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당영화를 관람하기로 한 첫째 이유는, 어느 영화잡지에서 읽은 장진의 '나는 노빠다'라는 대목 때문이었다.
장진은 인터뷰 중 노무현이 죽었을때 당시의 황망함과 분노를 살짝 내비치기도 했었더랬다. 물론, 정치적인 영화가 아님에도, 마케팅단계에서 절대로 정치적인 견해를 내비치지 말라고 제작사측에서 충고받았다는 얘기까지 덤으로 했으니.... 더군다나, 코메디선수 노빠 장진이 다루는 세명의 대통령라니... 안궁금하면 그게 더 이상하지...
-DJ를 표현한 듯한 '이순재', - 대국민통합 강조, 전직대통령 특별사면, 부부금슬 -노무현을 표현한 듯한 '차지욱' - 미국과 일본에 주눅들지 않는 자주외교, 햇볕정책, 감성적인 로맨티스트, 경호원 보호 -강금실과 한명숙을 섞어 묘사한 듯한 '고두심' - 현모양처, 신사임당, 잔다르크, 논개, 여성
노빠 장진이 사랑했던 정치인, 그리고 그가 희망하는 정치인이 당영화에 모두 다 들어있는 셈이다. 특히, 세명의 대통령 모두 너무나 인간적이고 서민적인 노무현의 모습을 극대화해놓은 듯 하다.
지지율과 국정운영을 걱정하기에 앞서 국민을 사랑하는 서민적이고 인간적이었던 대통령, 그는 그렇게 노무현을 추억하고 있었다.
또한, 강금실과 한명숙을 섞어놓은 듯한 '고두심'을 통해 MB정권 이후의 희망사항까지 그려놓은 셈이다.
그러나.. 장진의 말대로 당영화는 너무 많은 세간의 눈이 부담스러웠던 모양이다. 남북문제, 외교문제를 제외하곤 정치적인 쟁점이 될만한 모든 사안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과도한 균형감각을 보인다거나, MB각하와 그의 측근들이 맘상해하지 않도록 배려한 흔적이 너무 많이 보인다.
쎈 정치코메디를 기대했으나, 한국에서 투자를 받고 배급해야 하는 대중영화이다보니, 이도 저도 아닌 적당히 타협하고 착하게 포장해버린 환타지 코메지로 전락해버린 셈. 장진의 말대로 당영화는 요즘같은 시기에 더더욱 결코 정치적인 영화가 될 수 없었던 거다.
코메디의 완성도를 놓고 보더라도, 당영화는 장진 영화 중에서도 다소 완성도가 딸리는 모습이다. 부조리에서 오는 촌철살인의 웃음도 약했다. 웃음에 대한 시도는 많았으나, 웃음의 강도는 약했고, 시도는 번번히 실패했다. 쓸데없이 많은 카메오와 무수히 많은 장진 사단들의 인해전술은 극에 몰입을 방해하는데만 기여했다. 에피소드들을 이어놓은 품새는 엉성하고 다소 무리스러워 보였다. 어느 대목은 지루하기도 했다.
하여, 당영화는 장진의 한국대통령에 관한 소심한 환타지 영화다. 또한, 감독 스스로 자기검열케 하는 MB시대가 낳은 씁쓸한 영화로 기억될 것 같다.
이 포스트는 CCL에 따라
아래 조건 만족 시 사용가능
- 저작자 표시
- 비영리 사용
- 변경 금지
대나무숲과 뽀뽀할데를 찾아 헤매는 불타는 연인들.. 반갑게도, '봄날은 간다'가 떠오르더라. 심지어, 끝간데없는 기럭지를 소유한 남자(유지태, 정우성)와 적당히 인생을 아는 듯한 원숙한 여인네(이영애, 고원원)가 연인으로 나오는 비쥬얼까지..
영화에서 느껴지는 점 하나, 여자가 남자를 참 많이 좋아했었나보다. 혹은 좋아한다. 원래 고원원이 정우성 광팬이 아니라면, 고원원 연기 자체는 제법 훌륭했다.
영화에서 느껴지는 점 둘, 정우성이 고원원을 이끄는 손길이 자신감 넘친다. 팬 관리하는 연예인같은 느낌이다. 사실, 원래 남자들이란 결정적인 순간엔 여자의 망설임도 과감히 무시할 정도로 참 본능(?)에 충실하다. 우연이 아닌 설정한 연기라면 정우성이 제법 디테일에 강해졌다.
영화에서 느껴지는 점 셋, 새드엔딩을 즐기던, 현실감 넘치던 허감독이 해피엔딩을 꿈꾸기 시작했다. 그래도 동화적 결말은 피하고 싶은 감독의 바람은 여전하다.
영화에서 느껴지는 점 넷, 롱테이크를 즐겨하는 허감독, 화면컷이 흔들리고 짧아졌다. 심지어 안하던 농담도 마구 시도한다. 4계절이 3일로 바꿔서 그런가.. 아니면 진짜 변화?
영화에서 결정적으로 느껴지는 점 다섯, 그럼에도 이 영화, 허감독의 전작들보다도 지루하다. 극적인 점이라고는 여행지에서 만난 그녀라는 것 말고는....
이 포스트는 CCL에 따라
아래 조건 만족 시 사용가능
- 저작자 표시
- 비영리 사용
- 변경 금지
로멘틱코메디라는 장르라는게 사실 그렇다. 너도 알고 나도 아는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거. 하여, 관객이 바라는 거 별로 없다.
시작과 끝이 뻔히 정해져있지만, 그 뻔한 결론을 도출해내기까지의 과정에 있어서
1) 제법 우끼고 자빠라지느냐, 2) 얼마나 남녀 관객의 공감대를 이끌어내느냐 3) 남녀 캐랙터가 나름 탄탄히 구축되어있는가. 4) 지나치게 무리수를 두지 않고도 그럴싸하게 마무리해내느냐
정도 되겠다.
하여 위의 기준으로 당영화를 분석해보면,
당영화는 1)번 유머 항목에 탁월한 선방을 해낸다. 쌩마초 아저씨가 해대는 거침없는 망발들... 남자들끼리야 머 더한 넝담들을 숱하게 나누겠지만, 당영화의 미덕은 바로 여성들에게도 그 넝담을 당당히 공유한다는 것. 한마디로, 입만 열면 망발을 일삼아대는 쌩마초 남성의 초지일관의 모습이 줄타는 남사당패의 행위예술을 보듯 보는이의 간담을 쥐었다놨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그다지 거슬리지 않는 수준으로 아슬하게 줄을 타며 관객의 배꼽을 잡아뽑는다.
2)번 공감대 항목에 있어서도 나름 선방. 화성남자와 금성여자의 사고차이를 적절히 보여줌으로써 관객으로 하여금 극의 몰입을 이끌어낸다.
3)번 캐릭터 구축 항목... 쌩마초 남성 쥔공에 삼백의 그 분을 쓰셨으니 얘기 끄읕.. 게임오버...더 말해 무엇하랴.. 이보다 더한 싱크로율이 있을까. 뿐만 아니라 여배우 또한 적당히 인텔리한 외모에 적당한 푼수끼까지 보유하고 있거니와, 대사나 일거수일투족, 행동거지 하나하나 제법 세공의 흔적이 보여 좋다.
4)번 마무리 항목.. 이대목 살짝 아쉽긴 했다만, 막판 잠자리씬이 감독의 재기발랄함을 끝까지 견지하고 있어 나쁘지 않다. 야구로 치면 내야안타 정도로....
무엇보다, 당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때'의 훼이크 올가즘 장면을 21세기 걸맞게 오마쥬한 부분도 훌륭했거니와, 결정적으루다가, 제법 눈썰미 좋은 여성관객이라면, 한국영화에서 보기 힘든 남성의 중심(!)을 슬겻 볼 수도 있을지니.. 할렐루야. 그저 감사한 영화 되겠다.
결론인즉슨, 당영화, 도도한 그녀와 쌩마초 남성의 밀고당기기 연예이야기... 제법 성인 남녀 모두에게도 좋은 반응 이끌어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