고서도 돌아오지 않았으니 필경 죽은 게지요."

"아, 그랬군요. 한 동네에서 처녀는 정신대로 끌고 가고 총각은 보국대로 끌고 갔군요."
"아니요. 신재명 씨는 총각은 아니었습니다.
징용으로 끌려가기 전 해에 장가를 갔어요. 동네 총각들이 모두 장가를 가도 혼자서만 장가 안 간다고 버텨서 부모님 속을 어지간히 태우다가 결국에는 장가를 갔답니다."

그리고는 신재명이 장가를 안 가겠다고 우긴 이유가 영화를 기다리느라 그렇다고들 수군거렸다고 덧붙였다.
"아, 그래요? 그럼 두 사람 사이가 가까웠나요?"

도현은 그 대목이 대단히 흥미로웠다.

"그야, 한 동네에서 자라고 매일 학교를 함께 다녔으니....그러나 실제로 그 내막이야 알 수가 없지요.

그런데 사실은 더 큰 문제가 있었지요.
아랫마을 정진사댁 도령도 혼삿날 장가를 못 가겠다고 떼를 써서 온 집안이 발칵 뒤집히고 난리가 났었답니다.

정도령은 마침 영화가 끌려가던 날이 혼사 날이었는데 할아버지를 향해서 삿대질을 하면서 덤볐다고 합니다.

호랑이 같은 할아버지도 손자를 감당치 못하자 결국에는 그 어머니가 명주수건을 들고 목메어 죽어버리겠다고 하는 바람에 겨우 혼례를 치르게 되었답니다."

"그건 또 무슨 연유 입니까?"
"양반네 이야기라서 하인들을 얼마나 잡도리를 하였는지 자세한 내막은 잘 모른다고 합니다.
그러나 정도령이 할아버지 더러 다 알고 있다고 포악을 하면서 덤볐답니다.

나중에 정진사가 칼에 맞아 죽고 나서 동네 사람들이 영화가 정신대에 끌려 간 것이 정진사 농간이라고 수군거렸답니다."
"옛?"

그랬구나 .....모든 사건은 원인이 있으니 결과가 있는 것이다.

"해방이 되고, 6,25 전쟁 이후 세상이 많이 변한 탓도 있지만 정진사네 집도 가세가 많이 기울었답니다. 그래서인지 그 댁도 여길 떠난 지 오래 되었지요."   

"그럼 .....신재명 씨네 가족은 살고 있습니까?"

"그 집은 아예 풍지박산이 났지요.
재명씨는 키가 크고 목소리도 우렁차서 장군감이라고들 했는데 왜놈들 짐꾼으로 끌려가서 돌아오지도 못했으니까요.

그이가 징용가고 그 이듬해 부인이 아들을 낳았답니다.
그런데 그 아낙이 해방이 되어도 남편이 돌아오지 않자 아기를 떼어놓고 친정으로 가서 돌아오지를 않았다고 해요"

이야기는 들을 수록 점점 더 비참한 생각이 들었다.

"아낙도 겨우 8개월을 살고 간 남편이 영영 돌아오지 않으니 어찌 기다리겠어요?
그리고 나서는....6,25 전쟁 통에 재명씨 아버지도 돌아가셨지요.

그러자 재명씨 노친네와 재명씨 아들만 남았는데 .....노친네가 여기에 살기 싫다고 친정이 있는 평택인가 어디로 손자를 데리고 이사를 갔지요."

결국....함께 학교에 다니던 세 사람이 다 불행하게 되었구나.
시대를 잘못 만난 탓이지.

우울한 기분으로 지서로 돌아오니 차석 혼자서 사무실을 지키고 있었다.

"금성 지서에서 조사를 나가 보았는데, 매달 보았다는 것은 좀 부풀린 이야기고 본 사람이 딱 두 사람이라네. 한 사람은 어디 가서 밤새 술 퍼마시고 놀다가 새벽녘에 높은 다리를 건너는데....."

높은다리는 북진나루에서 제천 쪽으로 약 3km정도 거리에 있다.

이 다리 위에서 중전리 샛길로 막 들어서는데 오른편 산속에서 희끗한 것이 보였다. 그래서 자세히 바라 보니 소복을 한 여자가 산을 내려오는 중이더란다.

50대 중반의 이 남자는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들어서 뛰어 달아나려고 해도 오금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고 했다.

"집에 와서 2~3일을 앓았다는 게야. 그리고 또 한사람은 금성 큰집에서 제사를 지내고 오다가 자기 집을 다 와 가는데 역시 산에서 내려오는 소복 입은 여자를 보았다고 하드라네."

"직접 본 사람들이 있긴 있군요. 그럼 어떻게 생겼다고 합니까?"
"두 사람 다 먼빛으로만 보았는데 어찌 알 수가 있겠나?"





***


사비나의 소설
풍혈
風穴 [27]




 출근 하여 아침업무를 대충 마친 도현이 지서의 안팎을 들락거리며 무엇인가를 찾기 시작하였다.

자기의 일에 골몰하느라 고개도 들지 않던 차석이 소리를 빽 질렀다.
"최순경~, 아까부터 할 일 없이 왜 그리 들락거리나? 통 집중이 안 되잖아!"

"아, 예, 뭐 좀 찾아보아도 없네요."
도현은 비밀을 들킨 사람처럼 멋쩍어하였다.

"뭘 찾는데?"
"아니....뭐 별것은 아니고요. 우리 지서에 지하실이 있다고 들은 적이 있어서요, 어디 있나 하고 그동안 아무리 둘러보아도 없습니다."

차석은 도현을 뻔히 쳐다보더니 묵묵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는 의자를 뒤로 빼고 책상을 앞으로 밀었다.
이 양반이 왜 이러시나?

그런데 그래 놓고 보니 마룻바닥에 두개의 홈이 보였다.
차석이 쭈그리고 앉아 홈에 손을 넣고 끙~ 해도 꿈쩍도 않는다.

화들짝 반가운 도현이 얼른 끼어들었다.
"차석님, 제가 하겠습니다."

마루바닥은 삐걱~ 소리를 내며 열렸다.
아래에서 오랫동안 갇혀있던 퀴퀴한 공기가 코를 찔렀다.

"자, 여기다. 이게 왜 궁금한 거야?"
"예, 그냥....한번 보고 싶었습니다."

도현이 계단으로 한발을 내려딛자 삐거덕 하는 소리가 났다.
"조심해, 워낙 오래된 계단이야."

조심조심 내려가 보니 의외로 지하실은 넓었다.

전에 지영감의 말대로 툭하면 지서에서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들렸었다고 할 때에 도현은 이런 장소가 있으리라고 짐작을 하였었다.
그래서 틈틈이 찾아보아도 입구가 없어서 그동안에는 통 찾지를 못하였던 것이다.

천정에는 문고리 같은 것이 여기저기 달려있고, 벽에는 유리가 까맣게 그을린 램프가 걸려있었다.
바닥에는 다리 부러진 의자도 하나 나뒹굴었다. 

"참...살벌하군. 나도 처음 내려와 보네."
어느새 차석이 따라와서 말하는데 소리가 우렁우렁 울렸다.

"아니, 아침부터 왜 거긴 내려가 있나?"
지서장이 지하실에 고개를 들이 밀고 소리쳤다.

두 사람이 허둥지둥 올라오고 차석은 변명처럼 최순경이 보고 싶어 해서 ....하며 뒤통수를 긁었다.
"최순경, 거기에 뭐 볼게 있다고 그러나?"
"예, 수몰이 되면 그나마 잠기니 한번 보아두려고요."

"흐흠. 거기서 사람이 한둘이 죽어 나간 게 아니라네, 그러고 참, 그때 그 풍혈에서 나왔던 유골의 감식결과가 나왔다네. 역시 30~40대의 남자라는 거야...."

영화가 아직도 살아있다고 믿는 도현은 그 사실은 당연한 결과에 불과하였다.
"어째 심드렁한가? 난 자네가 펄쩍 뛰며 좋아할 줄 알았네. 하하하"

지서장의 농담에 도현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 유골은 요스케의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던 중이었습니다."
"뭐야? 자네가 요스케를 어떻게 알았나?"

"예, 지영감 말이 영화가 도망갔다면서  요스케가 영화엄마를 잡아다가 고문해서 죽였답니다. 그리고 몇 달 후에 무단히 아랫말 정진사가 자다가 칼 맞아 죽고 같은 날 영화네집이 불탔다고 했지요."

"그래....그런 이야기는 나도 아네."
"그런데 .....이유는 모르지만 정진사를 죽인 것은 영화라고 생각됩니다. 정진사 죽이고 와서 집을 불태웠다고 양지편 사람들은 모두 숙덕거렸다고 해요."

세 사람은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그래, 정진사도 지소의 죽음에 연관이 있어서 죽였을 겁니다. 그러면....직접 엄마를 죽인 요스케를 그냥 두었겠습니까? 어떻게든 죽였겠지요."

"그래서 말인데....유골감식 서류를 받고 내가 지금 면사무소에 가서 박면장을 보고 오는 길이야."

지서장이 자기자리로 가서 앉아서 서류를 만지작거리자 도현과 차석은 서둘러 책상과 의자를 제자리로 정리를 하느라 부산했다.

"박면장은 영화하고 보통학교 동기생이었네, 이 사람에게 그 무렵에 청풍에서 실종된 남자가 있었느냐고 물어보았더니 단번에 요스케 이야기를 하더군."



당시에 요스케는 청풍에서 거의 신과 같은 존재였다 한다.

생사여탈권을 손에 쥔 그가 영화를 찾으러 혈안이 되어서 헤맸다는 것이었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요스케는 안보이고 새로운 주재소장이 부임을 했다고 한다.

나중에 요스케의 실종사실을 밝힌 것은 당시에 주재소 연락원이던 차덕만이었다.
차덕만은 해방이 되고는 고향에서 살지를 못하고 객지를 떠돌았다.

그러다가 충주댐이 되고 고향이 수몰된다고 하니까 고향산천이나 한번 보고 죽는다고 찾아왔었는데 그때에 박면장을 만나서 실토하기를 요스케가 지소 죽이고 딱 1년 만에 실종되었다고 한다.


차덕만과 친척벌인 박면장이 깜짝 놀라서 되물었다.
"아니, 요스케가 실종되었던 겁니까? 언제 어디서요?"

"그게 말일세, 북창을 나하고 같이 갔었네. 그래서 북창으로 해서 안암장터까지 한 바퀴 빙 돌고 돌아오는 길에 북창 나루터에서 감쪽같이 사라졌네."
"아니, 아저씨가 함께 계셨다면서요?"



요스케와 덕만이 나루터에 오니 사공이 없었다.
잠이 들었는지 소리쳐 불러도 금방 나오지를 않자 요스케가 가마바위로 성큼 올라가면서 덕만에게 가보라고 고갯짓을 했다.

덕만이 잠든 사공을 깨워 가지도 돌아와 보니 금방 보고 올라 간 요스케가 없었다.
분명히 가마바위에서 둘레를 돌아보는 모습을 확실히 보았었는데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었다.


"나루터 둘레를 소리쳐가며 불러도 나타나지를 않아서 한 두어 시간 더 기다리다가 할 수 없이 지서로 왔지.
그리고는 제천 본서에서 전화가 오기에 사실대로 말했네.
다음 날 아침에 트럭으로 군인들을 빽빽하게 싣고 와서 한 이삼일을 북창나루터는 물론이고 동네며 강변을 이잡듯이 뒤졌지만 요스케는 못 찾았다네."


처음 전화통화를 할 때부터 본서에서는 이 사실을 비밀에 붙이라고 했단다.
아마도 주재소 소장이 실종 된 사실이 알려지는 것이 무언가 불명예스럽다고 생각되었던 모양이었다.

그리고는 바로 후임자를 발령을 내고 요스케는 전방으로 전출되었다고 발표를 해 버렸다고 한다.



"그런데 말 일세 박면장에게서 더 이상한 소릴 들었어. 어제 박면장이 금성면장을 만나서 들은 이야기라는데, 중전리에서 매달 보름날 새벽이면 소복을 입은 여자가 산에서 내려온다는 게야."

"예?"
새벽에 소복을 입고 산에서 내려오는 여자?

어쩐지 전설의 고향에서 나오는 이야기 같은 섬뜩한 느낌에 도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




***



사비나의 소설 풍혈風穴 [26]



 강이 보이자 고선희는 한결 기분이 좋아진 듯 라디오를 틀고 이쪽저쪽 다이얼을 돌리다가 음악이 나오는 곳에 고정을 시키고는 편안한 자세로 의자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강 건너 들녘에는 벼들이 누릇누릇 익어가고 산에는 벌써 단풍이 들기 시작하고 있었다.

이윽고 수안보 시내에 들어선 차들은 오른쪽으로 조금 꺾어서 한참 올라가더니 연정蓮庭 이라고 간판이 붙은 요정 앞에 차들을 댔다.

"일단 우리도 저녁을 먹지."
두 사람은 요정이 보이는 곳의 식당에서 주문을 한 다음에 본서로 전화를 걸었다.

"어떻게 할까? 고형사 먼저 버스타고 가겠어? 색시들 앉혀놓고 노닥거릴 테니까 보나마나 늦어질 거란 말야."
색시라는 말이 우스워서 고선희는 호호 웃으면서 대답했다.

'아뇨. 그냥 함께 가죠."
"그럼 늦는다고 연락이나 하지?"
"연락은 무슨, 나 여기 혼자 있는 거 모르세요?"
"아, 참 집이 수원이랬지. 깜빡 했군."
"지형사님이나 연락을 하세요."
"아, 우린 그런 거 안 하고 살아. 언제는 뭐 일찍 들어가는 날 있었나?"

식당에서 나와 다방 문 닫을 시간까지 죽치고 앉아서 묵은 신문까지 다 읽고, 다시 자동차로 옮겼어도 전소장 일행은 꿈쩍을 않았다.

12시가 조금 넘는 시각에 고선희가 지창국의 팔을 툭 쳤다.
등받이에 기대어 깜빡 잠이 들었던 지창국이 창밖을 보더니 얼른 시동을 걸었다.

전소장 일행은 다섯이었는데 대리 기사들이 뒤따라 나와서 운전을 하고는 곧장 출발을 하였다.

"흠, 충주로 나가는 것이 아닌데?"
그들은 국도로 나가지 않고 오른쪽으로 꺾어 올라가서 파라다이스 호텔로 올라갔다.

"그럼, 우린 이제 가도 되죠?"
"아냐,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고."
"왜요? 도로 나올까 봐요?"
"그게 아냐! 이왕 왔으니 확인 할 건 하고 가야지! 조금만 기다려 보자고, 여기서 충주가 30분 거리 밖에 안 되는데 자고 가는 이유가 있을 거야!"

과연 15분 쯤 기다리니 아까 요정 문밖에서 배웅 하던 아가씨 5명이 이쪽으로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아가씨들은 이제 막 미성년을 넘었을까 말까 한 앳된 얼굴 들이었다.

그 중에서 4명의 아가씨들은 마치 즐거운 나들이라도 가는 양 웃고 떠들며 걸어 오고 두세 발짝 뒤에 한 아가씨는 조용히 앞만 보고 걸었다.



"오우~ 꽤 미인인데?"
지창국이 감탄을 하자 고선희가 자창국의 시선을 따라 뒤의 아가씨를 보았다.
과연, 긴 머리에 8등신의 빼어난 미인이었다.

무언가 생각에 잠겨서 무심히 걷고 있는 여자는 가로등의 불빛에 음영이 더욱 두드러져서 그런지 오똑한 콧날과 새하얀 피부, 짙은 눈썹에 커다란 눈, 그리고 도톰한 입술이 잠깐 스쳐 지나갔어도 고선희의 입에서 감탄이 절로 나왔다.

"저렇게 예쁜 여자가 왜 요정에서 접대부를 할까? 올해 미스코리아도 저만큼 예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다음날 아침, 소반장은 수안보에 다녀온 지창국에게 전에 없이 신경질적으로 나무랐다.

"이 사람아 미행을 했으면 올 때까지 따라 붙어야 미행이지. 그래 호텔에 들었다고 그냥 오면 어떻게 하나?"
"그렇기는 합니다만 호텔에서 아가씨들을 불렀으니 뭘 더 기다립니까? 그리고 고형사도 함께 갔고요."

"뭐가 어째? 형사가 남자 여자 따지고 일해?"
지창국이 고선희를 힐끔 돌아보자 쳐다보던 고선희가 얼른 고개를 숙였다.

"그럼 그 여자들 인적은 뽑아 왔겠지?"
"저, 그게 미행이라서 자칫 전소장 귀에 들어 갈 수도 있고 해서 그냥 ....."

소반장은 눈동자가 하얗게 돌아가자 지창국은 뒷말을 얼른 바꾸었다.
"저, 지금 수안보에 후딱 다녀오겠습니다."

소반장은 지창국에겐 대답도 않고 고선희를 향해 지시를 내렸다.
"댐 현장에 전화해서 전소장 출근 했나 확인해 봐."
고선희는 어젯밤 귀가를 서두른 것이 자기 때문인지라 수화기를 들며 어깨를 움츠렸다.

"예? 안 나오셨어요? 예, 알겠습니다."
"것 봐, 그럼 연락은 있었데?"
고선희는 다시 수화기를 들었다.

댐 현장에서는 몸이 좀 불편하다는 연락이 조금 전에 왔었단다.
"그럼 M장에 연락해서 더 자세히 알아 봐!"

고선희가 또 수화기를 들자 조경남이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그만 둬, 내가 직접 가서 알아보고 올께."

소반장이 방방 뛰면 알아서 움직이는 것이 또한 이들이었다.
조경남이 서둘러 M장에 도착을 하여보니 과연 은회색 전기호 차가 있었다.

"예, 지금 계시기는 한데요. 아주 많이 편찮으신가 봐요."
전기호는 방금 전에 왔는데 대리운전을 하고 와서는 2층 객실도 겨우 올라가는 눈치더란다.



지창국이 수안보 연정에 다녀와서 메모를 내밀자 소반장은 다시 또 역정을 내었다.
"어제 아가씨가 다섯이라더니 왜 넷 밖에 안 돼?"

"그게, 그러니까 한명은 그 요정의 종업원이 아니었답니다."
"허면?"
"그러니까 아르바이트로 그날 저녁만 왔었다는 데요."
"흠, 그럼, 소장 방에 들어갔던 애는?"
"그, 명단에 없는 저, 양혜연이라는 아가씨랍니다."
"뭐야?"

"그러지 않아도 마담에게 질책을 좀 했습니다. 정식 접대부도 아닌데 외박까지 시켰다고요. 그리고는 소개소 까지 아예 들러서 왔는데, 그곳에서도 ....대학생이라 신분을 밝혀야 하면 안 나간다고 해서 그냥 전화번호만 받고 보냈다는 겁니다."
"그래서 확인 해 봤어?"
"예,.....그런데 그게 결번 입니다."

소반장이 핀잔주기도 지쳤는지 휭 나가자 지창국이 툴툴대기 시작했다.
"재수가 없으려니까 전기호가 데리고 잔 아가씨 까지 말썽이네. 그리고 술 마시고 술병 난 게  내 탓이야?"













사비나의 소설 풍혈風穴 [26]



 강이 보이자 고선희는 한결 기분이 좋아진 듯 라디오를 틀고 이쪽저쪽 다이얼을 돌리다가 음악이 나오는 곳에 고정을 시키고는 편안한 자세로 의자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강 건너 들녘에는 벼들이 누릇누릇 익어가고 산에는 벌써 단풍이 들기 시작하고 있었다.

이윽고 수안보 시내에 들어선 차들은 오른쪽으로 조금 꺾어서 한참 올라가더니 연정蓮庭 이라고 간판이 붙은 요정 앞에 차들을 댔다.

"일단 우리도 저녁을 먹지."
두 사람은 요정이 보이는 곳의 식당에서 주문을 한 다음에 본서로 전화를 걸었다.

"어떻게 할까? 고형사 먼저 버스타고 가겠어? 색시들 앉혀놓고 노닥거릴 테니까 보나마나 늦어질 거란 말야."
색시라는 말이 우스워서 고선희는 호호 웃으면서 대답했다.

'아뇨. 그냥 함께 가죠."
"그럼 늦는다고 연락이나 하지?"
"연락은 무슨, 나 여기 혼자 있는 거 모르세요?"
"아, 참 집이 수원이랬지. 깜빡 했군."
"지형사님이나 연락을 하세요."
"아, 우린 그런 거 안 하고 살아. 언제는 뭐 일찍 들어가는 날 있었나?"

식당에서 나와 다방 문 닫을 시간까지 죽치고 앉아서 묵은 신문까지 다 읽고, 다시 자동차로 옮겼어도 전소장 일행은 꿈쩍을 않았다.

12시가 조금 넘는 시각에 고선희가 지창국의 팔을 툭 쳤다.
등받이에 기대어 깜빡 잠이 들었던 지창국이 창밖을 보더니 얼른 시동을 걸었다.

전소장 일행은 다섯이었는데 대리 기사들이 뒤따라 나와서 운전을 하고는 곧장 출발을 하였다.

"흠, 충주로 나가는 것이 아닌데?"
그들은 국도로 나가지 않고 오른쪽으로 꺾어 올라가서 파라다이스 호텔로 올라갔다.

"그럼, 우린 이제 가도 되죠?"
"아냐,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고."
"왜요? 도로 나올까 봐요?"
"그게 아냐! 이왕 왔으니 확인 할 건 하고 가야지! 조금만 기다려 보자고, 여기서 충주가 30분 거리 밖에 안 되는데 자고 가는 이유가 있을 거야!"

과연 15분 쯤 기다리니 아까 요정 문밖에서 배웅 하던 아가씨 5명이 이쪽으로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아가씨들은 이제 막 미성년을 넘었을까 말까 한 앳된 얼굴 들이었다.

그 중에서 4명의 아가씨들은 마치 즐거운 나들이라도 가는 양 웃고 떠들며 걸어 오고 두세 발짝 뒤에 한 아가씨는 조용히 앞만 보고 걸었다.



"오우~ 꽤 미인인데?"
지창국이 감탄을 하자 고선희가 자창국의 시선을 따라 뒤의 아가씨를 보았다.
과연, 긴 머리에 8등신의 빼어난 미인이었다.

무언가 생각에 잠겨서 무심히 걷고 있는 여자는 가로등의 불빛에 음영이 더욱 두드러져서 그런지 오똑한 콧날과 새하얀 피부, 짙은 눈썹에 커다란 눈, 그리고 도톰한 입술이 잠깐 스쳐 지나갔어도 고선희의 입에서 감탄이 절로 나왔다.

"저렇게 예쁜 여자가 왜 요정에서 접대부를 할까? 올해 미스코리아도 저만큼 예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다음날 아침, 소반장은 수안보에 다녀온 지창국에게 전에 없이 신경질적으로 나무랐다.

"이 사람아 미행을 했으면 올 때까지 따라 붙어야 미행이지. 그래 호텔에 들었다고 그냥 오면 어떻게 하나?"
"그렇기는 합니다만 호텔에서 아가씨들을 불렀으니 뭘 더 기다립니까? 그리고 고형사도 함께 갔고요."

"뭐가 어째? 형사가 남자 여자 따지고 일해?"
지창국이 고선희를 힐끔 돌아보자 쳐다보던 고선희가 얼른 고개를 숙였다.

"그럼 그 여자들 인적은 뽑아 왔겠지?"
"저, 그게 미행이라서 자칫 전소장 귀에 들어 갈 수도 있고 해서 그냥 ....."

소반장은 눈동자가 하얗게 돌아가자 지창국은 뒷말을 얼른 바꾸었다.
"저, 지금 수안보에 후딱 다녀오겠습니다."

소반장은 지창국에겐 대답도 않고 고선희를 향해 지시를 내렸다.
"댐 현장에 전화해서 전소장 출근 했나 확인해 봐."
고선희는 어젯밤 귀가를 서두른 것이 자기 때문인지라 수화기를 들며 어깨를 움츠렸다.

"예? 안 나오셨어요? 예, 알겠습니다."
"것 봐, 그럼 연락은 있었데?"
고선희는 다시 수화기를 들었다.

댐 현장에서는 몸이 좀 불편하다는 연락이 조금 전에 왔었단다.
"그럼 M장에 연락해서 더 자세히 알아 봐!"

고선희가 또 수화기를 들자 조경남이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그만 둬, 내가 직접 가서 알아보고 올께."

소반장이 방방 뛰면 알아서 움직이는 것이 또한 이들이었다.
조경남이 서둘러 M장에 도착을 하여보니 과연 은회색 전기호 차가 있었다.

"예, 지금 계시기는 한데요. 아주 많이 편찮으신가 봐요."
전기호는 방금 전에 왔는데 대리운전을 하고 와서는 2층 객실도 겨우 올라가는 눈치더란다.



지창국이 수안보 연정에 다녀와서 메모를 내밀자 소반장은 다시 또 역정을 내었다.
"어제 아가씨가 다섯이라더니 왜 넷 밖에 안 돼?"

"그게, 그러니까 한명은 그 요정의 종업원이 아니었답니다."
"허면?"
"그러니까 아르바이트로 그날 저녁만 왔었다는 데요."
"흠, 그럼, 소장 방에 들어갔던 애는?"
"그, 명단에 없는 저, 양혜연이라는 아가씨랍니다."
"뭐야?"

"그러지 않아도 마담에게 질책을 좀 했습니다. 정식 접대부도 아닌데 외박까지 시켰다고요. 그리고는 소개소 까지 아예 들러서 왔는데, 그곳에서도 ....대학생이라 신분을 밝혀야 하면 안 나간다고 해서 그냥 전화번호만 받고 보냈다는 겁니다."
"그래서 확인 해 봤어?"
"예,.....그런데 그게 결번 입니다."

소반장이 핀잔주기도 지쳤는지 휭 나가자 지창국이 툴툴대기 시작했다.
"재수가 없으려니까 전기호가 데리고 잔 아가씨 까지 말썽이네. 그리고 술 마시고 술병 난 게  내 탓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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