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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하, 그 말이 왜 나왔는지 아세요?”
서울 종묘 옆 돌담길을 따라 비원 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만나는 홍어 전문 요리점 ‘순라길’의 이서구(31세)씨가 웃으며 말을 받는다. 그의 어머니 김부심(63세)씨는 23년째 홍어를 만져왔고, 장안에서 내로라하는 홍어요리의 달인이다. 아쉽게도 김씨는 흑산도 홍어를 직접 구입하러 고향인 신안에 내려가 있어 만날 수 없었다.
“홍어 수컷을 보면 꼬리 양쪽에 흉물스럽게 생식기가 길게 늘어져 있거든요. 엄청나게 긴 게 두 개씩이나요. 그래서 다른 물고기들이 헤엄치면서 툭툭 건드리고 다닌대요. 크고 작은 물고기들이 홍어 거시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툭툭∼. 그래서 그 말이 나왔다네요. 하하∼.”
기자와 ‘만만한 게 홍어 X’라는 속어의 유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그가 알려준 ‘개그성 유래’이다. 홍어 수컷을 보잘것없는 물고기로 비하시켜버린 이 속어는 실제로 생식기의 쓸모없음에서 나왔다. 홍어 수컷의 생식기는 몸 크기의 20∼35% 정도나 되며 꼬리 양쪽으로 흉하게 늘어져 있다. 게다가 가시가 붙어 있어 어부들이 조업하는데도 꽤 애를 먹는다. 때문에 어부들은 수컷이 잡혀 올라오면 그 자리에서 생식기를 잘라버린다고. 그나마 맛이라도 있으면 다행이련만 어떤 식으로도 요리해 먹을 수가 없을 정도여서 잘라내면서도 아무 미련을 갖지 않는다. ‘만만한 게 홍어 X’라는 속어는 이렇게 해서 탄생되었다.
하지만 홍어는 진미 중의 진미로 취급받는다. 특히 흑산도 홍어는 예나 지금이나 최고로 친다. 요즘은 물량이 달려 칠레, 중국, 미국, 우루과이, 캐나다 등지에서 수입한 것들이 대부분이지만 말이다.
예부터 다른 지방에서는 집안 잔치 때 돼지나 소를 잡았지만 목포, 신안 등 남도 서해안 지방에서는 흑산도 홍어를 확보하느라 분주했다. 그렇게 구입한 홍어를 쌀겨에 버무려 가마니에 넣거나, 짚을 켜켜이 박아가며 옹기에 넣은 후 따뜻한 곳에 두어 일주일에서 보름 정도 삭혔다가 손님맞이 요리로 상에 내곤 했다. 남도에서 홍어가 없는 잔칫상은 “먹을 게 없다”는 타박을 들었다고 한다.
다른 생선과는 달리 홍어는 알싸하게 코를 쏠 정도로 푹 삭혀서 먹는다. 삭혀서 먹기 때문에 사시사철 먹을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아무리 사철 음식이라 해도 제철은 있게 마련.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가 홍어의 산란기인데, 이때가 홍어 맛이 최고조에 이른다고. 5∼6월에 나는 홍어도 맛있다고 소문났지만 늦가을과 겨울에 잡히는 홍어 맛엔 비할 바가 못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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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삭힐 때 나는 역한 암모니아 냄새와 씹을수록 코를 찌르는 강한 맛 때문에 처음 먹는 사람들이나 여성들은 기피하기 일쑤지만 거듭 먹다 보면 서서히 그 맛에 중독된다. 원래 발효식품은 중독성이 강한 법.
한때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대장금>에도 홍어와 관련된 장면이 나온다. 홍어 한 점을 먹어본 후 그 지독한 냄새에 장금이 얼굴을 찌푸리자 한 상궁이 재촉한다. “계속 먹어봐.” 입을 오물거리며 맛을 음미하는 장금의 표정이 점차 밝아진다. “마마님, 자꾸 씹으니… 맛이 납니다. 처음엔 코끝이 찡하고 다음엔 입 안이 상쾌하고 끝맛은 청량합니다.” 장금의 이 대사에 홍어의 맛이 모두 담겨 있다. 씹을수록 맛이 나고 삼키고 난 후에는 깔끔한 홍어의 이 맛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생선에는 몸 안의 수분이 바닷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삼투압 기능을 하는 여러 물질이 있다. 그중에서도 홍어와 상어의 살에는 요소(尿素)가 특히 많은데, 이것이 코끝 찡하도록 톡 쏘는 맛의 근원이다. 이 요소가 홍어를 삭히는 과정에서 암모니아로 바뀐다. 회보다는 찜을 한 홍어 맛이 더 자극적이다. 찜을 하면 발효과정에서 남아 있던 요소까지 모두 암모니아로 바뀌기 때문.
서울 등 대도시에서 맛볼 수 있는 홍어요리는 톡 쏘는 맛을 순화시킨 것들이 대부분이다. 전통방식 그대로 조리했다가는 입천장이 델 정도로 뜨겁고, 눈물이 핑 돌 정도로 톡 쏘는 맛을 이겨내지 못하기 때문. 그러나 홍어 맛에 매료된 마니아들은 ‘코로 먹는 생선’이라며 홍어의 독한 맛을 찾아다니기도 한다.
홍어요리 중 가장 인기 있는 것은 ‘홍탁삼합’. 잘 삭힌 홍어회와 삶은 돼지고기, 그리고 묵은 김치를 삼합(三合)이라 부르고, 여기에 막걸리를 곁들이면 홍탁삼합이 된다. 홍어의 찬 성질과 막걸리의 더운 성질이 조화를 이루는데, 막걸리에 함유된 유기산이 홍어의 강한 맛을 중화시켜주기 때문에 처음 먹는 사람들에게도 무리 없는 별미이다.
그 다음이 ‘홍어찜’. 앞서 말한 것처럼 회로 먹는 것보다는 암모니아의 횡포가 심하다. 그러나 젓가락으로 찢어서 입에 넣는 재미, 쫀득쫀득하게 씹히는 맛은 가히 일품이다. 이밖에도 홍어탕, 홍어무침, 홍어회냉면 등으로 다양한 요리가 선보이고 있다.
만성적으로 소화불량인 사람은 홍어를 먹어보길 권한다. 홍어는 소화촉진 기능과 장을 깨끗이 하는 작용이 탁월하다. 가래를 없애는데도 효과가 좋아 옛날 소리꾼들은 가래를 없애기 위해 홍어를 즐겨 먹었다고 한다. 정약전은 <자산어보>에 “홍어로 국을 끓여 먹으면 몸 안의 더러운 성분이 없어지며 술의 기운을 없앤다”고 적었다.
홍어는 관절염이나 골다공증 예방에도 좋다. 뼈와 뼈 사이의 윤활유 역할을 하는 단백질인 콘드로이틴황산이 홍어에 특히 많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지방 함유량은 극히 적어(0.5%)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추천할 만하다. 우먼센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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